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동 시인(73)이 첫 시집 『검돌베개 고요쯤에』 이후 13년 만에 제2시집 『우간다 카페』(문학들)를 상재했다. “여름 소나기처럼 단순”한 삶이란 무엇인가.

시인은 어느 날 저녁 소낙비가 눈이 되어 쏟아지더니 눈 깜작할 사이에 눈 세상이 되는 걸 목도하고는 조샌을 떠올린다. 조샌은 시인이 어렸을 적 고향 호암 마을 사람들의 머리를 깎아주던 절름발이 떠돌이 이발사다. “봄철에 보리 두어 됫박을 가을철에는 나락 두어 됫박을 소나기 지나가듯이 받아”가는 것이 전부였던 조샌.

시집 '우간다 카페' 표지그림. ⓒ문학들
시집 '우간다 카페' 표지그림. ⓒ문학들

그 회상 속에서 시인이 얻은 삶의 진언은 이러하다. “어렸을 적에는 여름 소나기처럼 단순하였다. 흠씬 젖도록 맞아도 금방 고실고실 마르는 소낙비였다.” “내 머릴 깎아 주던 조샌은 절름거리며 어디까지 걸어가셨는지, 걸어도 걸어도 난 아직 조샌을 다 따라가지 못했다.”(「조샌은 어디까지 갔을까」).

지나온 일생을 무심한 듯 “여름 소나기”에 비유한 이 시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이번 시집이 인생의 노정에 대한 탐구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2015년에 전남대학교 교수를 정년한 시인은 퇴직 전후의 삶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지난한 여정을 원체험이랄 수 있는 유년 시절 고향의 떠돌이 이발사 조샌을 통해 가늠하고 있다. 인생이란 “여름 소나기처럼 단순”한 것이다. 그 단순함의 상징인 조샌의 삶에 비추어 나의 삶은 지금 어디에 이른 것인가.

이러한 삶의 궁극에 대한 질문이 이번 시집 전체를 관통한다. 박 시인은 전남 광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남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키틴과 키토산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명망이 높았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줄도 몰랐다”는 산골 소년이 원대한 포부를 안고 대처에 나와 좌충우돌하며 마침내 한 봉우리에 올랐으나 그것이 곧 삶의 근원과 비례한 것은 아니었다는 깨달음.

박노동 시인. ⓒ문학들
박노동 시인. ⓒ문학들

그 깨달음은 연로한 아버지의 걸음걸이를 “내 영혼의 속도”(「우주 속도의 산보」)로 받아들이고, 자본에 굴절된 현대사회의 물질문명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고(「역사 분자들」), 한겨울 커피숍에 피어오르는 커피 향과 벌판을 하얗게 뒤덮은 눈을 “자유정신”과 생명의 물과 각자의 강(「우간다 카페」)으로 승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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