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교사 “인성교육차원에서 아이들이 작성... ‘친이명박’ 곡해 힘들다” 
  “동료교사 및 학교 측에 죄송하다”... “초딩과 맞선 이 대통령의  자화상”


“저와 학생들이 마치 친이명박, 에프티에이(FTA) 찬성, 광우병 찬성으로 저희들을 몰아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최근 ‘광주초등생들 이 대통령 단체 편지’를 지도했던 광주 ㅅ초교 윤아무개(27) 교사는 의도와 달리 정치적으로 이용 되어버린 ‘편지사태’에 대해 심경을 털어놨다. 

“의도를 몰라서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이 편지를 쓴 의도는 편지 중간에 주장한 두 가지 해결방법(△대통령이 직접 대시민 설명 △한국 검역권 확보)이었다. 그리고 반 아이들이 (이 대통령) 너무 심한 욕을 많이 해서 인격적, 도덕적 교육을 하려고 했다.” 26일 오후 늦게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윤 교사는 편지의 ‘진짜 의도’를 설명했다.

▲ 광주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주제로 보낸 편지 중 일부. ⓒ광주인
윤 교사는 “언론에만 커지지 않았으면 아이들이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그 자체만으로 많은 것을 깨달았을 것 이지만, 이번 편지소동으로 아이들도 악성 댓글 등에 시달리면서 신중한 댓글쓰기를 배우고 있다”고 편지소동에 따른 영향을 전했다.

윤 교사는 문제의 편지 ‘이 대통령 힘내세요’를 작성한 이유를 “지난 5월 경 부터 반 아이들이 이대통령에게 너무 심한 욕을 했다. 심지어 ‘원래는 일본 사람이었는데 한국 대통령이 되어서 한국 사람을 다 죽이려한다’는 괴담까지 서슴없이 아이들이 이야기 하는 것을 보고 도덕적, 인성적 교육 방법으로 정확히 알아보도록 과제를 내주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에 보낸 ‘문제의 편지’는 이런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 대한 사실을 확인한 과제를 바탕으로 “12일 반 아이들의 토론 중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하여 그중 제일 글을 잘 쓰는 한 아이가 마지막으로 작성했다. 문제가 된 내용 ‘선생님께서 이명박 대통령은 훌륭하다고 하셨다’ 대목은 윤 교사가 아이들 사이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심한 욕’을 듣고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경제인으로서 훌륭했었다’고 말한 것을 마지막으로 글을 쓴 아이가 자신의 의견으로 인용해서 쓴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이 부친 편지는 청와대에 도착했고 이어 23일 관계자로부터 윤 교사에게 공개여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와 이를 허락하면서 24일에 <동아> <연합뉴스> 인터넷 언론 등에 잇따라 보도되면서 각종 포털누리집에서 실시간 검색 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윤 교사 의도와 달리 ‘친이명박’, ‘에프티에이 및 광우병 찬성’으로 곡해되고 급기야 악성댓글 등 게시판에 등장했고 , "정치성을 내포한 편지"라는 비난여론이 빗발쳤다. 언론사 취재과정과  주변지인들로부터 '정치적으로 이용 당한 것 아니냐'는 질문과 우려가 이어졌다. 이 때마다 윤 교사는 "순수한 교육적 의도였다"며 진심을 강조했다고 한다.   

▲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광주 한 초등학생들에게 보낸 답장.이 대통령은 답장에서 '미국 정부가 보증한 안전한 쇠고기만 먹게 것', '검역에 대한 부분 더욱 치밀하게 강화했다'고 밝혔다. ⓒ광주인
한편 이 대통령의 답장도 23일 소인이 찍혀 26일 학교에 도착했다. 윤 교사가 전한 답장의 내용은 ‘아이들이 낸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 대시민설명은 지난번에 했으며, 검역주권은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다’는 요지. 답장을 받은 아이들의 반응에 대해 윤 교사는 “자신들의 의견을 (대통령이)존중해주는 것에 감사와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나, 어떤 아이는 평소 자신이 해온 악성댓글 쓰기에 대해 반성하고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반 학부모들의 여론에 대해 윤 교사는 “직접적인 반응은 아직 없었으며 아이들을 통해 접해본 여론은 ‘잘못했다’와 ‘순수한 의도를 믿고 잘했다’로 각각 나뉜 것 같다”며 “동료교사와 학교에 소란을 피워 죄송스럽게 생각 한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날 윤 교사는 교육청 관계자를 만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혀 “너무 혼란스러운” 편지소동의 뒷맛을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이런 윤 교사에게 반 아이들이 카페에 “선생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남들이 의도를 잘못 알고 있어요.”라고 위로의 글을 남기고 있다고 한다.

올해 교사 경력 3년째인 윤 교사는 순수한 교육적 의도를 밝히고 있으나 결과는 ‘정치적 이용과 악용’을 동시에 당하고 있다. 따라서 윤 교사가 의도한 교육적 목적과 방법의 일부 문제점은 짚을 대목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번 편지소동은 본질은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강행’이다.

이에 대한 반발여론이 초등학교 교실에서 대통령에 대한 심한 욕설로 나타난 셈이다. 거칠게 보면 이 대통령 때문에 어린이들의 맑은 심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초딩과 대통령이 맞선 2008년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을 명징하게 보여준 ‘광주초등생 편지소동’의 원인도 ‘이 대통령이 문제’였다.

25일 이명박 정부는 청와대 앞에서 한 초등학생을 불법시위자로 간주하고 전경버스로 연행한  '코미디'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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