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녹이는 여행”-뉴욕필의 평양 공연과 북미관계
“마음을 녹이는 여행”-뉴욕필의 평양 공연과 북미관계
  • 윤영덕 (전남대 5.18연구소 전임연구원
  • 승인 2008.03.03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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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국제관계 회고와 전망-2]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뉴욕필)가 지난 2월 26일 북한 평양의 동평양극장에서 미국 교향악단으로서는 최초로 북미관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문화교류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뉴욕필의 이번 평양 공연은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았으며, 일부 언론은 이번 공연이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는 사건으로서 북미관계 개선의 중요한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중국 사회과학원 일본연구소의 진시더(金熙德) 연구원도 중국 신화넷과의 인터뷰에서 뉴욕필의 이번 방북 공연을 “마음을 녹이는 여행”이라고 명명하면서, 북미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 2월26일 뉴욕 필 오케스트라단의 평양공연 모습. ⓒ신화통신 인터넷판

올해 54살인 진 연구원 겸 교수는 조선족 출신이며도쿄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를 받았으며  일본 전문가로서 한반도와 동북아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언론에서도 진 연구원은 동북아 국제정세와 관련 자주 인터뷰에 등장하고 있다.


진시더 연구원은 북한의 뉴욕필 방북 공연 초청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보내는 적극적인 신호”이며, 미국 측이 이를 수락한 것 또한 “북한에 대한 우호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에 뉴욕필을 초청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기존 방침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으로 단순한 민간교류가 아닌 북한 최고위층의 결단으로 이루어진 국가적인 정책결정”이라고 분석하였다.

진 연구원은 또한 북한의 이번 공연 초청은 “북한의 대미관계 개선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평가하였다. 북한처럼 폐쇄적인 사회에서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번 공연을 위해 평양 시내에 걸려 있던 반미 선전물을 철거하고, 공연장인 동평양극장에 인공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게양된 것, 공연의 첫 번째 연주곡으로 북한과 미국의 애국가가 연주된 것 등을 보았을 때 북한이 이번 행사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것이다. 
  
진시더 연구원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제6차 6자회담에서 합의한 2단계 조치의 이행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뉴욕필의 평양공연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를 위해 미국 대표단을 포함한 국제기구 대표단의 방북 이후 얻은 결론은 “북한의 핵불능화 과정이 단지 지체되고 있을 뿐 북한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며, 그래도 성의가 있다”는 것이지만, “미국 국내에는 여전히 전 유엔대사였던 볼튼과 같은 반북세력 혹은 반북 강경파가 존재한다”고 말하고, “이번 공연이 미국 국내의 강경여론을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진 연구원은 미국 최고의 전통을 지닌 뉴욕필이 “북한의 공연 초청을 수락한 것은 미국 국민들도 북한과의 화해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그는 특히 미국 정부가 뉴욕필의 평양 공연에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한 것은 미국도 북미관계 개선이라는 방침이 변하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이번 공연의 전말을 보았을 때, 북미 양측이 상호관계의 개선을 위한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다는 것이다.

진시더 연구원은 마지막으로 뉴욕필의 이번 평양 공연이 북미관계 개선과 동북아평화체제 구축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신화넷에 게재된 진시더 연구원과의 인터뷰 중 주요 내용을 요약해 정리한다.
(☞원문보기: http://news.xinhuanet.com/world/2008-02/27/content_7676350.htm)

- 뉴욕필의 이번 공연은 비정치적인 영역의 교류이지만 정치적인 색채를 띠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공연이 어떠한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십니까?

진시더: 뉴욕필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교향악단입니다. 뉴욕필의 음악 감독인 로린 마젤은 방북 전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왜 평양으로 가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는 순수한 민간 문화단체이며 악단이다.

우리가 평양에 가는 것은 그 어떤 정치적 목적도 없으며 정치와 무관하다”고 말했지만, “만약 우리들의 공연을 통해 북미간에 국민적 우호가 증진될 수 있다면 우리도 또한 기쁠 것”이라며 방북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뉴욕필은 음악을 통해 각국 국민들 간의 우의를 촉진하는데도 많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예컨대, 1959년에는 소련에서 세 차례의 공연을 한 바 있는데, 엄혹한 냉전시기에 뉴욕필이 소련을 방문해 공연함으로써 이데올로기와 체제의 차이를 뚫고 국민들 간에 쌓인 오해의 벽을 뛰어넘었습니다.

문화 교류는 편견을 깨뜨리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며 통로입니다. 뉴욕 필은 이번 방북 공연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있는 이란에서의 공연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는 뉴욕필의 공연이 비정치적이면서도 매우 큰 정치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것을 말해줍니다.

▲ ⓒ신화통신 인터넷판


- 뉴욕필의 이번 방북 공연이 지난 1970년대 중미 간의 “핑퐁외교”와 비견되는 “심포니 외교”(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뉴욕필의 이번 평양 공연을 “싱송(Sing-song)외교”라고 지칭하였다-편집자 주)라는 견해가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시더: 이 두 사건 간에는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는데 이 두 사건 모두 하나의 전주곡이었다는 것입니다. 중미 간의 해빙은 1969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69년에 닉슨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미국이 처한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1969년부터 중국인의 미국 비자 발급 조건 완화와 중국과의 무역관계 개선 등과 같은 조치들을 취합니다.

북미관계도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미국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철저하고 성실하게 신고한다면 완전한 핵 폐기가 아니더라도 북한을 테러 지원 국가 명단에서 삭제하고, 핵 폐기 프로세스가 더 진전된다면 즉각 정상적 무역대우를 하며, 세 번째 단계에서는 대표처와 연락처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이미 하였습니다. 이것은 중미관계가 보여줬던 과정과 유사한 것입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은 이제 북한에게 돌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핑퐁외교”는 외교사에서 하나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소위 “작은 공이 큰 공을 굴리게 만든 것”이지요. 1971년에 개최된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중국이 미국 대표단을 초청하고 닉슨도 이 교류를 승인합니다. 그리고 닉슨의 중국 방문 계획이 발표되지요.

그러나 현재의 북미관계는 당시의 중미관계와 약간 다른 점이 있습니다. 중미관계가 정상화될 당시는 냉전의 시기였지만 지금은 냉전이 해체된 상황이며, 현재 미국에게 있어서 북한이 갖는 전략적 의의도 1970년대 미소 대치 상황에서 중국이 갖고 있었던 전략적 의의만큼 클 것인가 하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1970년대 당시와 같이 미국은 이라크 문제 등으로 커다란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곧 끝나가는 시점에서 북미 양측은 상호관계의 경색국면을 돌파할 일종의 역사적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양측이 모두 상호관계 개선에 대한 강렬한 바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양측 지도자들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북미관계를 중미 화해와 같이 역사적인 사건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기회가 성공할 수 있느냐는 완전히 북미 양측 지도자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 현재의 국제정세에서 이번의 “심포니 외교”가 북미관계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

진시더: 제가 보기에 이러한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여전히 북미 양측 지도자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번 공연의 의의를 보다 비중 있게 보고 싶습니다. 이번 공연은 하나의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번 공연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각국의 반응을 보았을 때, 이것은 단순한 한차례의 문화예술 공연이 아니라고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연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북한과 미국 정부의 정치적 의지와 양국 민간의 우호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강경파(북한을 결코 신뢰하지 않는 세력)는 지금 침체상태에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가 아니면 언제 관계 개선을 추진할 수 있겠습니까?

수교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여부는 하나의 정치적인 이정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불가역성입니다. 닉슨이 1972년 중국을 방문하였지만 중미 수교는 실제적으로 1979년에야 이루어졌습니다. 7년의 시간을 기다린 셈이지요. 그러나 중미관계사를 본다면 누구도 1972년이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당시에 중미 수교는 단지 시간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은 전대미문의 곤경에 처해 있으며, 이미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집권하는 정부가 어떤 정부가 되더라도 북한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자본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6자회담이 상당히 진전되면서 회담 참여국들과 국제사회가 이미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다자간안보협력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한 대체적인 방향에 합의하고 있습니다. 상호신뢰와 위기관리능력 등의 부분에서 일정한 토대가 구축되면 이 방향으로의 진행과정은 거스를 수 없게 될 것이며, 북미관계의 개선도 낙관적입니다.

- 북미관계가 비교적 분명하고 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고 보십니까?

진시더: 지금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은 바로 부시정부가 임기 내에 북한을 테러지원국가의 명단에서 삭제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북한의 요구일 뿐만 아니라 미국이 당연히 해야 취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그 다음 단계는 북한과 미국이 정상적인 경제교류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국가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나의 국가가 정상적으로 국제사회에 진입하려고 할 때 미국이 반대한다면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도 바로 이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절박하게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북미 양측은 정치적 관계의 개선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일반 국민들 간의 상호이해를 통해 민간의 마음속에 얼어붙어 있는 얼음을 녹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뉴욕필의 평양 공연을 보면서 이번 공연에 어떠한 이름이 어울릴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을 녹이는 여행”으로 지칭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북미 간에 마음속의 얼음을 완전하게 녹여내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경제교류와,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자유로운 왕래가 이루어져 북한이 유학생들이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부시정부의 임기 내에 북한 유학생들을 초청하기 시작한다면 이것은 북미관계를 발전시키는 커다란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중일 정상 간의 회담이 예정되어 있고, 미국은 현재 대선을 위한 예비 경선이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명박(신임 한국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다른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취임하였고, 6자회담은 아직까지 차기 회의 날짜를 잡고 있지 못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번 “심포니 외교”가 북미관계와 동북아 정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진시더: 아태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양호한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며, 또한 각종 도전도 매우 엄준한 지역입니다. 아태지역의 모순은 주로 동북아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 모순은 북핵문제로 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미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문제는 결코 남북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북미관계가 어떠냐에 따라서 각국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번 뉴욕필의 평양 공연에 대해 주변 6개국의 신경이 집중되면서 표면적으로는 환영의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관련 국가들은 여전히 북미관계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자국의 이익 및 동북아 평화체제의 구축 과정과 연결해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공연은 문화예술적인 효과와 더불어 북한 국내에 미치는 영향 및 국제사회에 주는 의미가 비교적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은 동북아지역 전체로 보았을 때 하나의 희소식이며 복음입니다. 세계 각국은 모두 뉴욕필의 평양 공연이 몰고 온 정치적 효과를 환영하였습니다.

이를 보았을 때, 향후 6자 회담은 보다 화기애애할 것입니다. 뉴욕필의 평양에서 연주한 곡들을 시발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과정이 가속화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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