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광주시교육청은 학생 거수경례 등 반인권적인 학교 문화를 청산하라.
 

광주 관내 고교 2곳에서 입학식 등 행사를 할 때 학생들이 학교장 등에게 거수 경례를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학생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한 후 거수 경례를 하는 관습은 일제 식민시대의 잔재가 군사문화와 결합한 행태이며, 군대에서 ‘돌격’ 등 전투 구호를 외치며 거수 경례를 하듯, 이들 학교도 거수 경례를 할 때, ‘이기자’, ‘학교 이름’ 등을 구호로 제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에게 거수경례를 시키는 일은 학교에서 교련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하던 시대에나 있었던 일로 사회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아직도 학생들에게 이런 관습을 강요하는 학교가 있다는 것은 상상 밖의 일이다.

특히 일상 속에 깊이 뿌리 박힌 교가, 교표, 교목 등에서도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일제의 잔재가 확인되면 교육 당국은 이를 청산하라고 지도해 왔는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거수경례를 유지하고 있는 학교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일 년에 몇 번 있는 학교 행사에서 학생들이 거수경례와 구호를 외치는 일에 유난을 떤다고 여기거나 거수경례 또한 학교의 전통일 수 있다고 게 여길 수 있지만, 이는 체벌 못지않게 반교육적 행태임이 명백하다.

하나의 구호나 상징 아래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는 훈련은 군대에서 강조되는 명령 규범에 어울리며, 다양성, 상호성에 기초하여 존중하는 관계를 지향해야 할 교육의 생태와 맞지 않다.

또한, 그 자체로 획일성과 전체주의를 일상적으로 상기시켜 자유롭고 비판적인 시민정신을 억누르기 쉬운 행동 양태이다.

어른에 대한 존경은 복종으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며, 학생들이 학교장, 이사장, 교사, 선배 등에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랑과 존경의 방법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에 우리단체는 학교 전통 등 빌미로 유지해온 거수경례 관습을 중단하고, 학생 개인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 나가도록 권고하고, 감독할 것을 광주시교육청에 촉구하는 바이다.

2023. 3. 29.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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