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판단은 국민과 독자 몫...“딱걸렸다” 날뛰는건 ‘광기’ 탓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이른바 조중동 보수신문은 26일자 신문에서 MBC PD수첩에 대한 총공세를 퍼부었다.

조중동 보수신문들은 촛불집회의 배후로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심층보도한 PD수첩으로 꼽고 있는 것이 기본시각인 탓이다. 이들이 이날 소재로 써먹은 것은 PD수첩 번역에 참여했던 한 프리랜서 번역가가 MBC PD수첩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었다.

그 번역가는 지난 4월29일 방영된 PD수첩의 번역에 동원됐던 17명의 번역 프리랜서중 한명이다.

1면톱과 3면과 4면 지면을 통틀어 보도한 중앙일보나 1면 사이트톱에 3면을 거의 할애한 조선일보 등이 주장하는 요지는 "이 번역가가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 했지만 PD수첩이 이를 무시한채 제작을 강행했다"는 것이며, 또한 "주저앉는 소를 광우병과 연결한 건 왜곡"이란 점이다.

그러나 조중동 보수신문은 PD수첩이 지적한 대로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를 광우병과 연결시켜 보도한 전력이 있다. 미국의 소비자 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인터넷에 올린 동물학대동영상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미국내에 6만5천 톤의 냉동 쇠고기가 리콜됐을 때의 일이다.

조중동 보수신문은 지난 2월19일자 새벽에 송고된 미국 뉴욕의 특파원발 기사를 통해 사상최대의 쇠고기 리콜 사태를 기사화했다.

조선일보는 "미국 사상 최대 쇠고기 리콜...'병든소 동영상 파문' 냉동육 6만5천t"이란 제하의 기사에서 이 소식을 전하고 기사 말미에서 이렇게 전했다.

이번 리콜 대상은 웨스트랜드가 2006년 2월 1일 이후 캘리포니아 주 치노의 도축장에서 생산한 쇠고기이다. 미 농무부는 다우너 소의 경우 대·소변 속에서 버둥거리면서 면역체계가 약해지기 때문에 식중독균이나 광우병 등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동아일보 역시 특파원발 기사의 마지막 세 문장은 이렇다.

농무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대받은 소들은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병에 걸린 ‘다우너(downer) 소’들이었다. 규정상 다우너 소는 식품으로 사용될 수 없다. 광우병에 감염될 위험성이 일반 소보다 높기 때문이다.

다우너 소가 발견되면 즉시 연방정부 수의사에게 통보하고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이 회사는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인간 건강에 미칠 위험도는 2등급으로 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농무부 관리들은 “리콜 대상 쇠고기 대부분은 이미 소비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쇠고기를 먹고 질병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중앙일보의 경우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재검사 규정 무시= 미국 규정에 따르면 모든 소는 도축되기 전 검역요원의 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때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는 이른바 ‘다우너(downer)’ 소들이 발견되면 폐기 처분하는 게 원칙이다. 광우병, E콜라이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검사 후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즉각 재검사해야 한다. 그러나 이 회사 직원들은 규정을 무시한 채 병든 소들을 강제로 도축장에 끌고 갔다.

대개 한국신문의 특파원들이 보내는 기사는 미국정부의 보도자료라든지, 백악관 브리핑, 그리고 현지 유력언론들의 보도 등을 토대로 작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특파원 기사는 상당수 대개 비슷하다. 이들 3개의 기사를 봐도 조중동 3개 신문의 뉴욕특파원들이 크게 잘못 판단한 것은 없다.

주저앉는 소, 이른바 다우너 소는 이들 3개 신문이 보도했듯이 광우병 감염 위험이 있다. 다우너 소를 먹었다고 모두 광우병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나 감염 위험이 존재한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우너 소를 광우병으로 연결시킨다는 것은 왜곡 위험이 있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런 시각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번역자 정 모씨가 의뢰받은 번역을 하면서, 혹은 자신의 번역물로 제작된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런 취지의 얘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애초 그 프로그램의 의도는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여부를 짚어보는 기획프로그램이었다.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되겠지만, 한가지 사실의 다른 두가지 면모가 있을 때 그 기획에 맞는 면모를 부각시키는 것은 기획보도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법이다. 조선일보등 조중동 보수신문도 각종 기획기사를 쓰면서 이런 기법을 통해 사물의 한가지 측면만 부각시키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번역자의 말만을 토대로 마치 PD수첩이 사실을 왜곡했다고 몰아가는 태도다. 그것이 오히려 비이성적이다. 신문기자의 상식으로 봐서 그런 정도의 소스(취재원)에서 나온 사실을 토대로 자칭 몇백만부 팔린다는 신문지면을 몇페이지나 할애하는 그 집요함에서 오히려 광기를 엿볼 수 있다.

조중동 보수신문이 "미국 쇠고기 안전하다"는 취지의 일대 기획기사를 쓴다면, 틀림없이 다우너소를 먹었다고 모두 광우병 걸린 것은 아니란 사실을 부각시킬 것이 틀림없다. 그것이 기획의 의도성이다.

과연 다우너소를 도축했을 가능성이 높은 미국 쇠고기를 놓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수억분의 1이니 안전하다는 시각에서 기획을 하는 쪽과, 수억분의 1 확률이라도 광우병에 걸리면 죽는 것은 바로 당신이란 시각에 입각해서 보다 안전한 조치를 미리 구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획을 하는 쪽, 어느쪽이 더 도덕적으로 우월한지는 결국 국민이나 독자들이 판단할 수밖에 없다.

신문이 "다우너 소를 광우병과 연결시키는 것은 왜곡"이란 자신의 시각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까지는 용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시각을 왜곡이나 뭐니 몰아부치는 것은 결코 이성적인 태도가 아니다.

휴메인 소사이어티가 25일 다우너 소에 대한 세번째 동영상을 또다시 공개하자 미국의 에드 샤퍼 농무장관이 성명을 내고 "댜우너 소 도축금지 법규를 추진하고 있으나, 최종 법규가 마련되기 이전에라도 미국 쇠고기 업계가 자율적으로 다우너 소 도축을 하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왜 그랬겠는가. 결국 안전성 논란 때문이다. 다우너 소를 도축한 쇠고기를 먹었을 때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없다면 왜 미국 농무장관이 나서서 도축을 중지해달라고 호소하고 있고, 다우너 소에 대한 도축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다우너 규칙 개정안을 미국이 만들고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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