[광주전남 불교환경연대 성명서 전문]

불교의 자주권을 유린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즉각 사퇴하라!

지난 3월 21일,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명진스님은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 ‘강남 부자사찰에 좌파 스님을 주지로 그대로 나눠야 돼겠냐’고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명진스님은 “11월 13일 오전 11시 30분 프라자호텔에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만나 이같은 얘기를 나눴다”는 사실을 11월 20일 김영국 거사가 찾아와 전했다. 총무원장 당선 직후 만난 자승 스님도 정치권에서 말이 있었다고 확인해 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3월 23일 김영국 거사는 서울 만해NGO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명진스님의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정작 이해당사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와 함께하고 있는 250여 사부대중은 이런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더 이상 불자로서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는 상황이기에 참회의 마음을 담아 다음과 같이 성명을 발표한다.

우리 불교계는 지난 1994년과 1998년 사부대중이 힘을 합쳐 자주적인 종단개혁을 이룩하였다. 사부대중은 절망스러울 정도로 고통스러운 종단개혁의 과정을 묵묵히 감내해 왔다. 불가에서 불살생을 가장 중요시하게 여기기에 ‘온갖 폭력이 난무하는 개혁의 과정’ 속에서 사부대중은 뼈를 깎아내리는 고통스러운 마음을 감내하기가 너무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우리 불교가 외부권력으로부터 자주적이지 못하고 내부적으로도 신행공동체로서의 자기정체성이 확고하지 못했으며, 무엇보다 역사적 격변기에 고통받고 소외받고 억압받는 민중들의 편에서 자기역할을 다하지 못한 사회적 공업(共業)임을 받아들이고 참회하면서 수많은 양심있는 불자들은 가슴으로부터 눈물을 쏟아야 했다. 이렇게 사부대중의 고통스러운 땀과 눈물, 아픔과 상처를 딛고서 21세기 새로운 한국불교의 장을 열어가고 있는 사실에 애정어린 마음을 보태 왔다.

그동안 종단개혁 이후 불교의 대사회적 위상과 역할은 눈에 띄게 높아져 갔다. 통일, 인권, 환경, 국제구호, 다문화,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사회참여에 불교계가 마음을 모아 왔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해서 대안과 전망을 가지고 참된 행복의 길을 제시해 왔다. 특히 조계종단이 앞장서 대사회적인 역할을 펼쳐온 것에 대해 우리 사부대중은 마음으로부터 깊은 격려의 마음을 보태왔고 불자로서의 자긍심도 한층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종단개혁 이후 이러한 일련의 자주적이고 대사회적인 긍정적인 행보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사건이 터졌다. 그것은 바로 봉은사 명진스님이 일요법회를 통해 폭로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종교권력에 대한 억압과 통제, 간섭과 자율성 배제 등이 그 핵심이다.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양심적인 사부대중은 참담한 마음과 더불어 분노의 마음을 곱씹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70~80년대에나 있을 법한 일들이 21세기 한 중심에서 버젓이 자행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그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온갖 분야에 걸쳐 자행해온 무소불위의 정치권력을 휘둘러 왔음을 상기해 볼 때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그래도 우리 불교계만큼은 그나마 자주적인 종단이라고 믿어왔던 게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믿음을 접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래, 이런 문제가 어찌 정치권력만의 문제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겠는가. 우리 불교계는 이번 일을 안타깝지만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종단개혁 이후 사부대중공동체 실현과 부처님 법에 근거하여 종단 운영 및 사찰 운영을 해 왔는가에 대한 치열한 자기반성의 시점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오랫동안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역할을 자임해 온 승려단체나 재가단체조차도 이번 사안이 발생한 이후 정치권력이나 종단권력에 대한 준엄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진보적 승려단체라고 자임해온 일부 단체는 이미 종단의 기득권 세력이 되어버렸고, 이에 편승해 종단권력의 나눠먹기식 행태에 함께 해 온 것을 뜻있는 불자들은 다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 3월 봉은사 명진스님의 외압 폭로 이후 우리 불교계가 보여준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럽고 초라한 현재적 모습을 적나라하니 보여주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중앙종회, 원로회의, 전국 교구본사 스님들이 발표한 일련의 내용들은 이번 사건의 본질이 정치권력의 종교권력에 대한 외압임에도 이 내용은 조금도 언급하지 않고 종회에서 통과한 직영사찰을 받아들이지 않는 명진스님에 대한 매카시즘적인 비판만이 있을 뿐이다.

이런 모습에 대해 양심적인 사부대중과 국민들은 심한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뜻있는 출재가 사부대중 단체들이 중재를 거쳐 총무원과 봉은사 간의 토론회가 성사된 것에 대해서는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공사 스님들이 한나라당사를 찾아가 항의를 한 모습에 깊은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갈 부분은 정치적 수장이자 공인인 한나라당 대표가 정교분리의 원칙을 저버리고 불교의 대표적 종단 수장인 총무원장에게 행한 언사는 결코 용납되거나 묵과될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임을 밝히며 다 시 한 번 강력히 사퇴를 촉구하는 바이다.

생명평화를 애호하는 불교NGO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사부대중은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 이명박 정부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저버리는 국정운영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 수행자를 좌파 스님으로 매도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구차한 모습으로 자리지키기에 급급하지 말고 당장 사퇴하라!
-. 조계종단은 종단의 자주성이 침해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참회하며 재발방지를 종도들과 국민들에게 약속하라!
-. 총무원과 명진스님은 불가(佛家)의 육화(六和)정신에 의거하여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참된 승가의 모습을 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불기 2554(2010)년 4월 16일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법일, 시각, 이성기, 정범도, 행법 합장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