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본즈 앤 올’은 희생하여 살리고, 더불어 살아가며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전형적인 멜로물이 아니다. 살육과 식인을 통해 이내 사랑이 완전해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유전을 통해 식인욕구를 느끼는 ‘이터’들의 삶과 성장을 보여주며 그들의 고어적인 성질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또한, 첫사랑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식인욕구와 사랑이라는 부조화 안에서 결코 맞닿을 수 없는 인간의 이중적인 본능을 드러낸다. 

ⓒ본즈 앤 올
ⓒ본즈 앤 올

어렸을 적 아빠와 자신을 떠난 엄마를 찾기 위해 매런은 지도 한 장을 들고 길을 나선다. 버스 터미널에서 노인 ‘설리’를 만나게 되며 자신과 같은 ‘이터’들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된다.

매런은 살인없이 죽어있는 사람만을 먹는다는 설리의 철학에 따라, 감추고 있던 본능을 드러내며 설리와 함께 공식적으로 식인을 하게 되며 이터로써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다.

매런은 경계에 서 있다. 식인욕구를 인정하고 이터의 삶에 적응하는 것과 정체성을 감추고 참아내며 포만감을 느끼지 못한 채 정상적 일상을 일궈내는 것 사이에서 말이다. 이때 음식을 훔치던 마트에서 또 다른 이터 ‘리’를 만나게 된다.

ⓒ본즈 앤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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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하게 사냥해 포만감을 채우는 리에게 매력을 느낀 매런은 피범벅이 된 채인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일찍이 이터라는 정체성을 깨닫고 떠돎과 고향에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리는 엄마를 찾으러 떠나는 매런의 여정에 함께 하기로 한다.

둘의 로드무비는 그렇게 시작된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가 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과 ‘위아후위아’(2020)에서 줄곧 표현했듯, 캐릭터들 간 애정은 일상의 교감으로 시작된다.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특정한 사건을 통한 감정의 성장이 아닌 사랑이 결핍된 존재 간의 당연한 이끌림과 본능을 내러티브로 사용한다.

ⓒ본즈 앤 올
ⓒ본즈 앤 올

이 영화에서 사랑은 식인욕구와 대적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소수자인 이터들이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적정선의 타협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이는 먹지 않는 것이다.

식인을 원하는 순간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것으로 표현되는 이터들은 사랑하는 이를 살해하지 않기 위해 사랑의 대상을 상실하는 결정을 내린다.

매런이 엄마를 마주하는 순간에서 사랑을 지키기 위한 상실이 시작된다.

자신의 팔까지 먹어버릴 정도로 본능의 고통을 겪은 매런의 엄마는 자신을 찾아온 딸을 결정적인 순간 직접 물어뜯어 죽이려고 한다.

딸이 겪을 고통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딸을 의도적으로 소멸시켜 부디 자유로워지기를 바라는 엄마의 의지는 천륜에 대한 상식을 반전시키며 이전에 없던 모성애로 보여준다.

평범한 일상과 사랑은 이들에게 불가능한 욕망이며 매런의 성장과 반비례되는 한계로 여겨진다.

사랑을 위해선 본능을 포기해야만 하며, 상대에게 온전히 먹히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

매런과 리는 사랑의 힘을 기반으로 보편적인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식인을 할때의 포만감은 없어도, 사랑은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집적으로 매런을 사랑한 설리의 습격으로 인해 리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영화는 이 뒤에 오는 결말을 통해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본인의 피와 살을 먹여 풍요롭게 한다는 종교적 은유를 상기시키며 영화의 본질을 강조한다.

죽음을 직감한 리는 죽어가는 동시에 매런에게 자신을 전부, 뼈와 살 모두 먹어달라 말한다.

죽어가는 사람을 앞에 두고 매런이 느끼는 본능을 이해하며,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자신의 피와 살을 주는 것이다.

매런이 리를 먹음으로써 식인욕구는 포만감에서 사랑의 가치를 지니게 된다.

리를 상실하는 동시에 사랑하는 대상이 물리적으로 저장될 수 있는 지속성 또한 가능케 한다.

이로써 경계에 서 있던 매런을 보살피며 함께했던 리는 매런에게 흡수되며 그동안의 성장을 넘어 매런이 자립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게 한다.

존재가 완전히 소실되는 과정에서 그들의 숭고한 사랑이 증명된다.

ⓒ본즈 앤 올
ⓒ본즈 앤 올

영화에서 이터는 극히 일부인 소수자로써 존재하고, 그들의 본능은 사회에 이해될 수 없는 것으로 위험한 동시에 취약하다.

사랑과 상실이 함께 상승하는 이들의 삶은 현대의 사회적 변이와도 맞닿아 있다고 느껴진다.

영화 '본즈 앤 올'은 사랑의 결핍으로 인한 허기가 단순한 포만감으로 연장되는 것이 아닌, 사랑으로 정서적 포만감이 유지됨을 나타내지만, 그러한 사랑은 쉬이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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