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보도 반론...“되레 여성 시위대가 그녀를 보호했다”

조선일보는 28일 인터넷판인 조선닷컴 톱으로 "27일 새벽 '광란의 태평로'… 50대 폭행 피해자의 목격담"이란 기사를 올렸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고진광(53·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공동대표)씨의 입을 빌려 27일 새벽 코리아나 호텔 앞에서 "폭력 시위대가 연약한 여성을 집단 린치한"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했다.

우연찮케도 본보 기자가 바로 그때 그 현장에서 거의 전 과정을 목격했다. 본보 기자는 "바로 옆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렇게 기사가 왜곡 확대 과장될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고 감상을 피력했다. 본보 기자의 목격기를 싣는다. [편집자 주]

[데일리서프 김동성 기자] 그 날 본 것에 대해 가감없이 말하겠다.

참고로 조선일보가 이 목격기의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사진에서 동그라미 표시가 돼있는 고진광 씨의 앞에 마스크를 입 밑으로 내리고 있는 여성 박 모씨(43)와 사진으로 봤을 때 고 씨의 왼쪽에 안경 쓰고 역시 마스크를 입 밑으로 내리고 있는 남성 장 모 씨(38)와는 상황 종료후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한 바 있다. 그들도 이 사건의 한 증인이고 조선일보와 고진광씨는 그 자리에 수많은 증인들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27일 새벽 세종로 사거리 일대는 한층 평화로웠다. 26일 오후 11시경 물대포의 등장에 다소 격한 충돌도 있었지만 통합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인간방패를 자처하고 나선 때문인지 경찰도 무리하게 진압하려 하지 않았고 시위대도 평화롭게 농성중이었다.

새벽 2시경 코리아나 호텔 앞에 50여명의 사람들이 웅성웅성 원모양으로 모여들었다. 자연스럽게 기자도 사람들을 헤치고 다가갔다. 20대 말로 보이는 한 여성이 중앙에 있었다. 기자가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이 여자가 뉴라이트다" "우리한테 빨갱이라는둥 폭도라는둥 욕을 한다" "조금전까지 남자가 옆에 있었는데 그 X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기자가 그녀에게 사실이냐고 물었으나 아무 답없이 전화기를 꺼내 여기저기 눌러보기만 했다.

다시 시위대에 그 남자는 누구였냐고 묻자 시위대 중 한명이 "뉴라이트의 봉거시기 있죠, 그X이요"라고 답했다.

설마 봉대표가 왔겠냐고 다시 묻자 "틀림없소 그X이 우리를 폭력적으로 유도하려고 이 여자와 같이 나타난 것이요"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뉴라이트 봉대표는 전날 KBS와 MBC에 나타나 촛불시위에 폭력을 행사하고 도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런 그가 신변 위협을 무릅쓰고 나타났다는 건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봉대표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묻자 조금전까지 여기 있다가 사라졌다는 답만 들었다.

조선일보에 목격담을 제보한 고진광씨가 주장한대로 자신이 폭행당했다는 그 순간을 보지 못했다. 약간의 시차가 날 수도 있다. 만약 조선일보 기사에 나온대로 고진광씨가 폭행을 당한게 사실이라면, 시위대는 고씨를 뉴라이트 봉대표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말 폭행을 당했다면 유감이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고씨의 입을 빌려 "시위대가 혼자 남겨진 그 여자를 집단 폭행했다"는 사실은 완전한 날조라고 본다. 기사에서 특히 이 부분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코와 입을 수건으로 가리고 눈만 내놓고 모자를 쓴 건장한 남자 10여명이 여자를 둘러싸고 위협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듯하더니, 한 남자가 여자의 목을 팔뚝으로 감았다. 다른 남자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았다. 또 다른 남자는 여자 뒤에서 여자의 다리를 발로 걷어찼다. 여자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저X 잡아 죽여!" "미친X"…. 여자를 둘러싼 시위대는 더 크게 소리쳤다. 여자를 둘러싼 남자들 중 일부가 여자의 가슴을 주먹으로 때렸다. 사색이 된 여자는 한 남자의 팔에 목이 감긴 채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현장에는 많은 기자들과 사진 기자들도 있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들은 왜 폭행 현장을 찍지 않았고, 기사를 쓰지 않았을까? 왜 기자도 현장에 있었는데 그런 기사를 쓰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그 여자를 둘러싼채 "우리한테 그만 욕하고 어서 떠나라"고 계속 권유하고 있었다. 오히려 집회 참가자들 가운데 몇몇 여자분들이 그 여자를 둘러싸고 혹시라도 남자들이 접근해 폭력을 휘두를까봐 막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 여자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핸드폰을 들고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있었다. 답답했던 시위대는 경찰방향으로 이열 종대로 길을 내주면서 어서 갈길 가라고 권유했지만 그녀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간혹 "뉴라이트 하니깐 알바비 주더냐" "인간들아 그렇게 살지마라"는 등의 조소를 보내는 이도 있었지만 어떤 폭력도 없었다.

20여분간 이 상황이 지속되자 흥분한 시위대 중 한명이 손에 들고 있던 작은 생수병의 물을 흩뿌리는 돌발상황이 발생한 것이 유일하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집회 참가자들이 오히려 그 사람의 팔을 제치고 끌고 나가서 "왜 물을 뿌리느냐"고 혼을 내줬다.

5분여 시간이 흐르자 그녀도 생각이 달라졌는지 경찰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 서울역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녀를 쫓아가 자세한 상황을 더 묻고 싶었지만 시위대가 누구도 그녀를 쫓아가지 못하게 ‘가지마’ ‘가지마’를 외치며 막아섰다. 혹 흥분한 시민이 해코지할까봐 극도로 신경쓰는 자세였다.

고 씨의 목격담에서 기자가 또 한가지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 있다. 고 씨는 "상황이 종료된 후 30분 정도 지난 후 정신을 차려 코리아나 호텔 쪽으로 가니깐 호텔은 엉망이었다. 유리창이 깨진 상태였고, 시위대가 던진 쓰레기가 로비 안에까지 쌓여 있었다"고 말한 대목이다.

상황이 종료 됐을 때, 코리아나 호텔 주변은 전경 1개중대가 철통같이 둘러싸고 있었고 로비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27일 코리아나 호텔의 로비 유리창이 깨진 적이 없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더구나 굳게 닫힌 로빈 안을 누구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당연히 로비 안까지 쓰레기를 투척하는 건 불가능했다. 도대체 고 씨는 어떻게 철통같은 경비의 전경중대를 뚫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으며, 유리창이 깨졌다는데 전경들은 뭘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이미 전경이 둘러싸고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고 있었는데, 만에 하나 유리창이 깨졌다손 치더라도 고 씨가 목격할 때까지 그 깨진 유리창을 치우지 않고 방치하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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