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5년차 키위 재배, 다시 도시는 안 간다”
“현재 생활 대체로 만족...다시 도시로 1도 없다”

조금이라도 편히 살고 싶은 게 사람들의 기본적 생각이다.

그만큼 살아간다는 게 녹녹치 않다. 특히, 삶의 방향을 다시 결정해야 하는 삶은 더 험난하고 힘들다.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 일에 매진한 이들이나 또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이들도 많은 게 현실이다.

이에 <광주in>은 삶의 현장 속 그들의 경험을 통해, 많은 이들이 힘든 것을 여유롭게 헤쳐 나가 길 바라는 맘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취재했다.

이번 호엔 인구 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5년 전 서울에서 전남 보성군으로 귀농을 결심하게 된 강탁원 권오경 부부를 만나 그들의 삶의 현장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화이트칼라에서 농사꾼으로

강탁원 권오경씨 부부가  자신들의 일터인 키위 과수원에서 키위 재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광주인
강탁원(왼쪽) 권오경씨 부부가 자신들의 일터인 키위 과수원에서 키위 재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광주인

지난 20일. 전남 보성군 조성면에서 귀농 5년차를 보내고 있는 강탁원 권오경씨 부부를 만났다.

지금은 키위 농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왜 귀농을 결심하게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 부부는 “서울 생활이 힘들었다”는 표현으로 답을 대신했다.

남편인 강탁원씨는 서울에서 그래도 화이트 칼라인 광고그래픽 일을 했었다.

부인인 권오경씨는 시계판매업을 했다.

하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 자꾸 도시에서 뒤처지는 느낌과 퇴물처럼 취급당하는 게 너무 싫었다고 한다.

결국, 부인인 권씨의 적극적 권유로 귀농을 결심하게 됐다.

2019년 2월.

귀농을 결심한 한 지 10일 후부터 강·권씨 부부는 전국을 돌아 다녔다.

우선, 먹고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해서다.

논산, 구례, 고흥, 보성 등을 거쳤다.

귀농귀촌센터가 있는 곳에서는 다소 여유롭게 상담을 받았다.

집은 어떻게 구할 것이며, 먹는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 이 그들의 주요 난제였다.
 

초보 농사꾼, 들깨밭에서 눈물을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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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부가 사는 집 주변에 수선화와 벚꽃이 피고있다.
ⓒ광주인

결국, 이 부부는 전남 보성군을 귀농지로 선택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집값과 땅값이 다른 곳과 비교해 저렴해서다. 특히, 귀농귀촌센터의 주거문제와 먹거리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안 제시가 큰 역할을 했다.

당시 귀농귀촌센터에서는 “작물재배나 농사 경험이 없으니, 우선 귀농귀촌센터가 있는 가까운 보성읍에 집을 같이 알아보고, 농촌 경험을 위해 아르바이트로 예초기풀배기와 밭일 등을 추천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귀농살이가 그리 순탄하진 않았다.

육체적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들 부부는 등산을 좋아해 체력엔 자신이 있었지만, 농사일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어깨, 허리가 아파서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고, 일이 힘들어 들깨밭에 주저앉아 눈물도 삼켰다.

빨리 자신들에게 맞는 작물 선택을 못했다.

귀농을 하기 전 머리 속으론 무슨 작물을 재배해 먹고 살아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현실에선 그 작물이 자신들과 맞지 않았다.

겨울에도 놀 수가 없어 키위선별장에서 일을 했다.

선별하고 박스를 날리고 쌓는 과정도 상당히 힘든 노동이었다.

하지만, 키위선별장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속에서 이들 부부는 무엇을 해서 먹고살지 답이 나왔다.

바로, 키위 농사였다. 농사 초보가 도전해 볼만 한 과수농사였다.
 

키위가 눈에 들어오다

요즘 키위나무에 새순이 돋고있고(사진 좌측)&nbsp; 지난해 10월쯤 수확을 앞둔 키위 열매들이다.ⓒ
요즘 키위나무에 새순이 돋고있고(왼쪽), 지난해 10월쯤 수확을 앞둔 키위 열매(오른쪽). ⓒ광주인

애초, 이들 부부가 귀농을 결심하게 된 배경엔 열심히 일하고 잘 쉬는 게 큰 목표였다.

방울토마토, 딸기 농사 아르바이트는 이들 부부가 생각하기에 수확시기가 되면 매일 매일 공장처럼 반복되는 수확 전쟁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농사가 다 힘들지만 다른 과수처럼 매일 매일 수확 전쟁이 아닌, 키위는 딱 1년에 한번 수확하고, 출하 단가도 좋다는 게 이들이 키위를 선택한 매력이자 동기가 됐다.

처음 키위 묘목을 심고 키위 열매를 주렁주렁 열리게 하려면, 5년 동안 수확 없이 키워야 한다.

그동안 강·권씨 부부는 매년 수확이 가능한 키위 임대밭을 경작했다.

첫해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목돈이 됐다.

이에, 2년 차엔 임대밭을 더 구하러 다녔고 제법 좋은 조건으로 키위 농사를 지었다.

성실함과 친화력이 좋아서 그런지 3년 차에도 좋은 밭을 임대받아 이젠 제법 키위 농사꾼이 다 됐다.

특히, 첫해에 자신들의 밭에 심어 논 키위 나무가 무럭무럭 잘 자라주고 있어 기분이 좋다고 한다.

농사가 만만치 않으나 희망의 씨앗으로 돌아왔다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강탁원·권오경씨 부부는 “귀농 5년차, 과거 힘들고 어렵던 시절을 추억처럼 말할 수 있어 좋다”며 “이젠 좀 더 열심히 일해 키위 과수원 근처에 아담한 집을 지어 볼까 한다”는 작은 소망도 이어가고 있다.

수고스러움, 고생, 그리고 가지 않은 길을 걸으며 느꼈던 소회가 느껴지는 말 이었다.
 

■귀농 전 농사체험 필수, 내 집 마련은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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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왼쪽) 강탁원씨 부부가 귀농 전 꼭 알아야 할 사항을 인터뷰하고 있다.  ⓒ광주인

특히, 강·권씨 부부는 귀농해서 무슨 작물로 먹거리를 해결할지와 주거 문제를 어떻게 할지 나름 노하우를 전했다.

먹거리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요즘 각 자치단체별로 농장 등에서 진행하는 한 달 살아보기 등을 적극 추천했다.

살아보기를 통해, 다양한 작물의 재배, 수확 과정 등을 본인들 스스로 겪어봐야 한다는 것.

자기들한테 맞는 농사 작물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주거문제는 먼저 집을 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무슨 작물을 할지 또 경작할 논 밭은 어떤 위치에 할지 등 확실히 정해진 다음에 집짓기나 집 사기 등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농어촌엔 빈집도 많아 얼마든지 월세로 싸게 살수가 있음을 명심하라고 덧붙였다.

이들 부부의 집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느낀 후 기자는 이들 부부와 함께 자신들의 일터인 키위 과수원엘 갔다.

집에서 차로 약 10여 분 거리에 그들이 삶의 현장인 과수원이 있었다.

이들 부부의 눈엔 다시 생기가 돌았다.

봄철이라 막 피어난 새순을 보며 좋아라 한다.

농사꾼임을 자랑이라도 하듯 기자에게 연신 키위의 속성에 대해 설명한다.

듣기에 좋았고 그들이 기분 좋아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마치 내일처럼.
 

■다시 도시로? “1도 생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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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게 인사를 나눴던 댕댕이와 냥이, 그리고 권오경 강탁원씨 부부.
ⓒ광주인

과수원에서 물었다.

그래도 농사일이 힘들고 가끔 아프면 시골이라 병원가기도 힘들텐데, 다시 도시로 나갈 생각은 없는지? 강·권 부부는 큰 병원이 없어 도회지로 나가야 하는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은 큰 병원 신세를 질 만큼은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도시로 다시 나가는 것에 대해선 “1도 없다”는 말로 현재 생활의 만족감을 나타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집 마당에서 키우는 댕댕이와 냥이가 물끄러미 강한 경계심을 풀면서 그저 쳐다본다.

조심해서 가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얼마 전엔, 이들 부부를 바라보고 귀농을 한 친구들도 생겼다.

그 친구들이 바라봐서가 아니지만 꼭 귀농에 잘 적응해 성공 정착을 하고 싶다는 강탁원·권오경씨 부부.

매일 매일 힘겨운 것이 아닌 농사를 지으면서도 편안함과 자신의 일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은 이들 부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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