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악마도 있기는 있다

글을 쓰면서 외국의 예를 많이 들다보니 꼭 남의 집에서 뭔가를 얻어다 쓰는 기분이 든다.

되도록 안하도록 노력하겠다.

글 잘 쓰는 사람은 비유를 잘 한다고 해서 나도 외국의 예까지 많이 끌어다 쓴 모양이니 이해를 부탁드린다.

단 한가지 외국의 예를 비유로 든다고 해도 못된 짓은 안한다.

행위의 선악은 결과가 결정을 한다는 말이 있으니 아무리 좋은 뜻이라 해도 결과가 좋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다.

이번 글의 제목은 ‘진심은 악마도 감동시킨다’로 정했다.

내 경험에서 얻은 제목이다.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의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누리집 갈무리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의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누리집 갈무리

고교 시절 부모님은 지방에 계셨고 나는 서울 집에서 자취를 하며 학교에 다녔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가서 생활비를 타 온다.

그날도 집에서 생활비를 탔다.

그 때는 도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서 있는데 모르는 두 놈이 나를 끌고갔다.

당시만 해도 나는 촌놈이다. 따라갔다. 돈을 내란다. 없다고 했다.

주먹이 날아왔다. 말도 못하게 맞고 돈을 탈탈 털렸다.

겨우 서울 자취방에 돌아 온 나는 엉엉 울었지만 어디 가서 호소를 하랴.

핸드폰도 없던 시절. 순진해 빠진 나는 살길이 막막했다.

내가 나타나지 않으니 어머니가 올라오셨다.

맞아서 상처투성이인 아들을 보시며 어머니는 우셨다.

이러다 자식 죽이겠다며 어머니는 서울에 남으셨고 아버지 혼자 지방에 머무셨다.

그 때 내가 한 비장한 각오. 이를 갈았다.

"이새끼 언제고 나한테 걸리면 죽는다.” 세월이 흘렀다.

나는 럭비로 날렸고 주먹도 키웠고 서대문 바닥에서는 ‘독립문 호랑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어떤 놈도 나와 맞서지 않았다.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나는가.

그날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어느 놈이 무지하게 폭행을 당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거의 죽도록 맞는 것이다. 낯이 익었다. 아 그 놈이다.

맞고 있는 놈이 나를 팬 바로 그 놈이다.

팔짱을 끼고 쾌재를 부르며 구경했다.

매맞은 놈도 나를 기억했다. 나를 바라보는 눈은 애원이다.

살려달라는 애원.

가슴속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자식들아. 그만 패라.”

패던 놈들이 날 봤다. 독립문 호랑이다. “이새끼 악질이야”, “그만해”.

난 그놈을 살려줬다. 돈을 모조리 뺏기고 복수를 다짐하며 눈물을 쏟게 하던 그 놈.

그 놈을 난 살려 준 것이다.

왜 살려줬을까. 살려줘야 할 것 같았다.

그로부터 한달 후 학교에서 돌아오는데 어느 놈이 앞에 서 있다.

이건 뭔 놈이야. 그 놈이 내 손을 덥썩 잡는다. 손을 떤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무릎을 꿇고 일어날 줄 모른다.

더 할 말이 없다. 어깨를 잡아 일으켰다.

그 녀석 이름은 ‘최유X’이다. 그놈 학교 이름은 안 밝힌다.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70여년 전 일인데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내 복수심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은 내가 쓴 그대로다.
 

■가장 증오하는 오늘의 대상

광주전남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주)이 지난달 31일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정권이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를 욕보이고 있다며 구걸 외교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예제하
광주전남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주)이 지난달 31일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정권이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를 욕보이고 있다며 구걸 외교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예제하

아마 글을 읽은 사람들은 거의 알 것이다.

내가 죽고 싶어도 그놈들 죽기 전에는 못 죽는다고 할 정도다.

내게 죽을 짓을 했는가. 아니다.

나만 모른 척 관심을 안 가지면 그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안 된다.

내 가슴속에는 저 자들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명예를 던져 버려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나를 비롯해 우리 젊은이들이 피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를 말살한 범인들이라는 확신이다.

바로 검찰공화국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라는 변하지 않는 믿음이다.

특수악마란 무엇인가.

뭉뚱그려 검찰이라고 할지 모르나 검사 중에도 올바른 검사가 있음을 안다.

내가 말하는 특수악마는 윤가와 한가다.

이들만 사라져 준다면 이 나라가 얼마나 깨끗해질까.

나는 믿는다.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 되리라는 것을.

작가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고 상상력이 없다면 글을 못쓸 것이다.

어느 곳에서 윤가 한가 두 놈이 민주국민들에게 맞아 죽게 되는 모습을 내가 보았다면 어떨까.

무척 통쾌할 것이다. 그럼 그냥 죽도록 내 버려 둘 것인가.

자신이 없다. 가슴속에서 대가리를 내밀고 나를 쳐다보는 양심이라는 두 눈.

나는 그놈들을 살려줄 것이다.


양심이란 무엇인가

쓰레기를 주워 팔아 겨우 먹고 사는 할아버지가 매일 천원씩을 저금한다.

1년에 한 번 3.1절에 어려운 독립유공자 가족에게 보낸다고 들었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무엇인가. 온갖 못된 짓 다하면서 독재에 아부도 했고 못된 글을 썼다.

광주전남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주)이 31일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정권이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를 욕보이고 있다며 구걸 외교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예제하
광주전남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주)이 31일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석열 정권이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를 욕보이고 있다며 구걸 외교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예제하

이제 글 줄이나 쓴다고 사람이 됐는가.

미운 놈 죽으라고 간절히 바라는 나는 어떤 인간인가.

나의 양심은 어디서 통곡을 하고 있는가.

민주국민에게 맞아 죽을 뻔한 윤가 한가놈을 살려 주면 놈들은 내게 고맙다고 할 것인가.

물론 살려주고 싶어서 구해 준 것은 아니다.

단지 하나 그 인간들도 사람이고 사람이기에 목숨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 놈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죄없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죽이고 했는지 기억도 못할 것이다.

그 자들에게는 기억이라는 것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죄가 있건 없건 죄를 뒤집어 씌워 감옥에 보내면 되는 것이다.

그들이 죽기를 바라면서도 가슴 한구석에서 고개를 드는 양심이라는 존재.

더없이 부담스러운 존재지만 그런 존재가 있기에 사람이 아닌가.

이제 윤가 한가 두 놈이 죽기를 바라는 것은 단념하자.

대신 인간의 모습으로 살다가 제 명대로 죽기를 바라자.

가능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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