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2천여명 금남로에서 ‘민주주의 회복’ 다짐
“빼앗긴 주권 광주시민과 국민의 힘으로 되찾자”

“광주시민들이 앞장서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고 빼앗긴 민주주의를 회복 합시다”
10일 저녁 7시부터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6월항쟁 정신 계승 범국민대회’에서 시민 2천여명은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민주주의 회복을 다짐했다.

6월항쟁 22주년 대회에는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각 대학 총학생회,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등이 깃발을 앞세우고 참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깃발 없이 일부 당직자 및 소수의 지방의원만이 모습을 보여 타 정당 및 사회단체와 대조를 보였다.  

광주시민 3천여명이 광주 금남로에서 10일 저녁 8시 '6월항쟁 정신계승 범국민대회'를 갖고 이명박 정권 퇴진 및 민주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안병현 기자   
이날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은 “이명박 정권하에서 집회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고 노동자 도시서민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정권을 심판하자”고 다짐했다. (아래 결의문 참조)

행법 선덕사 주지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주권을 억압하고 전직 대통령을 자살케 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반민주 반통일 반서민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국민들의 바람대로 국정을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청소년들도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생활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희생되고 있다”며 “정당성을 부여한 정치권력으로부터 억울하게 탄압받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 청소년들도 현 시국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직접 나설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 광주전남 사회단체 및 종교계 인사들이 집회 맨 앞줄에서 자리를 하고 있다. ⓒ안병현 기자
▲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1지회장의 영정이 노동자 집회 맨 앞에 놓여 있다. ⓒ안병현 기자
▲ 청소년들이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안병현 기자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고문의 해학섞인 연설을 듣고 웃음을 터트리고 있다. ⓒ안병현 기자
시국선언에 참여한 광주전남 교수들도 연단에 올라 “광주전남 시도민이 앞장서서 민주주의 회복과 남북화해와 상생, 노동자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토록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자”며 “교수와 지식인들도 함께 투쟁 해나가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나간채 전남대 교수는 “청소년 시국선언에 감동하여 교수들이 답례차원에서 격려를 보내기 위해 나왔다”고 밝히고 "광주의 자존심이자 한국민주주의 상징인 옛 전남도청을 보존하는데 시민들이 힘을 모으자"고 주장했다.

나희덕 조선대 교수는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1지회장과 1987년 6월 항쟁 당시 경찰이 쏜 최루탄에 사망한 고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는 ‘그대를 어디 묻으랴’ 두 시를 낭송 참가자들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연단에서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고문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등 각종 정책의 실정과 무능을 해학적으로 연설하여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광주시민들과 각계원로 종교계 인사들이 6.10 범국민대회에 참여하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병현 기자
▲ 광주전남지역 시국선언 교수들이 연단에 올라 시도민과 함께 민주회복에 나설 것을 결의하고 있다. 이들은 청소년 시국선언에도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안병현 기자


6월항쟁 범국민대회에서 광주지역 각 대학 총학생회 깃발이 금남로에 나부끼고 있다. ⓒ안병현 기자
▲ 범국민대회를 마친 조오섭(전남대 86학번 졸업생)씨 등 386세대 30여명이  옛 전남도청 앞마당에서 뒤풀이를 갖고 도청보존에 앞장 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안병현 기자
이에 앞서 강기수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광주의 자존심이자 한국 민주주의 상징인 옛 전남도청을 철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민들이 하나되어 5.18 정신의 산실인 옛 전남도청을 보존하자”고 역설했다.

윤난실 진보신당 대표도  “이명박 정부가 집회시참가자를 범죄자로 취급하고 언론과 사법부를 권력의 앞잡이로 만들고 있으며 비정규직 악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확장과 양극화 해소,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연대하고 투쟁해서 꼭 승리하자”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대회 도중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고 영상이 방영 돼 일부 참가자들은 눈물을 붉히기도 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결의문에서 "오늘을 계기로 이제 민주, 진보, 개혁을 바라는 범 세력들이 다 같이 힘을 합쳐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 남북관계의 평화적 회복, 서민 살리기에 차이를 넘어 단결된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이날 범국민대회는 당초 경찰이 금남로 6차선 중 3차선 만 허용했으나 집회도중 전 차선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저녁 9시40분께 종료됐다.

6월 항쟁 22주년. 광주 금남로는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무능에 대한 시민들의 규탄과 절규로 메아리 쳤다. 광주의 민심은 이미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을 마친 듯 했다.

[범국민대회 전문]
위대한 6월의 함성으로 민주, 민생, 평화를 되살리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통한 죽음을 슬퍼하며 끝도 없이 이어진 추모행렬은 집권 이후 1%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을 강행하여 99% 서민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그에 저항하는 모든 민주적 노력을 경찰과 검찰로 가혹하게 억누르며, 평화와 협력으로 전진하던 남북관계를 극단적 대결과 긴장상태로 되돌린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 역주행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 그 자체였고, 지금도 국민들의 저항과 경고는 각계에서 더욱더 높은 함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사과와 책임자 처벌, 검경의 강압통치 중단, 밀어붙이기식 반민주. 반민생 악법 추진 중단 등 이명박 정권은 국민적 요구를 외면하고 오히려 기존 통치 방식 고수와 MB악법 강행을 공언하고 있다.

국민의 정당한 목소리를 자신에 대한 반대로 받아들이고, 시대의 올바른 지향을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는 독재정권식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경찰 차벽은 서울광장만 봉쇄한 것이 아니다.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소통이 죄가 되고, 언론인들이 잇달아 체포되고, 판사가 헌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없으며, 국회의원이 청와대의 거수기로 혹사당하는 등 이미 민주주의는 철저히 유린되고 있다.

지속적인 경제-민생위기로 수없이 많은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지만, 이 정권은 부자감세 100조, 무려 19조의 세금낭비와 환경파괴를 불러올 4대강 죽이기 개발 사업 등에 여념이 없고, 재벌건설사, 부동산투기꾼, 강부자 편향 정책을 국민적 비난에도 불구하고 고수하고 있다.

지금 국민들은 그런 데 세금을 쓸 것이 아니라 교육-보육분야, 실업-일자리문제 해결 등에 최우선적으로 세금을 써줄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제발 서민을 살리는 정책을 어서 시행해줄 것을 간절하게 염원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권은 이를 싸늘히 외면하고 있다.

비정규직 관련법을 더 개악하고, 최저임금마저 더 삭감하려 시도하고 있고, 쌍용자동차 등 여러 사업장에서 대량해고를 진행하여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서민에게 전가하고 있다. 박종태 화물노동자의 죽음은 오늘 한국의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처참한 자화상이다.

남북관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6.15공동선언, 10.4선언을 부정하며 이행을 거부함으로써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몰아넣은 이 정권이 대북강경책을 고수하여 남북관계는 더욱 더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남도, 북도 더 이상의 어떠한 긴장조성 조치도 실행해서는 안 되며 어서 남북 당국 간의 대화에 나서 한반도에 깔린 긴장과 일촉즉발 대결의 그늘을 제거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회복하라! 서민도 좀 살아보자! 남북대결과 긴장고조 반대한다, 한반도 평화 시급하다! 이명박 정권, 해도 해도 정말 너무 한다...” 지금 이것이 바로 민심의 현 주소이다. 2008년엔 촛불문화제로, 2009년엔 조문행렬을 통해 보여줬던 국민들의 저항과 경고의 메시지를 이명박 정권은 직시해야 한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도 죄인이 된 용산 희생자들도 따뜻하게 위로받아야 하고, 목숨을 던져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를 고발한 고 박종태님의 외침도 즉각 수용되어야 한다.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은 없어야 한다. “전직 대통령도, 철거민도, 비정규노동자도, 서민들도, 이 땅에 태어난 그 누구도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이것이 지금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우리는 오늘 “국민을 이기는 권력자는 없다! 국민이 대통령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서민들도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라는 평범하고도 아름다운 진실이 고사되어가는 것을 6월 항쟁의 정신으로 연대하고, 행동해서 반드시 되찾을 것을 결의한다.

오늘을 계기로 이제 민주, 진보, 개혁을 바라는 범 세력들이 다 같이 힘을 합쳐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 남북관계의 평화적 회복, 서민 살리기에 차이를 넘어 단결된 힘을 모아나갈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불순한 저의와 음흉한 기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모든 양심세력과 함께 총력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한다.
2009년 6월 10일
6월항쟁계승! 민주회복! 범국민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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