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고노동자 70일 고공농성 건강악화로 해산 
 “시민들께 감사...마음은 승리, 힘내서 투쟁할 것”
  “로케트 경영진, 묵묵부답 속 여론 피하기 일관”


▲ 로케트 전기 해고노동자 이주석씨가 고공농성을 중단하고 소방용 사다리차에 의해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다. ⓒ안병현 기자
로케트전기 복직투쟁 626일째, 고공농성 70일째. 유제휘(39), 이주석(41) 두 해고노동자가 19일 오전 옛 전남도청 앞 교통관제 철탑 고공농성을 끝내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지난 3월11일 ‘해고노동자 7명 복직과 합의안 준수’를 내걸고 30미터, 0.3평에서 보낸지 70일만이다.

이날 두 노동자는 가족과 동료, 그리고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사회단체 간부들이 지켜본 가운데 소방용 고공사다리를 이용하여 땅을 밟았다. 유 씨와 이 씨는 초췌한 모습과 깍지 못한 긴수염으로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에도 두 다리는 심하게 떨렸다. (아래 기자회견문 전문 참조)

유 씨는 “마무리(복직)를 잘 하려고 올라갔는데 해결되지 못해 가슴이 아프고 죄송하다. 우리가 얼마나 잘못 했는지 회사 측에 묻고 싶다”며 “앞으로 건강 잘 챙겨서 투쟁을 계속 이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씨는 “농성을 시작 할 당시에는 70일간 될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광주시민들께서 로케트 해고문제와 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 등에 많은 관심을 보여줘 감사하다”며 “너무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으면서 앞으로 노동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결심을 하게 됐다”고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 70일간 로케트 전기측에 해고노동자 7명의 복직을 요구하며 옛 전남도청 앞 30미터 교통관제 철탑위에서 고공농성을 전개한 이주석(왼쪽)씨와 유제휘씨가 19일 농성해산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병현 기자
▲ 70일간 고공농성을 전개한 로케트 해고노동자 유제휘씨가 소방관의 부축을 받아 농성장을 나오고 있다. ⓒ안병현 기자
지난해 9월 광주시청 앞 교통관제탑 고공농성에 이어  두번째 투쟁을 전개한 이 씨도 “70일 고공농성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회사측에 분노를 느낀다”며 “비록 문제해결이 되지 못했지만 광주시민과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다시 힘차게 투쟁하겠다”고 ‘끝나지 않는 복직투쟁’을 선언했다.

유 씨는 기자들에게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1지회장 자살과 관련 “시기는 다르지만 로케트와 대한통운의 상황은 같다”며 “박 동지의 죽음을 언론이 왜곡하고 고인의 넋조차 제대로 기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이어 유 씨는 "현실은 쉬고 싶지만 마음은 박 열사의 영전을 찾는 것"이라며 가까웠던 동지의 죽음을 아파했다. 이씨도 “어머니와 형님이 보고 싶다”며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두 노동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동부소방서 응급환자 차량으로 기독교병원으로 향했다.

동료 해고노동자로서 두 사람의 고공투쟁을 지상에서 보살피고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에게 알렸던 오미령(38)씨는 “2차례의 고공농성과 천막농성 등 할 것은 다해봤다”면서도 “비록 70일간의 고공농성은 오늘로 접지만 626일의 복직투쟁은 포기 할 수 없다”고 투쟁의지를 밝혔다.
▲ 로케트 해고노동자 유제휘(39)씨가 지난 3월11일부터 고공농성을 전개한지 70일만에 내려와 동료의 부축을 받고 있다. ⓒ광주인
▲ 이주석씨가 고공농성장을 내려와 동료들의 부축을 받고 있다. ⓒ광주인
이어 오 씨는 “로케트 해고 투쟁에 많은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연대를 보내줘 감사했다”며 “후회 없는 70일간의 싸움이었으며, 지금이 가장 힘들지만 마음만은 승리했다”고 평가하고 시민들에게 거듭 감사를 전했다. 로케트 해고노동자들은 “당분간 유 씨와 이 씨의 건강회복을 돌본 후, 새로운 복직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두 노동자들이 지상으로 내려오기 전에 민주노총 금속노조광주전남지부(지부장 심종섭)는 즉석집회를 열고 “두 노동자의 70일 투쟁은 많은 시민들에게 열악한 노동자의 현실과 자본의 횡포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두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로케트 자본을 심판하는 투쟁을 새롭게 전개 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두 해고노동자의 고공농성 해산 직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로케트 전기를 비난하고 '계속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광주인
이에 앞서 최근 복직문제와 관련 광주지방노동청이 회사측에 중재에 나서 광주 공장장이 경영진에게 건의하여 입장을 18일까지 주기로 했으나 응답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 측은 20일까지 답을 주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로케트전기는 지난 2007년 9월1일 임금 100여만원을 받은 노동자 11명을 경영상의 위기를 내세워 ‘정리해고’했으며, 해고노동자들은 “노조활동을 탄압하기 위한 표적해고”라고 반발해왔다.

이후 11명 중 2명은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따라 복직됐으며 나머지 7명은 회사측이 경영상 이유를 들어 협상조차 반대하다가 추석을 앞두고 지난 2008년 9월4일 광주시청 앞 교통관제탑에서 5일 동안 이주석씨와 전성문(41)씨가 고공농성을 전개하기도 했다.

▲ 농성해산 후 동료노동자들이 70일간 고공농성을 지원했던 천막농성장을 철거하고 있다. ⓒ광주인
이를 계기로 ‘신규채용시 해고자 우선 고용’에 합의 했으나 사측은 올해 초 신규사원 채용을 하면서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해고자를 제외시켜 지역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로케트전기 쪽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8억여 원이 났지만, 40억원의 이자 부담 때문에 경영이 여전히 어렵다”며 ‘경영상 이유’만을 반복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로케트전기는 지난해 9월 추석 전 해고자들의 고공농성과 이번 70일간의 죽음을 각오한 농성에 대해 급등하는 비난여론을 일단 피하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약속’도 '헛 약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문 전문]
로케트 해고자 철탑 고공농성 70일!
고공농성을 해제하며 로케트 자본을 규탄한다.


고공농성 투쟁은 로케트 자본의 비도덕적 작태와 악랄함을 다시한번 학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5월19일, 오늘은 노동자 7명이 로케트전기에서 비민주적이고 반인륜적으로 인 해고된 지 626일째 되는 날입니다. 또한 해고노동자 두 명이 몟 도청 앞 교통관제 철탑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70째 되믐 날이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해고와 함께 시작된 복직투쟁과 70일 고공농성 투쟁은 로케트 자본의 비도덕적 작태와 악랄함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로케트전기는 지난 2007년 9월 회사가 어렵다며 이른바 '구조조정'이라는 가면을 쓰고, 민주 노조 활동을 하는 노동자들을 부부사원조차 한날 동시에 해고하는 ‘표적해고’를 자행했습니다. 당시회사는 ‘신규채용 시 해고자를 우선 채용한다는’합의서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어렵다고 엄살을 부리던 로케트전기는 2008년부터 신규채용을 암암리에 진행하다가 올해 2월에는 인터넷과 구직관련 공공 관청에 아예 드러내놓고 신규채용을 진행했습니다. 해과들이 500일이 넘게 복직을 호소하고 있을 때입니다.

이처럼 노사 합의서조차 파기하고 해고자들을 배제한 채 신규채용을 강행하는 로케트 자본의 폭거에 맞서 해고 노동자 두 명이 고공 농성을 벌이게 된 것입니다.

고공농성기간 동안 우리는 로케트가 비민주적이고 반인류적인 해고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여러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지역 노동계와 시민단체들도 ‘시민대책위’를 만들고 로케트전기의 해고사태가 민주의 성지인 광주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광주 시민들의 바람대로 해결되길 노력했습니다.

해고 노동자들도 고고농성중인 동y들이 하루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땅을 밟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요구를 낮춰서 양보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악덕기업 로케트 자본은 이 조차 묵살하며 광주 시민들의 바람을 저버렸습니다. 오히려 해고자들이 지쳐서 고공농성을 그만두고 복직을 위한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돼 있습니다. 로케트자본은 지금 해고자들을 포함해 연인된 200여명에 가까운 광주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고소고발하고 있습니다. 해고자들에게 우호적인 광주시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관할 행정기관들은 로케트 해고사태를 수수방관하더니 이제는 아예 방치하고 있습니다. 피를 흘리며 스러진 사람을 치료하여 일어서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출혈과다로 제풀에 지쳐 사망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행정관청들은 왜 광주시민들이 질시의 눈길을 보내는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고공농성 70일째인 오늘, 피눈물이 나지만 고공농성을 마무리합니다. 70일을 맞는 고공농성 해고 노동자들을 이미 건강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다리 근육이 물처럼 흐물거리며 앙상하게 말라서 뼈만 남았습니다.

고공농성이 더 계속 된다면 해고자들의 목숨마저 위협할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 행정관정과 로케트 자본의 무책임한 양태로 고공농성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좁은 공간에 갇힌 해고자들의 지친 심신을 고려할 때,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와 같은 불행한 사태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70일째 되는 오늘로 로케트 해고자들의 고공농성을 해제하기로 햇습니다.

고공농성 해제는 투쟁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는 시작입니다.

5월 한 복판의 광주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이렇게 고공농성을 풀게 되어 죄송한 마음금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고공농성 푸는 것은 투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는 시작이 될 것입니다. 고공 농성자들의 건강을 회복함과 함께 로케트 자본을 압박하기 위한 또 다른 투쟁을 준비하고 시작할 것입니다.

고공농성기간 동안 로케트 해고자들의 고공농성장을 방문하시어 해고자들, 그리고 함께 농성을 진행한 지역의 많은 단체의 성원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광주시민 여러분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고공농성 투쟁을 전개하는 로케트 해고자들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많은 단체와 개인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로케트자본은 고공농성 해제로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란 사실을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고공농성자들을 죽음을 문턱까지 몰아가며 사태를 방치한 로케트 자본을 심판하는 새로운 투쟁을 전개할 나갈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둡니다.

로케트전기는 합의서를 이행하고 해고자를 복직시켜라!
노동자를 탄압라고 민주주의 말살하는 로케트 자본 규탄한다!
2009년 5월 19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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