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블루스’
감 독 : 빔 벤더스
주 연 : 블라인드 윌리 존슨, 스킵 제임스, J. B. 르누아르

광주극장에서 빔 벤더스 특별전이 열렸다. <파리텍사스>(1984), <베를린 천사의 시>(1987),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1999), <돈 컴 노킹>(2005) 등…. 그의 영화들은 익숙하면서 낯설다. 영화 좀 봤다(?)는 이들의 리스트 속에는 항상 빠지지 않지만, 소위 예술영화로 분류되어 개봉관에서는 만나기가 쉽지 않아서다.

자본주의 현실에서 예술영화와 상업영화가 분류 가능한지, 또 분류의 기준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스크린을 통해 빔 벤더스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이 발길을 이끌었다.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과 <소울 오브 맨>은 모두 음악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다. 감독의 카메라가 없었다면 잊혀졌을 지도 모를 인류의 위대한 유산들이 영화 속에서 반짝인다.

전자가 기자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면, 후자는 역사가의 시선으로 서술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취재하며 쿠바음악의 열정과 조화를 세계에 알리는 현재성이 <브에나비스타 소셜클럽>에는 있다. 반면 <소울 오브 맨>은 과거 사람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음악에 깃든 정신을 탐구하고 추출하는 과정이다.

블루스는 미국남부지방에서 흑인들이 연주하던 음악이다. 미국사회에서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던 시기의 우울함과 착취받는 현실의 절망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장르다. 지금이야 재즈와 록큰롤의 뿌리가 되는 음악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지만 당시에는 흑인들의 삶과 함께한 만큼이나 고난스러웠던 모양이다.

영화는 흑인 블루스뮤지션인 블라인드 윌리 존슨, 스킵 제임스, J. B. 르누아르의 이야기다. 1930~60년대 미국에서 활동했던 이들은 역사에서 너무 일찍 잊혀져버린 천재들이었다. 빼어난 재능이 차별받는 현실과 부딪치며 한(恨)의 블루스는 완성되어 가지만, 삶은 버겁기만 하다. 세 뮤지션 모두 말년에는 삶의 방향이 종교쪽으로 기우는데 이는 고난에 대한 피난이었는지 음악의 영(靈)적 깊이를 위한 선택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감독은 이부분에서 영화에 개입한다. 이는 ‘인간의 정신(The soul of a man)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을 종교에서 찾지 않으려는 의도라 생각된다.

<Dark was the Night-Cold was the Ground>, <Devil got my Woman>, <Vietnam Blues>, <The Soul of a Man>등 세 뮤지션이 부른 노래와 kkk의 활동, 마틴루터 킹 목사의 연설, 베트남전쟁 등 1960년대의 사건들이 화면에 오버랩된다.

1960년대 미국은 인권과 반전 문제가 사회의 전면에 부각된 대 사회변혁의 시기였다. 인간 특히 흑인의 권리를 찾는 운동과 베트남전쟁을 반대하는 외침은 그 때의 화두였고, 이러한 노력들은 이후 미국사회가 다양성이라는 힘을 갖게 한 계기가 되었다.

   

앞서간 뮤지션과 그들의 음악은 시대를 앞서가며 이런 아픔을 위로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그리며 노래했던 것이다. 음악의 완성도와 함께 그들의 진정한 위대함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여기서 감독은 조심스럽게 인간의 정신을 추출해낸다. 인간성의 추구가 다름아닌 인간의 정신이라고….

   
 

광주극장 2층의 객석은 8개의 자리만을 채운채 을씨년스러웠지만 앤딩타이틀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었다. 위대한 천재들이 들려주는 블루스만으로도 즐거웠지만, 미지의 뮤지션들과의 만남 자체도 반가웠다.

자리를 일어서는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만족감과 좋은 영화를 같이 보았다는 연대감까지 보였고, 소위 말하는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를 찾을 수 없었다면 너무 무리한 표현일까? 영화의 감동 만큼 광주극장의 소중함을 느끼며 영화관 밖으로 나섰다.

노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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