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병익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김병익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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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3.2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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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예술가의 구제처 아니다".. "非문화예술 분야 참여도 희망"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편집위원 = 정부 산하의 문화예술진흥원이란 이름으로 있다가 민간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출범한 지 1년 반이 됐다. 현재 11명의 제1기 위원들 임기가 막 절반을 지나고 있다는 얘기다.

출범 초기의 혼란을 거쳐 이제 서서히 조직이 안정돼 가고 문화예술 지원도 방향을 제대로 잡아가고 있지만 예술위에는 아직도 바람 잘 날이 없는 듯하다.

최근에는 문학 분야의 지원예산 삭감조치가 문학계 출신인 김병익(68) 위원장에 대한 성토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 예술 지원자금의 재원인 문예진흥기금은 원금을 까먹고 있으며 문화예술 지원자금 용도의 복권기금 전입금은 줄면 줄었지 당장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서울 대학로 예술위 사무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1년 반 동안의 업무를 통해 나름대로 위원회 운영에 자신이 붙은 듯 보였다.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하나씩 풀어나갈 계획이라는 것이다. 위원회 체제가 장르 이기주의를 부추기면서 과거에 비해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이제 사라졌다고 얘기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일문일답이다.

-- 문화예술 행사장에서 그간 많이 뵜었는데 바쁜 외부 일정을 소화해 내는 게 요즘 많이 익숙해졌습니까.
▲익숙해진 편이지요. 이제는 아는 분도 많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다 갔지만 지금은 (일부) 빼기도 하고 좀 요령이 생겼습니다.(웃음)

-- 위원장으로서 국회나 정부, 예술계, 언론, 전문가 그룹 등 여러 분야 사람들을 만나 설득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어느 쪽이 설득하기가 가장 힘이 듭니까.
▲역시 정부 쪽 같습니다. 특히 기획예산처가 어렵습니다. 2005년과 2006년에 경영평가에서 연속 꼴찌를 했습니다. 예술위를 연기금그룹에 포함시켜 경제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는 문화예술기구를 이런 식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내년에는 문화예술그룹에 포함시켜 평가해 주길 희망하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되면 경영평가순위도 좀 올라갈 테고 한 단계라도 오르면 좀 희망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웃음)

-- 최근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문화예술인의 55%가 문화예술활동과 관련해 월평균 100만원 이하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술위가 이런 상황의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예술가들이 가난하다고 하는데... 이런 말이 위원장으로서 할 얘기는 아닙니다만 좀 예술가들이 당당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원칙적으로 예술위는 좋은 예술작품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지원하는 것이지 예술가들의 가난을 해결해주는 데는 아닙니다.

어떤 면에서는 돈이 안되기 때문에 예술적인 열정이 나오고 열정이 빛날 수도 있습니다. 단지 예술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시행하기 시작한 공연예술전문단체 집중지원제도는 간접적으로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극.무용.전통.음악 등 4개 분야를 대상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단체에 3개년에 걸쳐 지원하면서 지원금액의 20%까지를 운영비, 인건비 등으로 쓰도록 했습니다.

이 돈이 예술가들의 급여 등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한 거지요. 예술단체들의 자생력을 기르는 데도 일조할 것이라 기대됩니다. 수혜자들도 아주 좋아하고 있습니다.

-- 문화예술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방향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예전에는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우수문학작품을 사서 벽촌이나 학교에 보내도록 하는 것, 또 사랑티켓제도를 통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적은 비용으로 공연들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 좋은 예입니다.

복권기금 중 일부를 문화예술지원 용도로 쓰도록 한 것은 국민들의 문화향수권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공연.전시 같은 것을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면 그만큼 예술가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요.

--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기업의 관심은 많이 높아지고 있는 편입니까.
▲기업들이 특정 예술단체의 문화예술행사를 지원하는 것을 전제로 기부금을 내는 지정기부금제도가 있습니다.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작년에 50억원의 지정기부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91억원이 들어왔습니다.

올해도 목표를 60억원으로 일단 잡아놓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복권기금 전입금이 줄어들면서 예술위가 못하게 된 사업을 한 기업이 자신들이 지원하겠다고 나서서 크게 고무돼 있습니다. 지정기부가 기업뿐 아니라 국민적 관행으로 퍼지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 올해 가장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어떤 것이 있습니까.
▲계속사업으로는 공연예술전문단체 집중지원제도를 착실히 이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신규사업으로는 예술 컨설팅을 해 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예술지원컨설팅센터를 본부 내에 설치해 예술가 또는 민간 예술단체의 권익보호 및 법률.회계.세무.재원조성 등과 관련된 자문을 할 계획입니다.

또 아르코예술극장과 미술관을 단순히 유료 대관하는 것을 지양하고 예술단체들에게 무료로 공연.전시공간으로 활용토록 할 계획입니다. 그 과정에서 예술단체들과 공동기획.제작이 가능하도록 극장과 미술관의 예술감독을 공모절차를 밟아 뽑고 있습니다.

복권기금 전입금이 복지 쪽으로만 쓰도록 되어 있는데 기초예술분야에 대한 지원도 역시 소외된 그룹에 대한 복지라는 점을 관계당국에 설득하려 하고 있습니다.

-- 얼마 전 문인들이 문학 관련 지원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도 문인입니다. 그러나 문학만 볼 수 없거든요. 문학 쪽에서 '저 사람 위원장 한다고 앉아 (문학 부문) 예산 깎은 일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위원장으로서는 다른 장르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몇 년 전 복권기금 중 일부가 문화예술지원자금으로 처음 편입되는 과정에서 갑자기 늘어났던 문학 분야에의 지원금액이 조정되면서 불가피하게 생긴 일입니다. 그래도 지금 문학 부문이 시각예술(5%), 연극(5.7%) 등에 비해 크게 높은 지원비중(8.1%)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 복권기금 전입금이 올해 크게 줄어들면서 다른 장르 예산 역시 많이 깎였습니다.

--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예총)는 자신들이 단체규모가 훨씬 작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과 비슷한 규모의 지원밖에 받지 못하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예술위는 단체의 규모에 따라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 단체가 어떤 의미있는 문화예술 관련 사업을 벌이느냐가 지원의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 예술위원회나 소위원회 구성을 장르별로 안배하다 보니 장르 이기주의에 빠져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어왔습니다.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위원회 체제와 과거 문예진흥원 체제가 장단점이 함께 있기 마련입니다. 위원회 체제를 통해 현장예술가들이 스스로 지원정책을 결정토록 한 취지가 좋았지만 구사하는 데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현장예술가뿐 아니라 국회, 법조, 정부, 언론, 민간경제기관 관계자 등 비문화예술 분야에서의 참여도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위원회 체제가 비효율적이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는데 여러 위원들이 참여해 토의를 거쳐 이뤄지기 때문에 호소력은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실제 우려한 것 처럼 장르이기주의도 있었으나 1년이 지난 후에는 없어졌습니다. 여기서 결정하는 것이 근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주위에서도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김병익 위원장은
▲1938년 경북 상주 출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동아일보에서 문화부 기자 생활을 했다. 1975년 해직 후 계간문예지 '문학과 지성'을 발간한 문학과지성사의 대표를 맡아오다 지금은 고문으로 물러나 있다.

활발한 문학비평활동을 해오면서 대한민국 문학상, 국민훈장모란장, 대산문학상, 보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그래도 문학이 있어야 할 이유'(2005), ''21세기를 받아들이기 위하여'(2001), '새로운 글쓰기와 문학의 진정성'(1997)', 지식인됨의 괴로움'(1996), '열림과 일굼'(1991), '들린 시대의 문학'(1985), '지성과 문학'(1982), '상황과 상상력'(1979), '지성과 반지성'(1974) 등이 있다. 2005년 8월 새로 발족한 제1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위원장이 됐다.
kangfa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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