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평화통일문화제, 1만여 열띤 호응..'MB퇴진' 전면 내걸어

▲ 15일 오후 서울 홍익대 대운동장에서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8.15평화통일문화제'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올해 8.15통일행사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달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10여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 속에서 평화와 통일을 외치는 참가자들의 목소리에 절실함이 묻어났다.

학생들은 ‘8.15평화통일문화제’ 행사장소인 홍익대를 지키기 위해 교직원과 몸싸움을 해가며 14일 밤을 지새웠다. 15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대학로 '8.15시국대회'와 신촌사거리 기습 거리시위에서 50여명 이상이 연행됐다.

8.15대회에서 이같이 대규모 연행사태가 일어난 것은 2000년 6.15공동선언 채택 이후 처음이다.

자신을 90년대 후반 학번이라고 밝힌 한 참가자는 "8.15대회가 갑자기 '빡세졌다(만만치 않다의 방언)'"면서 "이명박 정권 들어와서 8.15 행사도 김영삼 정부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8.15평화통일문화제'... '6.15, 10.4 관철, 그리고 이명박 퇴진'

▲ 대학생. 노동자들이 문화제 개최 장소인 홍익대에 들어가기 전, 신촌 로터리 부근에서 거리시위를 펼쳤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날 8.15행사에 모인 참가자들이 한 목소리로 외친 구호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결사관철"이었다. 이명박 정권 퇴진 요구도 바탕에 깔려 있었다.

15일 오후 8시 20분, 서울 홍익대학교 대운동장에서 '광복 64돌 8.15대회 준비위원회'(8.15준비위)는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8.15평화통일문화제'를 열고 "우리는 민족의 화해와 단합, 자주와 통일번영을 바라는 온 겨레의 힘을 하나로 모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결연히 고수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결의했다.

이들은 이강실 8.15 준비위 상임대회장, 정동익.박희진 공동대회장 등이 공동 낭독한 결의문에서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8.15경축사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에 관해서는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며 "결국 대화가 아니라 대결, 화해가 아니라 전쟁을 내심에 깊숙이 감추고 있음을 내외에 또다시 천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마지막으로 엄중히 촉구하며 경고한다"면서 "민족사에 영원히 씻지 못한 죄인으로 남기를 원치 않는다면 당장 반북대결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 한도숙 8.15준비위 상임대회장이 대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한도숙 '8.15 준비위' 상임대회장은 대회사에서 "해방둥이가 환갑이 지난 오늘까지 온 겨레의 피와 땀으로 이룬 민족적 성과를 1년 반 만에 파괴한 이명박 정권의 역사적 죄행은 천추를 두고도 씻지 못한 범죄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는 국민에게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실천해나가자고 호소했다.

오종렬 명예대회장도 "64년 전, 해방의 날에 미국에 의해 국토가 반으로 빼앗겼고 이것을 평화롭게 되찾지 못하면 우리 민족은 불구덩이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살기 위해서는 통일을 해야 되고, 살기 위해서는 6.15공동선언을 이행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 민족이 살 길"이라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내외 호전세력들의 PSI참여와 한.미합동전쟁연습, 핵우산 정책 등 전쟁정책을 분쇄하고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반전평화운동을 힘차게 벌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침략, 군사대국화 저지 및 식민지 지배와 범죄에 대한 사과보상 촉구 △성대한 10.4선언 기념대회 개최 등을 결의하는 한편, 이명박 정권 퇴진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옥중에 있는 임성규 상임대회장을 대신해 무대에 오른 정의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을 그대로 두고 노동자의 생존권, 민족의 평화통일을 실현할 수 없다는 것을 지난 1년 반 동안 생생하게 확인했다"며 "이제 노동자와 민중들이 함께 손을 잡는 길밖에 없다"고 진보진영의 연대를 호소했다.

이들은 또 결의문을 통해 "이제 일어나 싸워야 할 때다. 이명박 정권이 그대로 있는 한 민주주의도 민생도 평화도 없다"며 "우리는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를 파괴하는 이명박 정권을 민중의 힘으로 퇴진시키는 정의로운 투쟁에 힘차게 떨쳐나설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무대 중앙에는 적힌 'MB독재 몰아내자, 6.15를 살리자'는 문구도 이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보여줬다.

경찰과 학교당국의 방해를 뚫고 치러낸 '통일문화제'

▲ 여성들이 펼친 트위스트 문예공연.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날 문화제에서 여성.노동.청년.학생 등 각 부문에서 자발적으로 준비한 공연이 펼쳐지면서 분위기가 뜨겁게 달궈졌다.

시청광장으로 예정됐던 대회를 정부가 불허하고 홍익대학교 당국의 문화제 불허 등을 뚫고 치러낸 문화제인 탓에 운동장과 스탠드에 자리한 1만여 참가자들의 호응은 열광적이었다.

한아름 홍익대 총학생회장은 사전마당에서 "대학생들이 26시간 1박 2일 동안 농성을 펼치며 학교 당국의 방해를 이겨내고 문화제 개최를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모임인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이 노래 '백두산'을 개성 있게 편곡, 율동을 곁들인 문예공연은 대학생들의 앙코르 요청이 쇄도했다. 본 행사 첫 무대를 연 8.15시민합창단도 관심을 끌었다. 노동자들이 펼친 '깃발춤'과 반MB연대'의 무용극도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성들이 펼친 '트위스트' 율동에 대학생들도 따라 일어나 몸을 흔들었다.

영상에 남북의 이산가족이 맞잡은 두 손에 참가자들은 눈시울을 붉혔고, 지난해 여름을 달군 촛불시민들이 경찰에 짓밟힐 때는 분노의 함성을 외쳤다.

▲ 각계 대표들이 횃불을 들고 상징의식 장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각계 대표들이 횃불로 6.15라는 글자에 불을 붙였다. 그 불꽃이 이명박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대형 걸게 그림을 불태우자 '민중승리'라는 불글씨가 나타났다.

이날 2시간가량 진행된 행사는 '6.15정신으로 이명박 정권을 퇴진시키자'는 의미를 담은 '횃불' 상징의식으로 마무리됐다. 참가자들은 대회장 주변을 스스로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정대연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이 폭압으로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8.15대회를 통해 열정과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시작점이 될 것 같다"면서 "폭압에 맞서 싸우기 위해 통일운동 세력들이 정신적으로도 무장해야 하지만, 국민들과 더욱 함께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이날 대회를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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