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농민화가’로 널리 알려진 이종구 선생님의 개인전이 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국토-세 개의 풍경>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 농민과 농촌, 땅과 더불어 사는 이들의 현실을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이에 내재된 저항과 절망 그리고 희망을 담아낸 작품 17점이 전시된다.

▲ ⓒ이종구.검은대지-9805.2008.한지에아크릴릭.162x97cm.광주신세계갤러리 제공.
농촌의 일꾼이자 식구이며 인간의 자화상이기도 한 ‘소’ 를 그린「검은 대지」연작에서는 우직한 노동의 상징인 소를 빗대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농부의 초상을 보여준다. 깊어진 눈망울이나 조금은 사나운 소의 모습은 삶의 질곡이 더욱 깊어진 농촌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또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그린 「빨래」연작에서는 이른바 몸빼바지라고 불리는 옷을 통해 고된 노동을 감내하는 농부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빨아 널어놓은 몸빼바지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으며, 그 아래로는 이 물을 받아놓기 위해 플라스틱용기가 놓여져 있다. 물에는 오랜 동안 자연과 씨름하고, 또 조율하며 살아가는 농민들의 고된 삶이 담겨져 마치 정화수와도 같은 신성함마저 느끼게 한다.

「풍경」연작은 저공비행하는 항공기 아래에 보여지는 들판위로 그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모습을 그린 것으로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농민의 모습위로 드리워진 어두운 사회현실을 암시해주고 있으며, ‘삼존불’ ‘부여’ ‘경주’ 등을 그린 「만월」연작은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달밤의 풍경을 그린 작품들로, 사회구조의 본질과 현실이 역사적 정경에 숨어 적막한 심상으로 드러난다. 숨막히게 질주하는 현재의 불안과 위기를 달밤의 어두움과 사물의 고독 등으로 암시해주고 있다.

작가 이종구 선생은 충남 서산生으로 농촌 마을인 오지리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농촌의 현실에 눈뜨게 되었고, 고향 사람들과 그들의 터전인 땅, 농사, 소 등이 작품의 중심 주제로 자리잡게 되었다. 초기에는 캔버스나 종이가 아닌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곡 부대에 극사실적으로 농촌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으며, 1980년대 군사독재 치하에서 민중의 오랜 염원이었던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애썼던 ‘민중미술’ 계열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면서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오랫동안 고향마을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작업의 중심에 위치해 있었지만, 2000년대에 들어와서 물, 국토, 백두대간 등으로 관심의 폭을 넓혀 우리 삶의 근간인 자연과 그것을 둘러싸고 형성된 역사와 문화를 장엄하고 스펙터클하게 그려냈다. 지난 20여년간의 이러한 노력들은 2005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정한 ‘올해의 작가’로 초대되면서 결실을 맺었다.

신세계갤러리 관계자는 ‘우리 농촌과 우리 땅, 나아가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작가의 진실한 눈을 통해 진지하게 바라보며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전했다.

작가약력
1954 충남 서산 출생
1976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
1988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현 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학과 교수

주요 개인전
2009 국토: 세개의 풍경, 학고재, 서울
2006 두 개의 방: 대추리_바그다드, 평화공간, 서울
2005 올해의 작가2005-이종구,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04 땅의 정신 땅의 얼굴, 북하우스, 헤이리, 파주
2003 주인을 찾습니다 - 이라크·이슬람기행전, 신세계갤러리, 인천
1996 가나미술상 수상기념전, 가나화랑, 서울
1990 오지리 사람들, 오지초등학교, 서산
1986 땅의 사람들, 그림마당·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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