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8명 시민, 102단체 연명으로 30일 광주서부서에 탄원서 제출
"연극계, 제식구감싸기식 비호...피해자들에 대한 2차가해 발생"

지난해 6월 광주연극계 성폭력사건 공개 이후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대책위원회가 경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는 30일 오전 광주서부경찰서에 변호사 등과 함께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래 탄원서 전문 참조)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와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승선 변호사가 30일 오전 광주서부경찰서에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와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승선 변호사가 30일 오전 광주서부경찰서에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이번 탄원서는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4일까지 예술인, 시민 678명, 102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명으로 참여했다.

대책위는 "지난 2022년 6월 29일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피해당사자들과 함께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에 대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지난해 7월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 고소 이후 올해 5월 30일 현재까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해 기자회견 이후, 성폭력 가해자 3인에 대해 광주연극협회 제명과 예술교육 중지 조치, 지원사업 중지 조치를 비롯해 다양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지만, 고발 이후 2차 가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법률대리인 김승선 변호사는 “이 사건은 가해자들이 연극계 지도자 및 감독자 등으로서 우월적 지위에서 저지른 이른바 '위력에 의한 문화예술계 권력형 성범죄'"라고 규정했다.
 

대책위는 "가해자들은 피해자들의 성폭력 피해에는 눈감고 가해자들에 대한 제식구감싸기식 비호와 2차 가해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연극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성폭력과 성범죄에 대한 은폐와 침묵은 피해자들의 생존권과 존엄성을 파괴하는 폭력이자 범죄"라며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광주연극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예술인/시민/단체 연명 탄원서 [전문] 
 

수 신:광주서부경찰서
제 출 인: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외 개인 678명, 단체 102단체
 

우리는 광주연극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예술인, 시민, 단체이며, 연명은 본 탄원서 하단에 기재한 바와 같습니다. 우리는 간곡한 마음으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며 이 탄원서를 작성합니다.

우리는 연극을 막 시작하여 성범죄 피해를 겪고, 결국 연극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피해자를 생각합니다.

우리가 보았던 연극, 우리가 만들었던 연극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러한 성범죄가 가능하였을까요.

이 사건은 나이/성별/직책/사회경험 등 모든 면에서 상당한 권력 차이를 가진 극단 대표/연출 등에 의해 일어난 성범죄입니다.

사회 생활 경험이 짧은 이제 막 20대가 되고, 또 20대 초반이었던 여성들에게 극단의 주요 직책을 가진 가해자들은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들의 성범죄는 성범죄 그 자체로서도 매우 중대한 폭력이자 범죄행위를 자행한 것 뿐만 아니라, 모든 희망과 꿈을 앗아 갔으며, 사회와 사람에 대한 믿음마저 앗아갔습니다.

또한 피해 구제를 받기는커녕 심각한 2차 피해까지 받았습니다.

성범죄가 만연한 환경 속에서 ‘연극을 열심히 하면 나아지겠지’라는 의지조차 무력케 하였습니다.

결국 삶을 지속하지 못할 정도의 고통 속에 연극을 떠날 수 밖에 없도록 하였습니다.

피해자들은 두려움과 극심한 고통 속에서 어렵게 용기를 내어 작년 6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건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고발 이후 2차 가해가 더 지속되고 있습니다. 가해자들은 반성의 기미조차 없습니다.

이 성폭력은 개인의 일탈이 아니며, 성폭력을 가능하게 하였던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이며, 예술계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막 연극을 시작했던 당시 피해자의 상황과 맥락과 관계없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이상한 관계로 이야기하고 연극계의 배제와 추방을 각오하고서 용기를 낸 피해자들을 탓하는 연극인들마저 있어 너무나 참담합니다.

예술인과 시민들은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의 수사 과정을 엄중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연극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성폭력과 성범죄에 대한 은폐와 침묵은 피해자들의 생존권과 존엄성을 파괴하는 폭력이자 범죄입니다.

이 범죄행위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간절한 마음으로 탄원드립니다. 다시는 연극이라는 이름으로 성범죄가 자행되어서는 안됩니다.

지역의 예술인들이 더 이상 이와 같은 피해로 고통받거나 예술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안전하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부디 수사기관 및 관계 기관에서는 이 사안을 엄중히 바라보고 수사해주십시오.

우리들은 이 사건의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탄원합니다.

2023년 5월 30일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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