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는 ‘환영’, 진보진영은 ‘반대’ 시민들은 ‘무덤덤’ 
  YS "토지 매입이 어려웠는데... 잘 갖춰져 보람을 느낀다”

   
  ▲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국립묘지 승격 후 처음으로 묵념했다. ⓒ줌뉴스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맞은 22일 광주시민들은 무더운 날씨와 함께 5월의 일상을 보냈다. 그러나 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는 YS의 참배를 앞두고 찬반기운이 팽팽하게 흘렀다.

5.18단체회원 200여명은 국립묘지 안에서 ‘화해와 용서’의 환영을, 진보연대 소속 대학생들은 묘지 밖에서 ‘역사의 범죄자’ 참배 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경찰들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 해 묘지 곳곳에 병력을 배치했다.

5.18 묘지 추모의 탑에서 만난 한 50대 5.18 단체 회원은 “남북정상이 만나고 교류가 한창 인데 왜 YS가 광주에 오면 안 되느냐”며 “진보진영 대학생들의 주장이 편협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보였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규탄 성명에서 “노태우와 3당 야합, 특대형 범죄자(전두환. 노태우) 불기소 처리하여 광주학살자를 비호하고 진상규명을 덮어버렸다”고 광주방문 반대이유를 밝혔다.

   
  ▲ 남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22일 오전 5.18 묘지 입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참배반대를 외치고 있다. ⓒ줌뉴스  
 
오전 11시40분경 묘역 우측에 승용차편으로 도착한 YS는 상기된 표정으로 승용차에서 내렸다. 조비오 신부, 이홍길 5.18기념재단 이사장, 박경순 묘지관리소장 등의 환영을 받고 방명록에 한자로 ‘自由(자유).正義(정의).眞實(진실) 김영삼’이라고 남기고 추모탑으로 향했다.

이미 기다리던 5.18단체 회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으며 추모탑 앞에서 헌화와 묵념을 한 YS는 여전히 얼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이어 ‘금목서’ 한그루를 DJ기념식수 바로 곁에 식수했다. 이어 한 70대 5.18유가족 어머니로부터 “한 좀 풀어주시죠! 왜 이렇게 늦게 오셨소”라며 눈물의 환영인사를 받기도 했다.

YS묘지 참배에는 상도동계 정의화, 김무성, 정의화, 박종웅, 이경재, 김기현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 8명이 동행했다. 고 홍 변호사의 묘지를 찾은 YS는 묘비문을 찬찬히 다 읽은 후 “참 대단한 위인이고 의인 이었다”고 잠시 고인을 생전풍모를 회상했다.

이어 유영봉안소를 들른 후 묘지를 떠나기 전 YS는 “(국립5.18)묘지를 만들면서 상당히 어려움 있었다. 토지 매입 관계 때문에 그랬는데 마지막에 광주시민들이 잘 협조해주셨다”며 “국립묘지가 많이 있지만 제일 잘된 국립 묘소 같다. 제가 노력했던 보람을 느낀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들이 하늘나라에 가셨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고 11년만에 찾은 5.18 묘지 참배를 30여 분만에 마쳤다.

   
  ▲ 고 홍남순 변호사의 묘비문을 꼼꼼하게 읽고 있다.  
 
YS의 묘역참배 및 안내를 맡았던 박경순 국립5.18민주묘지 관리소장은 “YS가 묘역 조성당시 토지 매입의 어려움을 애기 했으며, 또 80년 당시 ‘전두환 놈이 생각 없이 (희생자)를 이곳에 묻었지만 무등산이 바로 보이고 공간이 잘 갖춰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박 소장은 “‘(망월동에) DJ와 공동방문 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같이 오면 좋지’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광주 시내 한 호텔에서 YS는 5.18기념재단 등 관련 4개 단체로부터 감사패를 받고, 인사말에서 “지하철 기공식 이후 11년 만에 광주에 오고, 국립묘지 승격(1997년)이후 처음으로 참배하게 돼 목이 메일 만큼 감개무량하다"며 "민주주의를 최고 가치로 살아온 만큼 5.18 희생자와 동지들을 누구보다 존경하고 그 뜻을 함께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특별법 제정은 정의와 진실을 위한 결단이었고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할 때 다시는 이 땅에 정치적인 밤이 오게 해서 안 된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 '금목서' 한 그루를 DJ 식수 곁에 나란히 기념식수 했다.  
 
오후3시경 5.18기념문화관을 찾은 YS는 오전의 묘역에서 상기된 얼굴과 달리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2층 5.18 기념재단 방명록에 ‘자유 정의 진실 평화 김영삼’ 을 쓴 후 이광우 전 전남대교수, 이홍길 5.18 기념재단 이사장, 차명석 기념재단 이사, 김후식, 이양현 정수만 5.18 관련단체 회장단, 그리고 5.18기념재단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이어 5.18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관을 둘러보던 중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손을 잡고 5.18 재판을 받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본 YS는 웃으면서 “그래도 둘이가 딱 손을 잡고 있네”라고 짧은 감상을 던지고 5.18단체 회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광주일정을 마쳤다.

YS 반대 입장에 대해 5.18단체 중 60대 한 인사는 “왜 진보진영이 저러는지 모르겠다”, 또 다른 한 인사는 “화해하고 아우르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으냐?”, 한 40대 후반 인사는 “진보진영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냐. YS가 광주문제에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서운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진보진영으로 광주전남 총학생회연합은 “5월 단체 5월 항쟁 중에 희생된 분들로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시선으로 존중해오고 있다”면서 “5월정신은 단체 일부 상층의 잘못된 판단으로 훼손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반대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한 때 ‘YS의 입’으로 통했던 박종웅 전 의원은 “YS 광주방문이 갖은 의미는 지역화합, 국민화합 나아가 남북화합의 큰 전기로 작용 할 것이라는 기대가 된다”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화합의) 큰길을 가는데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 5.18기념재단에서 관련단체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줌뉴스  
 
이제 YS의 광주방문은 끝이 났다. 그러나 광주는 찬반입장이 뚜렷하게 나뉜 것에서 알 수 있듯 또 다른 생치기가 시작되고 있다. 단순한 진보진영과 5.18 단체라는 형식의 분열이 아닌 세상바라보기의 틈새로 보인다.

현실적인 또 다른 우려는 올해 ‘대선정국’에서 오늘의 방문이 어떤 의미를 던지느냐다. 이를 두고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모 기관 개입설 등 도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어쨌든 광주는 YS를 초청했고, YS는 계획된 방문일정을 소화했다.

이제 남은 것은 광주사람들의 큰 틈새와 분열 없는 큰 세상바라보기다. 그 틈새가 ‘용서와 화합’이었든 ‘역사의 범죄자’에 대한 원칙적인 평가이었든 광주는 큰 흐름을 보듬고 5월의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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