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에 '책임' 추궁... 남북간 치열한 신경전 이어질 듯 뉴스검색 제공제외

10일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남북 해군간 교전이 일어났다. 예전보다 교전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난 1998년, 2002년 1,2차 '연평해전' 이후 7년 만에 일어난 서해교전이다.

군 당국의 발표를 종합해보면 이날 오전 11시 27분 대청도 동방 6.3마일(11.3km) 해상에서 북측 경비정이 NLL을 침범했다. 당시 근처 해상에는 중국 어선이 출몰했던 것으로 미루어 북측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가 NLL을 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측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려하자 남측 2함대사는 모두 5차례에 걸쳐 "즉시 북상하라, 변침하지 않을 시 사격하겠다"며 경고방송을 했다. 이후 북측 경비정이 NLL을 엄어 1.2마일(2.2km)까지 남하하자 11시 36분경 남측 고속정이 먼저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해군 준장)은 "경고사격을 할 때 그 배의 전후방 약 1km 정도에 발사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남측의 경고사격에 북측이 50여발의 '직접 조준사격'으로 대응했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이후 남북은 11시 37분부터 2분가량 서로의 함정을 겨냥해 교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남측 고속정 외부격벽에 15여발의 피탄 자국이 남았으나 남측 인원피해는 없었다. 타격을 받은 북측 경비정은 자력으로 귀환했으나 인명피해 등 자세한 피해규모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날 남측은 '경고방송 및 시위기동 -> 경고사격 -> 격파사격' 등 개정된 3단계 교전수칙에 따라 대응했다. 당초 교전수칙은 5단계였으나 '시위기동' 다음 단계인 밀어내기식 '차단기동'이 생략됐고, 이상희 국방장관 재임시절을 거치면서 신속한 대응을 위해 현장지휘관의 재량권이 강화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경고방송' 다음 바로 '경고사격'으로 이어져 북측이 이를 교전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교전수칙은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며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북측의 기습에 큰 인명피해를 볼 수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2차 서해교전 이후 경고사격까지 이어진 사례로는 지난 2004년 한 차례 발생했다. 합참 관계자는 "당시에 사격 경고통신 이후에 경고사격까지 이어졌으나, 북측이 퇴거해 교전으로 번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남북 서로 다른 주장... 유화국면 '터닝포인트'?

합참은 이날 서해교전에 대해 "북한 경비정이 먼저 NLL을 침범하고 이에 대해 경고하는 과정에서 우리측 경비정을 먼저 직접 조준 사격함으로 빚어진 유감스러운 사건"이라며 "북한측에 엄중 항의하며 향후 재발방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남측이 먼저 '경고사격'을 했지만 북측 경비정을 직접 겨냥하지 않았는데 북측이 먼저 조준사격을 해서 교전으로 번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북측의 설명은 다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보도를 통해 "남조선군이 조선서해 우리측 수역에서 엄중한 무장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서해교전 장소를 '우리측 수역'이라고 발표한 것은 기존에 NLL 이남까지 자신의 영해로 주장하고 있는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NLL은 유엔사가 남한 해군의 북진을 막기 위해 북한과 합의 없이 설정한 것으로 서해상 해상분계선에 대한 남북간 논쟁은 지금까지 계속되어왔다.

보도는 "우리측은 우리 영해에 침입한 불명목표를 확인하기 위해서 정상적인 경계근무를 수행하고 있던 조선인민군 해군경비정을 긴급기동시켰다"면서 "11시 20분경 목표를 확인하고 귀대하고 있을 때 남조선군함선집단이 우리 해군경비정을 뒤따르며 발포하는 엄중한 도발행위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교전 당시 중국 어선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북측 경비정이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남측 함선이 먼저 발포하자 이에 "대응타격을 가했다"는 설명이다. 즉, 남측의 '경고사격'을 "엄중한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남북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향후 서로에게 책임 및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등 남북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이 이번 사건을 하나의 '터닝 포인트'로 삼아 자제해왔던 대남 공세에 나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서해교전이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방한과 보스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되고 있다.

북한이 북.미대화를 통해 '적대관계를 평화적인 관계로 전환'한 다음 다자회담이나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이번 서해교전을 통해 '정전체제'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미관계 진전을 바라지 않는 남측이 자주 발생했던 NLL 침범(올해 22회)을 강경하게 대응해 북.미 양자대화에 난기류를 형성하려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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