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철/마릴린 몬로의 요새. 롯데화랑제공
광주롯데화랑에서 봄맞이 기획전으로 ‘hopeful words ; 꿈은 왜 꾸는가!’ 展을 연다. 초대 작가는 김광철(평면/회화, 퍼포먼스), 김혜란(평면/동화일러스트), 서기오(평면/회화), 소빈(입체/닥종이 공예), 채경남(평면/회화) 등 5명이다.


현대인의 일상에서 반복되는 상실감과 이내 떠오르는 희망에 대한 감정의 깊이는 어느 정도일까. 사회구조와 이상의 틈새에서 생의 소신 있는 주체로 살기보다는 내몰리는 삶의 객체로 전락하는 상태, 그 안에서 상실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hopeful words ; 꿈은 왜 꾸는가!’ 전은 우리가 안고 가는 희망에 관한 이야기이다. 상실과 희망이 교차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우리들 꿈의 원형에 대한 이야기 말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부단히, 그러나 조용히 달려온 5인의 작가를 통해 그 이야기를 풀어간다. 김광철은 퍼포먼스 아트로 익히 알려진 작가이다. 2008년부터 회화작업을 다시 시작한 그의 동향도 흥미롭지만, 익숙한 인물을 모티브로 잡다한 사물을 ‘요새’ 안에 표현한 형식이 이채롭다. 사적(史的)인물들을 등장시킴으로 우리가 인지해온 사실과 다른 상상의 세계를 제시하는 그는 몽상과 현실을 배치, 유쾌하고 역설적인 ‘허구적 실체’를 담고자 한다.

김광철의 우의적 시선과는 달리 서기오의 방식은 사뭇 사색적이다. 재료 구입에 대한 부담감에서 출발했다는 그의 볼펜 작업은사유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깨알 같은 글씨와 손놀림으로 자신의 이야기, 혹은 타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 가까이 다가서게 하는 작가만의 개성은 자기 안의 끊임없는 사색을 통해 끝내 바깥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그의 간절함에서 시작한다.

서기오의 방식에 비하면 소빈의 작업은 직접적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아이가 없는 형수님을 위해 인형을 선물하고자 만들기 시작한 소빈의 닥종이 작업은 그 마음만큼이나 지독히 우리의 마음을 동하게 한다. 힘든 시기에 가족의 사랑이 그리운 것처럼 모든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적 부분을 작품을 통해 제시하는 그의 작업은 고된 제작과정을 반영하듯 가슴 아리고, 때로는 기쁘기까지 하다.

동화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김혜란의 원화 또한 유년시절의 소망을 재생이라도 하듯 오롯이 잃어버린 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부드러운 파스텔로 정교한 수작업을 통해 드러나는 김혜란의 동화 원화는 저마다의 꿈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 일상에서 달콤한 휴식으로 다가온다.

설화를 비롯한 서사적 구조를 모티브로 작업해 온 채경남은 이상과 현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듯하다. 그 소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든, 보이는 것이든 그이의 작업은 이상이 현실 안에서 온전히 살아 숨쉬는 염원의 세계를 반영한다. 조소전공으로 미대를 졸업한 이후 15년 넘게 외로이 회화작업을 단행해 온 그의 경로를 보더라도 작가가 보고 가는 가치관이 얼마나 확고한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각각의 희망이 끝까지 온전하길 바라는 마음의 비유적 표현이다. 그 표현을 ‘먹고 살기 힘든’ 미술가의 시선을 통해 드러낼 뿐이다. 미술이 어떠한 실험적 성향을 천명하지 않더라도, 그 형식이 부득이 첨단이지 않더라도 지금을 함께하는 세인들에게 가슴 뭉클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의미 그대로 사람을 위한 미술이 되지 않을까?

문화가 자본의 힘에 의해 좌지우지당하는 이 부박한 시대에 객관이 주가 아닌 우리네 정서의 보이지 않는 영성이 다시금 일어서길 바라며. 따듯한 봄날을 기대해본다.

■ 대표작품 정보 및 작업노트


김광철 마릴린 몬로의 요새 / 116 × 91cm / 캔버스 위에 유채 / 2009
김광철 language flower / solo movement performance art / sound / 17minute / 2009
작업은 초점화 된 사물들을 요새라는 테마 속에, 연관 또는 무연관되어 허공 속의 공간에서 떠도는 형상을 띠고 있다. 역사란 알려진 것과 알려지지 않는 것이 있다. 역사란 하나의 관점이며, 이러한 관점은 보여 질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한 관찰적 시각이다. 감각적 세계를 통해 사실을 알기는 어렵다. 시공의 변화 속에 형태는 무한하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오류는 물질의 세계 속에 육체를 가진 존재들에게는 필연적인 일이고 사건이다. 그러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인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 이것은 상상의 세계이다. 보이는 것과 다른 허구의 세계, 인식과 인지의 문제가 아닌......, 사실에 토대하는 직감내지 육감의 세계가 아닌, 한계 없는 상상의 우주이다. 몽상의 현실 안에 유쾌하고 패러독스한 허구적 실체를 담아내 보여주고자 한다.

김혜란 인어의 꿈 / 28 × 35cm / 종이 위에 소프트 파스텔 / 2009
김혜란 꿈꾸는 토끼 / 30 × 35cm / 종이 위에 소프트 파스텔 / 2009
내가 어렸을 적에는 혼자서 꿈꿀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파란 하늘에 흘러 가는 흰 구름을 보면서, 돌돌거리며 달려가는 맑은 개울물을 보면서, 해질녘 노을빛에 물들어 서걱거리는 갈대를 보면서......,
하지만 지금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너무나 바쁘다.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 온 종일 지치는 줄도 모르고 종종거리다가 해가 지고 밤 이 되어서야 무거운 몸을 잠자리에 누인다. 그런 생활에 꿈이 비집고 들어갈 여유란 없어 보인다.
그래도, 살아 있는 모든 것에는 꿈이 있을 것이다. 아이도 토끼도 코끼리도 예쁜 꽃도 잡초도 생명 있는 것들, 심지어 생명 없는 것들조차 꿈을 꿀 것이 다. 꿈꾸고 있는 내 조촐한 그림을 바라보면서, 무엇에 치여 꿈꾸기를 멈춰 버 린 모든 이들이 잠시나마 고운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서기오 모래의 꿈 / 38 × 50cm / 종이 위에 볼펜 / 2009
서기오 꿈소리 / 21 × 14. 6cm / 종이 위에 볼펜 / 2009
어둠 속에 한 아이가 있다. 무섭기는 하지만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 며 마음을 달래보려 한다. 아이는 노랫소리에 이끌려 걷다가 서기를 반복한다. 길을 잃고 거리를 헤매고는 있지만 어떻게든 몸을 숨길 곳을 찾거나 막연히 나 지막한 노래를 의지 삼아 겨우겨우 앞으로 나아간다. 모름지기 이러한 노래는 안정되고 고요한 중심의 스케치로서 카오스의 한가운데서 안정과 고요함을 가 져다준다. 아이는 노래를 부르는 동시에 어딘가로 도약하거나 걸음걸이를 잰걸 음으로 했다가 느린 걸음으로 바꾸거나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름 아니라 이 노래 자체가 이미 하나의 도약이다. 노래는 카오스 속에서 날아올라 다시 카오 스 한가운데서 질서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노래는 언제 흩어져 버릴지 모 르는 위험에 쳐해 있기도 하다. 이처럼 아리아드네는 언제나 한 가지 음색을 퍼뜨리고 있다. 오르페우스의 노래도 마찬가지다. - 페이지 589(들뢰즈의 천개 의 고원 중에서)

소 빈 나를 듣다 / 35 × 12× 10cm / 한지 외 혼합재료 / 2008
소 빈 비 천 / 15 × 15 × 30cm / 한지 외 혼합재료 / 2008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나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생각과 같은 영역 을 공유하고 그들로부터 웃음과 눈물 한줌 쏟게 할 수 있다면 내 몫은 거기까 지다. 더 많은 욕심도 있었고,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언제나 때가 있 더라! 내 노력이 있는 한 때가 오리라 믿는다. 문득 하늘 어느 별에 있을 것 같은 어린왕자가 그리워지는 때다.

채경남 푸른 열정 / 144 × 60.5cm / 혼합재료 / 2008
채경남 아이야! / 90.9 × 72.7cm / 혼합재료 / 2009
꿈을 꾼다는 것은 성장하는 것이고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본성이라고 생각한 다. 그것이 소위 ‘된장녀’라고 비판 받는 여인의 꿈이든, 순수한 사랑의 열 정이든, 첫 생명 앞의 수많은 가능성이든……, 단지 살아있기 때문이다./ 롯데화랑제공 

■ 전시기간 : 2009. 2. 25(수) ~ 3. 10(화)
초대일시 : 2009. 2. 25(수) 오후 6시
오프닝 이벤트 : 김광철 퍼포먼스 아트 <language flower>
■ 장 소 : 광주롯데화랑(광주은행 본점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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