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문둥이다. 이 말에 아무렇지도 않다. 슬프지도 부끄럽지도 않다……” 시인 한하운은 자신의 시 말미에 이렇게 적어 놨다. 하지만 이글을 읽으며 한하운의 깊은 슬픔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시인이 사망한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사회에서 장애는 천형이며 장애인들은 차별받고 있다.

인화학교 문제가 2년이 지나면서 학부모님과 학생들, 그리고 대책위활동을 하는 활동가들이 지쳐있다. 242일간의 천막농성, 삼보일배, 삭발투쟁, 60일간의 천막수업, 52일간의 인권위점거농성 등 물러설 곳이 없는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을 했다.

그리고 9월 10일과 14일 교육감면담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인화학교 정상화를 위한 관선교장이던지 아니면 장기적 공립특수학교 설립, 단기적 특수학급 신설 요구에 대해 교육청은 ‘더 이상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포기를 선언하였다. 학부모들은 이 자리에서 빈손으로 나갈 수 없다며 전학갈 수 있도록 하여 현재 등교거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유급사태를 막아달라며 눈물로 하소연하였다.

   
  ▲ 인화학교 학부모들이 안순일 광주시교육감 면담을 요구하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인화대책위 제공  


시교육청, "더 이상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한편 부모님들의 교육감면담에 기대를 한 학생들은 교육청 정문 앞에서 부모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교육감을 만나는 자리인데 지난 2년간의 인화학교문제를 마무리할 보따리가 있을 것이라며 교육청에 왔으나 교육청은 정문, 후문을 비롯한 교육청으로 들어오는 모든 문을 닫고 막았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6시간동안 교육청 정문 앞을 지켰다. 12명의 아이들을 막아선 100여명의 전경 앞에서 인화학생들은 천진하게 웃고 있었다. 비가 쏟아지자 대책위는 아이들이 비를 피할 수 있도록 교육청 안에 들여 보내 줄 것을 간청하였다. 그러나 교육청에서는 거절하였다.

교육청 수위실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며, 2년이 넘도록 교육청이 인화문제에 왜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는지 알 수 있었다. 인화학교학생들은 책임지기 싫고 귀찮은 존재였던 것이다. 비를 맞든 아프든 그것은 상관없고 다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얌전히 있기를 바랄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학생들이 유급될 처지에 놓였는데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하지….

인화학교장은 학생들은 고소하였다. 당신에게 제자들이 달걀을 던진 것을 용서할 수 없었나 보다. 지금까지 그는 고소할 마음은 없는데 배후를 밝히기 위해서라고 했다. 학교장은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 되어도 배후가 드러나지 않자 반성문과 일종의 집단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했다.

인화학교장 '집단행동 않겠다'는 서약서 강요

다수의 학생들은 두 번에 걸친 반성문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반성문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더군다나 등교거부와 같은 단체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한 것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결국 교장은 4명의 학생에 대해서만 고소를 취하하였다. 이대로라면 학생들의 사법처리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이사회는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하며 일체의 대화를 거부한 채 자신들의 운영방식을 밀어붙이고 있다. 학교장은 교육자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말 바꾸기와 거짓말을 하며 이사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 거기에 시청은 모르는 일이고, 교육청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한다.

교육청의 말대로 법인 이사회가 여론을 무서워하며 법인설립 목적인 청각장애인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학생들을 위한 학교운영을 하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법인이 그럴 마음이 없다는 것은 여러 차례 확인된 마당에 청각장애학생들이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다며 학교를 뛰쳐나왔지만 어디에서도 책임지는 곳이 없다.

더 이상 법인과 학교장에게 사회적 책무나 교육적 태도를 말하고 싶지 않다. 문제는 주무관청인 시청과 교육청이다. 시청과 교육청이 인화문제에 책임지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법인이 배짱 튕기면서 알아서 하라고 나오는 것은 아닐까? 시청과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일이 진짜 없을까?

   
  ▲ 광주 인화학교 정상화요구 투쟁이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교육청이 내건 '학생중심 으뜸 광주교육'은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화학교 대책위 제공  


관계당국 무책임 속에 학생들 유급 불 보듯

혹시 한해 35억이 넘는 국민의 세금을 지원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우기고 있거나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은 아닐까? 시청과 교육청이 눈 부릅뜨고 학생들을 위한 운영을 하라고 해도 법인이 코웃음 치고 있을까??

인화학교 학생들은 결국 유급될 것이다. 학생들은 유급되더라도 인화학교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정정당당하게 특수학급 신설을 요구하고 이에 맞춰 내년에 전학 가겠다고 한다. 사회복지의 허울아래 성폭력을 하고 인권을 유린할 때 침묵하고 외면한 비겁한 어른들에게 자신들의 교육을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제 교육청에서는 더 이상 학생들을 밀어낼 명분은 없다. 장애학생들의 전학을 거부할 어떠한 법적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대책위도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자체 성폭력치료프로그램을 위한 기금마련, 학생들의 사법처리에 맞서 공동변호인단 선임으로 함께할 것이다.

광주시민을 비롯한 전국의 양심세력에 연대를 호소한다.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마지막 의지처가 시민사회이다.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성폭력 가해자가 복직하여 활개치는 무법천지 인화학교같은 곳이 아닌 곳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나서주었으면 한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책임한 시청과 교육청에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대책을 촉구했으면 한다. 또한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인화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도록 촉구했으면 한다. 또한 후원을 부탁한다. 후원해주신 돈은 인화학교 학생들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을 위해 쓰일 것이다. 부끄러운 대한민국, 비겁한 광주가 아닌 당당하고 정의롭고 따뜻한 사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줬으면 한다.

<대책위 후원계좌 : 010-107-314757 / 참교육학부모회광주/ 광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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