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원형보존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원칙"
 원로, "정부는 문화중심도시 차질 없이 진행" 촉구

▲ 광주전남 각계 원로16인이 28일 오후2시 옛 전남도청 별관 앞마당에서 '원형보존과 차질없는 문화전당 공사진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신경진 5.18부상자회장, 정수만 5.18유족회장, 이귀님 참교육교사가족회장, 지선 전 백양사 주지, 리명한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김진규 기자
사회단체와 대학생에 이어 광주전남 각계 원로들이 옛 전남도청 별관 원형보존을 촉구하고 나서 향후 전국적인 여론형성에 큰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후2시 강신석 목사 전 5․18재단 이사장, 지선 전 백양사 주지, 현지 원효사 주지, 정해숙 전 전교조위원장, 김동원교수 전 5․18재단 이사장,  문병란 조선대 명예교수 리명한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등 각계원로 16인은 옛 전남도청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형보존을 촉구했다. (아래 명단. 성명서 참조)

이들 원로들은 이날 성명에서 "옛 도청별관 문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투명하고 명쾌하게 의견을 수렵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므로 실질적으로 추진단의 책임이 매우 크다"며 동시에 "오월단체의 서툰 대응으로 오해의 소지를 만든것도 사실"이라고 과정과 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원로들은 "석연치 않는 절차상의 문제, 오월단체들이 별관철거에 합의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일부 행위를 빌미로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의 지연 책임을 오월단체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라며 "최근 광주사회가 분분한 의견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고 여론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 지선 전 백양사 주지가 옛 전남도청 별관 원형보존을 촉구하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김진규 기자
이어 원로들은 "광주가 별관문제로 분열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실제로 추진단이 지나치게 경직된 자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추진단의 '철거론'을 "완강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들 원로들은 해법으로 "정부가 직접 나서서 '옛 도청 별관문제와 상관 없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천명하면 된다"며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광주의 의견이 모아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점을 명확히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원형보존을 주장하는 단체들에게도 "빠른 시일안에 스스로 '단일안'을 도출하여 정부를 설득해야한다"며 "오월단체에게 일방적으로 '광주미래를 위한 양보와 희생'을 강제하기 보다는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을 광주 스스로 먼저 정해야 한다"고 원형보존을 주장했다. 

이들은 결론적으로 "전 세계적인 상징이 될 민주성지는 원형대로 보존되아야 하며 그 토대 위에서 모든 종합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이 옳다"며 " 우리의 충정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광주시민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을 천명했다.

리명한 민작회의 고문은 의견발언에서 "옛 전남도청 별관을 원형보존하여 역사적인 진실을 바로 세워야 한다"며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보존하자"고 주장했다.

또 지선 전 백양사 주지도 "별관이 아니라 증축보존건물이라며 추진단이 처음부터 소통을 안했다"며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며, 5월단체도 각성하여 보존운동에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농성 중인 5월단체 회원들이 지켜본 가운데 지선 전 백양사 주지, 리명한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이귀님 참교육 교사 가족회장(고 윤영규 전교조 위원장 부인) 등이 참석했다.  

[원로 기자회견문 전문]
정부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을 차질 없이 시행하라!


아시아문화전당 건립문제로 광주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구 도청별관의 존폐에 대한 찬반 성명서가 여러 분야에서 발표되고 있고, 추진단은 법적 대응이라는 압박수단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핵심은 구 도청별관의 존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 전체의 심각한 왜곡이나 축소 문제가 은폐되어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구 도청별관 문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투명하고 명쾌하게 의견을 수렴하지 못해서 발생한 것이므로 실질적으로 추진단의 책임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물론 오월단체들도 서툰 대응으로 오해의 소지를 크게 만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석연치 않은 절차상의 문제, 다시 말하면 오월단체들이 별관철거에 합의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일부 행위를 빌미로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의 지연 책임을 오월단체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파렴치한 행위입니다.

현재 광주사회가 분분한 의견으로 분열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부끄러운 일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민주사회의 본래 모습이 여러 다양한 의견들을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이 아니던가요? 게다가 광주가 별관문제로 분열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은 실제로 추진단이 지나치게 경직된 자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문화재나 건축에 관한 전문가들의 견해에 의하면, 구 도청을 원형대로 보존하는 것은 큰 설계변경 없이도 가능하며, 비용이 특별히 많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추진단은 아예 이런 제안마저 검토조차 하지 않고, 무조건 철거 외에는 아무 대안도 있을 수 없다는 완강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추진단의 완강한 태도는 결국 현 정부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에 대하여 그다지 의욕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자세로 보입니다. 현 정부는 구 도청별관 문제를 빌미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을 왜곡하거나 축소할 명분을 찾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해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구 도청별관 문제와 상관없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점을 천명하면 되는 것입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구 도청별관 문제는 광주의 의견이 모아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점을 명확히 해주면 되는 것입니다.

구 도청별관 문제를 볼모로 하여 더 이상 광주를 압박하거나 협박하는 자세를 보여서는 안 됩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정책이 마구 흔들린다면 누가 정부를 믿고 신뢰하겠습니까?

우리도 모든 책임을 정부에게만 돌리지 말고 해결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광주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스스로 ‘단일안’을 도출해내야 합니다. 그 단일안을 가지고 정부를 설득해야 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세워야 할 기준은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토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월단체에게 일방적으로 ‘광주 미래를 위한 양보와 희생’을 강제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을 광주 스스로 먼저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적 상징이 될 민주성지는 원형대로 보존되어야 하며, 그 토대 위에서 모든 종합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이 옳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며 주장입니다.

우리의 주장
1. 정부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점을 재천명하라.
2. 추진단은 경직된 자세를 버리고 전문가들이 제시한 제안들을 즉각 검토하 고, 모든 강압적인 법적 조치를 폐기하라.
3. 광주시민들은 오월성지를 원형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돌아가 단일안을 만들어 주실 것을 촉구한다.
4. 우리의 충정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광주시민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을 천명한다.
2009년 4월 27일

강신석목사(전 5․18재단 이사장), 김동원교수(전 5․18재단 이사장), 노희관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문병란(조선대 명예교수), 안성례(오월어머니집 대표), 안진오(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이광우(전 5․18재단 이사장), 이홍길(전 5․18재단 이사장), 장두석(민족의학자), 정동년(5․18관련자, 내란 수괴), 정해숙(전 전교조위원장), 조비오신부(전 5․18재단 이사장), 지선스님(전 백양사 주지), 현지스님(원효사주지), 이귀님(참교육 교사 가족회장), 리명한(민족문화작가회의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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