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거슬러 부르는 이름이 있다!

-들불 열사, 박관현 추모에 붙여

조성국 시인
 

1953년 전남 영광군 불갑면 쌍운리 농본의 슬하에
큰아들로 태어난 걸 알지만, 모른다
수십 년을 거슬러 광주 광천동 노동실태를 조사하던, 들불야학에서
노동자와 학생들을 가르친 걸 알지만, 나는 모른다
1980년 5월 16일, 전남도청 앞 분수대 연단에서
우렁찬 일장의
연설을 잘 알지만, 나는 모른다 다시
수십 년을 거슬러
그해 봄날 죽어간 친구들을 떠올리며 운신의 몸을 조아리던,
하여 수배의 현상금을 노리던 밀고로 인해 체포된 걸 알지만 나는 모른다
또다시 수십 년을 거슬러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5년 선고받고
광주교도소에 수감 된,
5.18 진상규명, 재소자 처우 개선을 외치며 단식농성 들어간
단식투쟁으로 인해
끝내 숨을 거둔, 1982년 10월 12일 스물아홉의 나이를 잘 알지만, 나는 모른다
나는 다만
잘 모르겠으나 잘 아는 이름이 있다!
오늘보다 내일이 좀 더 나은 세상,
민주와 자주와 노동과 인권의 길에서 문득 불러본 이름이 있다!
수십 년을 거슬러 부르는,
아니 수백 수 천 년을 거슬러 불러보는 이름이 있다!
그 이름
너와 내가 포개진 우리에게
성스런 그 이름, 박관현이 있었다!

1980년 4월 4일 전남대학교 대강당 앞 광장에서 열린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시 박관현 후보가 첫 번째 유세를 하는 모습. ⓒ(재)박관현장학재단 제공
1980년 4월 4일 전남대학교 대강당 앞 광장에서 열린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당시 박관현 후보가 첫 번째 유세를 하는 모습. ⓒ(재)박관현장학재단 제공



 















** 조성국 시인은 전라도 광주 염주마을에서 태어났다. 1990년《창작과 비평》봄호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는 시집 『슬그머니』,『둥근 진동』, 『나만 멀쩡해서 미안해』,『귀 기울여 들어 줘서 고맙다』 등과 동시집 『구멍 집』 등이 있고, 평전 『돌아오지 않는 열사, 청년 이철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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