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를 보는 시각①] 절단면만 보면 알 수 있다는 주장은 ‘미신’

<뉴스 검색 제공 제외>
천안함 사고의 원인이 외부 충격으로 굳어져 가는 양상이다. 12일 잠시나마 수면 위로 고개를 든 천안함의 함미는 내부 폭발보다는 외부 충격의 가능성을 짙게 해 주었다. 신문들은 철판의 찢긴 상태나 갑판 위로 치솟아 오른 기관실 등을 외부 충격의 근거로 들고 있다.

▲ YTN이 단독 입수한 그물망 설치 전 천안함 함미 절단면 영상. 사진 위쪽 녹색면이 갑판이다. 극히 일부분만 보여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YTN화면캡쳐
외부 충격을 거론할 때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은 ‘어뢰 또는 기뢰’다. 이 말은 어뢰와 기뢰가 그 효과 측면에서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어뢰는 자체의 추진 장치를 갖고 있고, 누군가에 의해 ‘발사’되어야 하므로, 그 행동의 고의성이 뚜렷하고, 기뢰는 흔히 방어용인만큼 남북 가운데 누구에 의해 설치된 기뢰인지, 또 고의적인지 실수인지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어뢰 또는 기뢰?

그러나 천안함 사고의 원인으로 어뢰나 기뢰를 거론하는 것은 사실 매우 희박한 가능성을 찾는 일이다.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은 지난 4월 3일, 전직 해군 참모총장을 인용하면서 “(원인은)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천안함은 잠수함을 잡는 데 주력하는 대잠함이며, 이를 위해 폭뢰와 소나를 장착하고 있다.

김 국방위원장은 “반잠수정이 왔다면 파고가 높고 은밀히 들어와 몰랐을 수도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거기서 발사한 어뢰는 배보다 훨씬 빨리 온다. 여기에서 나는 소리는 100% 소나로 감지된다. 소나를 운용한 하사는 생존자인데, 어뢰 징후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귀신이 곡할 노릇’에 대해 설명했었다.

사실 사건 초기에 어뢰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은 이렇게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공격당할 수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리고 천안함이 침몰한 지 20일이 되어가지만 어뢰를 싣고 다녔을 잠수정(또는 잠수함)의 흔적이나, 어뢰의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어뢰로 공격을 했으리라고 추정되는 북의 ‘예상치 못한 기술력’이나, ‘자폭 테러’ 수준의 상상력이 증거의 자리를 대신했을 뿐이다.

물론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방법이 있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어뢰설은 여전히 폐기할 수 없는 가능성 중의 하나다. 그러나 마치 어뢰 공격이 이미 확인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분명히 과장이거나 선동이다. 참여정부 시기 안보 분야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한 인사는 “북한의 잠수정 공격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어뢰 가능성을 일축했다. 사실 이 같은 인식은 사건 초기 한국군 관계자들도 공감한 것이었다.

기뢰설 역시 우연에 우연이 겹쳐야 가능

그렇다고 기뢰설이 힘을 얻는 것은 아니다.

기뢰는 공격 대상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무기인 만큼 단 한 발만 설치되는 경우는 없다. 사고 해역 주변에 또 다른 기뢰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천안함 사고 해역에는 지금도 천안함보다 더 큰 함선이 오가고 있으며, 사고 직전까지도 어선이 자주 오갔었다. 그러다보니 기뢰설을 거론할 때는 북에서 조류를 타고 흘러내려왔다든가, 1970년대 설치했던 폭뢰가 해저에 가라앉아 있다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떠올라 폭발했을 것이라는 가정이 뒤따른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2008년까지 해군이 기뢰 제거 작업을 했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설사 기뢰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설치한지 30년이나 된 기뢰가 여러 가지 우연이 동시에 겹쳐 폭발하리라고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어뢰설이나 기뢰설이나 매우 희박한 가능성을 쫒고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지적해 둘 것은 대체로 보수층일수록 어뢰설을 더 자주 입에 올리고, 지난 정부 인사들을 포함하여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은 기뢰설에 좀 더 무게감을 두고 있다는 정도다.

절단면만 보면 알 수 있다는 주장은 ‘미신’

지금은 시들하지만 암초설이나 피로파괴설이 널리 퍼진 것도 어뢰 혹은 기뢰의 가능성이 워낙 낮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도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잘 아는데”를 전제로 함선의 돌연한 절단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고, 사건 초기 청와대는 ‘내부 폭발’에 강한 심증을 뒀었다.

이제 함미의 인양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언론의 관심은 절단면에 쏠려있다. 마치 절단면만 보면 모든 원인을 알 수 있다는 것처럼. 그러나 이런 시각은 죽은 사람의 상처만 보면 가해자와 가해에 사용된 무기를 알 수 있다는 엉터리 법의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진실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천안함 사고를 보는 시각②] 어뢰와 기뢰 사이 드러난 청와대와 군의 갈등으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