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 개선 필요

"검찰, 반성하고 자숙해라…수사하고 싶으면 선거 끝나고 해야" <뉴스 검색 제공 제외>

6.2 지방선거 50여일을 앞두고 검찰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무죄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무죄가 확실해 보이는 1심 선고 공판을 하루 앞두고 한 전 총리의 다른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제기하고 수사를 시작했다. 한 전 총리가 무죄라는 것이 규명됐고, 차기 서울시장을 노리는 강력한 후보라는 점에 비춰 이처럼 강력한 수사 의지는 지나칠 만큼 '정치적'이라는 의구심을 쉽사리 지울 수 없다.

▲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 나서는 한명숙 전 총리. 검찰은 곧바로 항소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전 광주지검 부장검사를 지낸 김경진 변호사는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2차 공격'과 관련해 12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항소하는 건 관례지만 선거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며 "정치검찰 소리를 듣기 싫다면 항소심과 별건수사는 모두 선거가 끝난 뒤에 시작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 행태에 대해 "마치 전리품을 획득하는 것처럼 무리한 수사 목표를 잡고 가다보면 무리수가 나오는 건 당연한 것이고, 이대로 가다가는 한 전 총리 사건은 정치적 음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면서 "(별건 수사는) 대인배가 아닌 소인배적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자기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검찰의 자숙.자기비판이 선행돼야...'사건 원점 재검토' 공표해야"

▲ 김경진 전 광주지검 부장검사는 "검찰이 반성하고 자숙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중의소리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정권에 대한 검찰의 자발적 충성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정치적 의도와 결부된 것으로 국민들이 인식한다는 점에 비춰 검찰의 자기비판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검찰의 강고한 논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법조인들이 이번 사건이 무죄로 끝날 것이라고 점쳤다"면서 "일이 이 정도로 흘러가면 검찰도 나름대로 스스로 '뭐가 잘못됐을까' 반성하는 차원에서 사건의 재검토가 당연히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 내부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란 조직에 한번 들어가면 수 십 년을 썩게 된다"면서 "그러다 보니 기존 틀에 맞는 사고만 할 수밖에 없다. 조금만 밖에서 보면 다른 관점에서 사건이 보이는데 검찰 내부에서는 그런 걸 전혀 감지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습성이 검찰의 '오만한' 태도를 부른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검찰은 피고인들이 조사대상이 되는 순간부터 죄가 있다는 전제 하에서 모든 수사를 해나가기 때문에 피고인들의 진술을 짜맞추는 데 역점을 둘 수밖에 없다"며 "골프장 문제, 별도의 정치자금까지 꺼내서 수사를 확대했던 건 이 같은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법원 판결을 수긍하고 싶진 않겠지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계속 가는 건 화만 키우는 꼴"이라며 "최소한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수준의 발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변호사는 검찰이 '피의사실 공표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결국 누군가가 한마디 해줬기 때문에 보도가 나오는 것 아니겠냐"며 "이는 내부 기준에 대한 철저한 감시나 집행이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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