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행사장 앞서 연와시위. 몸싸움...'5.18역사왜곡 폄훼. 화해 정치쇼” 규탄
5.18단체 회원. 시민사회의 중단요구에도 ...‘5.18단체-특전사동지회 선언식’ 강행
특전사동지회, 이날 오전10시 5.18묘지 기습참배 이후 ‘대국민 공동선언식’ 참석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참석..김관영 전북지사.담양.영암.해남군수 축사의 글 게재
시민사회, 5.18묘지 앞서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민대회’ 갖고 '5.18정신 계승' 다짐
21일 오전10시30분 광주YMCA에서 ‘시민사회 대책회의’ 갖고 향후 대응방안 논의

“계엄군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계엄군은 물러가라 물러가라”

19일 오전 10시45분께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앞. 

광주시민들이 군복을 입은 특전사동지회원들에게 43년 전 5.18광주학살의 현장 금남로 충장로에서 피흘리며 외쳤던 구호를 다시 외쳤다.

이날 광주시민이 5.18광주민중항쟁 이후 43년만에 또다시 그날의 피맺힌 구호를 외친 이유는 학살의 '가해자'였던 계엄군이 '피해자'로 둔갑하여 군복에 검은 베레모를 쓰고 5.18기념문화센터 안으로 진입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19일 오전 광주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18 포용과 화해 대국민선언식'이 열릴 광주 서구 쌍촌동 5.18광주기념문화센터 앞에서 행사장 입장을 대기 중인 특전사동지회에 대해 "계엄군은 물러가라"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광주인
19일 오전 광주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18 포용과 화해 대국민선언식'이 열릴 광주 서구 쌍촌동 5.18광주기념문화센터 앞에서 행사장 입장을 대기 중인 특전사동지회원들을 향해 "계엄군은 물러가라"고 구호를 외치며 몸싸움을 하고 있다. ⓒ광주인
광주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9일 오전 5.18기념문화센터 앞 도로에서 '5.18정신지키기 범시민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광주인
광주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9일 오전 5.18기념문화센터 앞 도로에서 '5.18정신지키기 범시민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광주인

이날 오전 11시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는 5.18단체 회원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회장 황일봉),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회장 정성국)가 (사)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총재 최익봉)와 공동으로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대국민공동선언식’이 열릴 예정이었다.

5.18 두 단체(부상자회. 공로자회)와 특전사동지회가 추진한 이른바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 대국민공동선언식’은 지난 13일 외부에 알려지면서 113개 광주시민사회단체와 5.18기념재단 역대 이사장단, 5.18 당시 시민군의 핵심 역할을 했던 5.18기동타격대 및 5.18단체 소속 회원들의 반대 성명 발표와 중단 촉구 기자회견이 연일 이어지면서 취소여론이 급등했다.

특히 5.18 3개 공법단체 중 유일하게 5.18민주화운동유족회(회장 양재혁)는 당초 공동주최에서 14일 불참 입장을 표명했으며, 5.18 당시 가족을 잃은 어머니들의 단체인 오월어머니집(관장 김형미)도 가장 먼저 반대입장을 통해 “5.18역사 왜곡 화해 정치쇼- 대국민선언”으로 규정했었다.

광주시민사회도 광주진보연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전남추모연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이 한 목소리로 ‘행사 취소’를 요구했으며, 대국민선언 하루 전 18일 오후에도 시민사회대표단이 황일봉 부상자회장과 정성국 공로자회장을 직접 만나 행사중단을 촉구했으나 끝내 거부를 당했다.

이처럼 광주시민사회단체와 5.18회원들의 반대 여론을 뒤로하고 이날 오전 특전사동지회와 5.18부상자회. 공로자회는 “기만적인 화해 정치쇼이자 5.18역사를 왜곡한 대국민공동선언식”을 강행한 것.

이를 눈앞에 두고 볼 수 없었던 광주시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5.18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인 19일 오전10시부터 5.18기념문화센터 앞 도로에서 ‘기만적인 대국민공동선언 결사저지-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민대회’를 갖고 특전사동지회원들의 입장을 저지하기 위해 연와시위를 펼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연와시위와 동시에 정문 밖 오른쪽에서 대기 중이던 100여명의 특전사동지회원들에게 다가가 “5.18역사왜곡 취소하라”, “계엄군은 물러가라”고 외치며 한 때 몸싸움을 벌였다.

19일 오전 광주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18기념문화센터 정문 앞에서 특전사동지회의 입장을 막기 위해 연와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주인
19일 오전 광주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18기념문화센터 정문 앞에서 특전사동지회의 입장을 막기 위해 연와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주인
'오월시인' 김준태 시인(맨 왼쪽)이 19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앞에서 이날 예정된 일부 5.18단체와 특전사동지회간의 ' 5.18 화해와 용서의 대국민공동선언식'을 규탄하는 자작시 '경고한다'를 직접 펼침막에 써서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민대회'에서 펼쳐 보이고 있다.  김 시인 오른편으로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관장, 김정길 6.15선언공동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김준태 시인 제공
'오월시인' 김준태 시인(맨 왼쪽)이 19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앞에서 이날 예정된 일부 5.18단체(부상자회, 공로자회)와 특전사동지회간의 ' 5.18 화해와 용서의 대국민공동선언식'을 규탄하는 자작시 '경고한다'를 직접 펼침막에 써서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민대회'에서 펼쳐 보이고 있다. 김 시인은 이날 오전 집회에서 '경고한다' 시를 주최 쪽을 향해 외쳤다. 김 시인 오른편으로 안성례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 김정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 ⓒ김준태 시인 제공

이날 광주시민이 가장 분노한 것은 “광주시민을 총칼로 학살한 '가해자' 집단이 '상부의 지시를 받아 질서유지 차원에서 광주에 투입됐다'며 계엄군도 '피해자'라는 궤변으로 5.18역사의 진실을 부정하고 왜곡한다”는 5.18정신 부정과 왜곡에 있었다.

또 “5.18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미완성 중인 현재 시점에서 피해자는 존재하지만 가해자의 실체적 집단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며 “포용과 화해는 섣부른 행위이자 5.18광주정신을 무너뜨리려는 정치적 음모이자 반역사적 정치쇼”라는 것.

특히 “특전사동지회가 진심으로 참회하고 반성한다면 상부 명령권자부터 양심선언과 진상규명에 협력해야 하지만, 당시 계엄군 지휘부 어느 누구도 반성과 고백을 하지 않고 있다”고 이들의 궤변을 반박했다.

이같은 광주시민사회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5.18 두 단체(부상자회. 공로자회)와 특전사동지회는 이날 오전 행사를 강행했지만 당초 참석키로 한 정치인 및 지자체 단체장 등이 대거 불참하면서 그들만의 행사로 치러졌다.

유일하게 참석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축사를, 박민식 보훈처장은 축하메시지를,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축하영상으로 각각 대신했다.

주최 쪽이 대국민선언의 상징으로 내새웠던 '전남도청지킴이 어머니 합창단'의 식전 합창공연도, 임근단 어머니(5.18당시 최초 희생자 김경철 유공자 모친)와 임성록 특전사동지회 광주지부 고문간의 '모자결연'도 합창단과 임 어머니의 불참으로 각각 취소됐다. 

또 당초 계획안에 공개됐던 강기정 광주광역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민주당 이용빈 의원,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 무소속 양향자 의원 등도 행사장에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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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부상자회, 5.18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와 19일 오전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 공동선언문과 행동강령'에 서명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 황일봉 5.18부상자회장, 정성국 5.18공로자회장, 전상부 특전사동지회장.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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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부상자회. 공로자회와 특전사동지회가 주최한 '포용과 화해 대국민공동선언식에 참석한 특전자동지회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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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이 오전 10시께 특전사동지회, 5.18부상자회, 공로자회 대표단이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특전사동지회는 민주의문에 비치된 방명록에 어떠한 글귀도 남기지 않았다. ⓒ5.18부상자회 제공

그러나 이날 배부된 행사 안내책자에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김관용 전북도지사,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비례), 민주당 김종민 의원(충남 논산 계룡 금산), 무소속 양향자 의원(광주 서구을), 정무창 광주광역시의회 의장, 이병노 담양군수, 명현관 해남군수, 우승희 영암군수의 축사가 게재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주최 쪽은 당초 오후2시에 예정했던 국립5.18민주묘지 공동참배를 시민사회단체가 "실력저지하겠다"고 경고하자 이날 오전 10시로 앞당겨 5.18 두 단체와 특전사동지회 대표단만으로 기습적으로 참배했다.    

특전사동지회와 5.18 두 단체는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선언문’에서 “5.18상황에서 광주현장에 투입되어 임무를 수행한 이들의 활동과 희생은 군인으로서 명령에 의한 공적직무를 수행한 과정이었다”며 “민주시민의 정의로운 항거를 억압한 ‘가해자’로 볼 것이 아니라 상부의 명에 복종하는 것이 불가피했고, 오랜 정신적 육체적 아픔으로 점철해온 ‘피해자’로 바라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언문은 “43년전 5.18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시비론(是非論)적인 관점이 아니라, 당시 양측이 실행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양시론(兩是論)적인 관점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5대 행동강령으로 “△헌정질서 수호 및 5.18정신 계승 발전 △화해.용서 실천 확대 △계엄군 장병 위로, 법.제도적지원 노력 △친선교류 강화와 대국민봉사 △매년 1회 이상 5.18묘지. 현충원 합동참배 정례화”를 발표했다.

한 시간에 걸친 대국민선언식을 마친 두 단체 회원들은 5.18기념문화센터 홀에서 주먹밥과 돼지수육 등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한편 이날 두 단체는 행사 전부터 건물 정,후문에서 출입자를 통제하면서 일부의 반발을 사기도했다.

오전 '범시민대회'를 마친 광주시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5.18단체 회원 등 500여명은 오후 2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민대회’를 개최하고 대국민공동선언식을 주최한 특전사동지회와 5.18 두 단체(부상자회. 공로자회)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하고 5.18정신 계승을 다짐했다.

광주시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5.18단체 회원 등이 19일 오후2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서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민대회'를 갖고 있다.  ⓒ예제하
광주시민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5.18단체 회원 등이 19일 오후2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문 앞에서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민대회'를 갖고 '오월정신 계승'을 다짐하고 있다. ⓒ예제하

박봉주 광주전남추모연대 공동대표는 “2023년 2월 19일은 5.18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수치를 남긴 날이다. 5.18이 당사자만의 것이냐”며 “(5.18부상자회. 공로자회는)5.18명예를 찾아준 광주시민과 국민들의 염원을 저버렸다. 5.18정신이 누구의 손으로, 누구의 힘으로 지켜왔는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박 공동대표는 “오늘부터 다시 5.18정신 지키기를 시작하자. 검찰독재 윤석열 정권도 교과서에서 5.18을 삭제하려했다”며 “우리의 힘으로 50년, 100년 이후에도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5.18역사를 물려주자”고 다짐했다.

집회 사회를 맡은 김순 광주전남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은 “5.18단체-특전사동지회의 대국민선언문에는 대국민 사과가 없고, 양심선언도 없다”며 “가해자인 계엄군도 광주시민과 같은 피해자라는 양시론은 5.18역사를 왜곡하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 집행위원장은 최익봉 특전사동지회 총재의 발언 중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은) 상부의 명령을 받고 질서유지를 위해 광주에 내려왔다”는 발언은 “끝까지 5.18가해자로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예제하
ⓒ예제하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누구의 허락을 받고 계엄군을 용서하고 화해하려는 것이냐. 누가 5.18을 이용하고 팔아먹었냐”며 두 단체의 반역사적 행위를 규탄했다.

또 김 관장은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오월어머니집 주변과 김 관장 집 근처 곳곳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200~300개의 펼침막을 걸어 놓고 있다”며 “관련 예산 및 책임소재 등을 분명하게 묻겠다”고 국가보훈처에 경고했다.

특히 김 관장은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대국민공동선언식의 하이라이트인 ‘모자결연’을 임근단 어머니(김경철 5.18첫 희생자 모친)와 임성록 특전사동지회 광주지부 고문간의 계획했다가 임 어머니가 불참하면서 무산돼자 ‘납치’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임 어머니는 불참 입장을 이미 전화 통화로 통보했었다”고 밝혔다.

이성미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대표는 “자랑스러운 5.18정신을 계승하는데 20대 대학생들도 끝까지 광주시민과 함께 하겠다”고 발언해 큰 박수를 받았다.

김정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1970년대부터 역사의 고비고비를 지켜보며 오늘이 가장 참담했다”며 “우리 내부(5.18 두 단체)의 변절을 보면서 역사가 왜 이렇게 돼야한가, 자문하면서 참담한 심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오늘 전국에서 광주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역사의 진보에 광주정신을 새롭게 할 내부정비를 할수 있을지, 내부분열로 이대로 쓰러질지 걱정하고 있다”며 “지난해 3월 9일 대선 이전, 윤석열이 5.18묘지에서 이른바 ‘광주점령선언’을 할 때부터 오늘의 참담함은 예견된 것”이라고 일부 5.18단체의 친윤석열, 반역사적 행태를 우려했다.

범시민대회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국립5.18민주묘지에사 합동참배를 하고 있다. ⓒ예제하
범시민대회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국립5.18민주묘지에사 합동참배를 하고 있다. ⓒ예제하

김 상임대표는 “최근들어 113개 광주시민사회단체, 20대 대학생부터 70대 역대 5.18재단 이사장단, 시민사회 원로들까지 모인적이 없다”며 “새로운 광주항쟁의 시작이다. 우리부터 단결하고 반성해서 광주정신을 올바르게 정착시켜내자”고 호소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5.18민주묘지 추모의탑으로 이동하여 '합동참배'를 한 후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민대회'를 마무리했다. 

범시민대회를 마친 광주시민사회단체는 오는 21일 오전 10시30분 광주YMCA 무진관에서 ‘광주시민사회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하여 ‘5.18부상자회.공로자회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과 5.18광주정신 지키기 방향'을 공개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1980년 5.18광주학살의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한 이날 광주시민과 양심적인 5.18회원들은 43년 전을 떠올리며 피를 토하는 참담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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