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3년전 5월 18일 당시 시외터미널 뒷골목에서 공수부대원에게 맞아 부상을 입었고, 이후 9월 1일 인성고 화장실 낙서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9월 17일 체포되어 상무대 영창에 수감되었다가 12월 30일 육군보통군법회의에서 선고유예로 석방된 5·18부상자 12급 김용만이다. 

1980년 당시의 일로 유공자가 된 사람들 중에서는 만16살 막내였을 것이다.

2023년 2월 19일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기습으로 치른 대국민선언식과 5·18국립묘지 참배와 그 배경에 대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글을 쓴다.]

지난 19일 오전10시 광주시민사회단체가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앞 도로에서 이날 오전 11시에 예정된 공법단체 5.18부상자회, 5.18공로자회와 특전사동지회가 공동주최한 '포용과 화해와 감사-대국민공동선언식'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주인
지난 19일 오전10시 광주시민사회단체가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앞 도로에서 이날 오전 11시에 예정된 공법단체 5.18부상자회, 5.18공로자회와 특전사동지회가 공동주최한 '포용과 화해와 감사-대국민공동선언식'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주인

이미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목사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 류의 주장이 인터넷 글로 여러 차례 오른 바가 있다.

나도 그 제목을 빌려 ‘유공자가 죽어야 5·18이 산다’라는 제목을 붙인다.

제 얼굴에 침 뱉기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온몸이 오물로 덮일 지라도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5·18유공자들 역시 정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5·18이 바로 설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인권적이고, 가장 평화적이어야 하는 것이 5·18정신이다.

피 흘려 세워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이요, 민주화운동의 일대전환을 이루었던 5·18이다.

그러기에 5·18은 계층의 한계를 넘어 대중화되어야 한다.

지역의 한계를 넘어 전국화 세계화되어야 한다.

시간의 한계를 넘어 세대를 이어 계승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5·18은 80년 5월 광주라는 특정 시간대와 공간에 묶여있을 수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국립5.18묘지 행불자묘역. ⓒ광주인
국립5·18민주묘지 행방불명자묘역. ⓒ광주인

아직 광주에서의 무자비한 진압이 끝나기도 전인 1980년 5월 26일 미국 시카고에서 광주의 진실을 요구하며 전두환을 비판한 미국 교민들의 세계 최초 시위가 있었다.

이튿날인 27일 전남도청 최후항쟁지에서 사수대의 피가 아직 식기도 전인 오전, 전주의 신흥고에서는 1500여 학생이 광주의 진실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만일 그들이 교문을 넘고 다리를 지났다면 광주 이상의 비극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 교민들의 광주 진실을 위한 시위가 벌어졌던 5월 30일, 서울에서는 김의기 열사가 종로 기독교회관 옥상에서 떨어져 산화했다.

6월 9일에는 서울 이대역 사거리에서 김종태 열사가 분신했고, 7월에는 부산에서 임기윤 목사가 설교에서 5·18의 진실을 말하다 보안사 부산분소에서 고문당한 끝에 하늘로 돌아갔다.

1980년대 전체를 관통해 박관현, 조성만, 박래전, 표정두 등 수많은 열사들이 5·18의 진실을 외치다 꽃다운 목숨을 민주주의의 영전에 바쳤고, 전국에서 수천명의 청춘들이 체포와 고문, 투옥을 겪었다.   
    
당시 광주에는 폴 코트라이트, 데이비드 돌린저 등 4명의 미국 평화봉사단원들과 아놀드 피터슨, 찰스 헌틀리 등 여러 미국 선교사 가족들이 있었다.

그들은 광주의 참상을 기록해 외부로 알렸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위르겐 힌츠페터를 비롯한 외신기자들과 택시운전사 김사복을 비롯한 조력자들 역시 광주의 비극이 해외로 알려지는데 목숨을 걸었다.

1996년 팀 셔록 기자는 방대한 미 국무부 비밀분서 체로키 파일을 분석해 지미 카터 정부와 전두환 정권이 어떻게 5·18을 대했는지를 폭로했다.

3년전 홍콩의 민주화시위, 2년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의 반군사쿠데타 민주화운동은 자신들이 바로 5·18이라고 표현하며 국제적인 도움을 호소했다.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 당시 5월 27일 계엄군에 맞서 최후의 항쟁을 벌였던 옛 전남도청. ⓒ광주인
1980년 5ㆍ18광주민중항쟁 당시 5월 27일 계엄군에 맞서 광주시민이 최후의 항쟁을 벌였던 옛 전남도청. ⓒ광주인

그들의 시위현장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그들의 언어로 불리워진다.

그들이 자신들을 5·18이라고 주장하는데, 우리가 나서서 당신들은 5·18이 아니라고 짓밟아야 할 것인가? 

이들이 모두 5·18이 아니라고 말할 자들 그 어디에 있는가?

단지 80년 5월 광주에 없었기 때문에 5·18이 아니라고 강변하려는 자들은 당시 특전사와 보안사와 계엄사와 부역언론들이 그렇게 하고 싶었던 프레임의 동조자들이다.

그래야만 80년 5월의 광주를 북한군의 사주를 받은 폭동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 쿠데타 세력은 80년 5월 광주에 편의대를 침투시켜 간첩침투설을 퍼뜨렸고, 시민들은 수상한 사람을 잡아 계엄군에 넘기는 일도 있었다.

도청 시민군 본부 내에서는 독침사건을 일으켜 내부 분열을 유도했다.

그 혼란의 틈을 타서 항쟁 지도부 최후의 보루였던 도청 지하실의 다이너마이트 신관을 제거해버렸다.

그리고 5월 27일 새벽의 진압작전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첩보전, 심리전의 고수들이다.

‘80년 5월 광주에 있었다는 그들’은 왜 자기들만이 5·18의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내부자인 나도 창피하고 화가 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실을 가릴 수도 거짓말을 할 수도 없다.

나는 그들이 5·18을 사유화하려는 자들이라고 본다. 아니, 5·18을 독점하려는 자들이라고 본다.

5·18을 특정 지역 특정 기간에 가두어버림으로써 자신들만의 것으로 만들려는 자들이라고 본다.

광주 북구 운정동 망월묘지(현 민족민주열사묘역). ⓒ광주인
광주 북구 운정동 망월묘지(현 민족민주열사묘역). ⓒ광주인

겉으로는 당사자를 내세우지만, 그 뒤에는 다른 속셈이 있다.

5·18이라는 이름으로 받을 수 있는 금전적 혜택, 공법단체 중앙회장과 임원, 그리고 유공자단체에 주어지는 공공기관 수의계약 등을 독점하려는 것이다.

당사자의 명분을 사유화하고 독점하여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악질적인 속셈이다.

이들이야말로 5·18을 본래의 정신인 민주-인권-평화에서 사적인 탐욕의 실현수단으로 타락시키려는 내부의 역적이다.

역설적으로 5·18은 당사자들이 5·18 당사자로서의 명예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만 살 수 있다.

추악한 공법단체 내부의 권력다툼과 이권싸움을 모두 포기해야만 비로소 5·18은 그 순수성을 회복할 수 있다.

5·18을 이용해 5·18정신 이외의 다른 것을 추구하는 자들이야말로 5·18정신과 먼저 가신 5·18영령들을 또다시 죽이는 범죄자들이다.

가장 무서운 적은 언제나 내부에 있다고 한다.

내부에서 탐욕으로 인해 5·18을 이용하려고 하는 자들이 바로 5·18의 가장 무서운 적이다.

5·18의 가치를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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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 5ㆍ18광주민중항쟁 당시 전남도청 앞 분수대광장에서 열린 시민궐기대회 장면.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누리집 갈무리 

5·18 내부의 역적들이 5·18단체 내부에 똬리를 틀고 앉아 거짓 명분으로 포장한 비민주적 행각을 벌이고 있는 사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5·18정신에 대해 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던 유공자들은 하나둘씩 5·18을 떠나갔다.

“정치를 외면할수록 가장 혐오스런 자들에게 지배당하게 된다”던 플라톤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번 기묘한 대국민선언식 사태로 광주 전남을 포함한 전국의 민주진영 시민사회단체들이 5·18에 주목하고 있는 지금이 5·18 공법단체들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그들 모두 더 이상 5·18을 팔아 사익을 추구하는 양아치들의 판이 되어버린 5·18을 외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 5ㆍ18 40주년 서울행사 총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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