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6자회담 곧 열릴듯...이후 논의는 '첩첩산중' <뉴스 검색 제공 제외>

2008년 12월을 마지막으로 13개월여 동안 중단됐던 6자회담이 조만간 다시 열리긴 열릴 모양이다. 김계관 북 외무성 부상의 방중을 계기로 6자회담 참가국 고위인사들이 분주한 ‘외교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이번주에 연쇄 접촉을 진행한다. 김계관 부상의 3월 방미설도 흘러나온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6자회담이 조만간 열릴 것이라는 데 대해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북미 간에 6자회담 재개 조건에 대한 접점이 찾아졌으며, 중국이 이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6자회담이 재개된 후에는 지루한 외교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6자회담 관련국, 분주한 간접대화

작년 12월 방북해 북과 양자대화를 가졌던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23일 미국 6자회담 대표인 성김 특사와 함께 중국, 한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한다. 김계관 부상의 방중 결과를 두고 당사국간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보즈워스 대표는 방중 기간 우다웨이 특별대표와 만날 예정이다. 또한 위성락 본부장도 23일부터 중국 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한국과 중국, 미국 3자간 협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장관급 전략대화를 가질 예정이며, 보즈워스 대표나 성김 대표 중 한 명이 먼저 귀국해 이날 대화에 참석할 예정이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장관은 보즈워스 대표의 방중 일정을 발표하면서 “최근 중국의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방북과 북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중 등과 관련해 긴밀히 협의하기를 원한다”고 밝혔고, 위 본부장도 “작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이후 6자회담 각 참가국이 기울여 온 노력을 점검하고 최근의 북.중 협의결과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북중 협의 결과에 대한 관련국 간 입장 조율에 집중하겠다는 것. 특히 중국 측이 관련국 순방을 마친 후 북과 만나 협의했던 이전의 경로와 달리 북을 먼저 만난 후 관련국들을 만나는 것은, 6자회담 재개가 임박했다고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중 협의에서 북미 간의 입장차를 좁힐 만한 방법에 대해 일정한 합의를 이뤘고, 특히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제까지 미국의 입장은 ‘6자회담에 조건 없이 복귀할 것’과 ‘6자회담에 들어오면 경제지원, 평화체제 논의 등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은 “6자회담이 북핵폐기에 성공할 수 있느냐 없느냐와 무관하게 6자회담이라는 ‘레짐’이 동북아에서 안보 논의를 할 유일한 틀”이며 따라서 6자회담 레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북은 평화체제 논의와 대북 제재 해제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워왔다. 북은 다만 평화체제 논의와 관련, ‘6자회담 틀 안에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회담 재개에 대한 공을 미국 측에 넘긴 상태다.

이정철 교수는 제재 해제나 평화체제 논의 등의 조건에 대해 “미국이 직접 제공하기는 어렵고 중국이 제공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언론 보도를 통해 북.중이 왕자루이 부장 방북을 계기로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대풍그룹)을 통해 1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중국의 대형 은행 두세 곳과 복수의 다국적기업이 대풍그룹과 대북 투자협상을 사실상 마무리”했고 “3월 중순 평양 국가개발은행에서 투자 조인식을 할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런 것이)일정하게 제재 우회 방도”라면서 “미국이 개발은행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유엔 제재가 사실상 효력이 없어진다. 이를 북 입장에서는 제재 해제라고 볼 수 있고, 미국 입장에서는 제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 접점이 찾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북의 평화협정 회담 제안에 대해서도 “중국이 6자회담 안에서 책임지고 별도의 포럼을 구성하겠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북도 “9.19공동성명에 지적된대로 별도로 진행될 수도 있고”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의장국의 결정에 따라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북 입장에선 이를 조건이 충족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6자회담 재개돼도 논의 과정에 '험로' 예상

하지만 전문가들은 6자회담 재개 ‘조건’에 있어 북미 간 접점이 찾아지면서 조만간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이후 논의 과정에는 험로가 예상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미 간 입장차가 워낙 크다는 것.

한 외교 전문가는 “6자회담이 열려도 북미 간 협상의 목표에서 차이가 크다는 게 딜레마”면서 “북의 경우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비확산이나 추가 핵무기 생산 동결 쪽에 치중하는 반면 미국의 경우엔 그 정도로는 국내적으로 설득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그대로 방치했을 경우엔 이후 북 미사일 실험이나 3차 핵실험 등 안보 불안 요소를 관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입장차가 6자회담 논의로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그는 이후 6자회담의 성격과 구도가 변화할 것이라는 측면을 설명했다. 북이 6자회담에 돌아오면 그 안에서 경제 지원이나 평화체제 논의를 함께 하기로 돼 있는 상황인데, 평화체제 문제를 다루게 되면 중국과 북이 이해를 같이 하고 남측과 미국이 이해를 같이 하는 2:2구도가 되면서, 북 핵실험 이후의 5:1구도가 바뀐다는 것.

이어 그는 “이를 염두에 둔 포석이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처럼 우다웨이가 한반도 사무특별대표 직책을 맡아 미, 중이 진용을 다시 짠 것”이며 “이제 6자회담은 북핵 뿐 아니라 평화체제나 동북아 다자 문제를 같이 다루는 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비핵화 문제는 6자회담의 출발점일 뿐”이며 이후에는 “한반도 평화협정 등 지루한 협상”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당장 6자회담 재개의 의미가 현재에는 크지만, 오히려 본격적인 외교전이 시작되는 것은 대화가 재개된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정철 교수도 6자회담이 열릴 경우 평화협정 논의가 쉽게 진척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는 “평화협정 논의를 하려면 북의 비핵화 의지가 어느 정도이냐 이것이 문제여서 공이 북에 가 있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보기에 이 정도면 평화협정 논의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 (향후 논의가)달려있다”고 밝혔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계절에 맞춰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자 '6자회담에도 봄이 찾아오는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오히려 '한마리 제비가 온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다'라는 속담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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