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민운동사의 새 장을 연 ‘함평고구마 사건’을 집대성한 책,
『함평고구마 피해보상투쟁』 출판기념회 17일, 오후 1시 30분 함평 대동면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려

한국농민운동사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아온 ‘함평고구마 사건’의 전모를 집대성한 『함평고구마 피해보상투쟁』(심미안 刊)이 전남대 윤수종 교수(사회학과)의 집필로 출간됐다.

576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기존에 정립된 ‘기도회―단식투쟁―보상’으로 이어지는 사건의 평면적 과정을 넘어 투쟁의 정체와 확산의 과정을 역동적으로 조감하면서 왜 하필 함평에서 이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탐구한 것이 특징이다.

신간 '함평고구마투쟁 피해보상투쟁' 표지그림.
신간 '함평고구마투쟁 피해보상투쟁' 표지그림.

함평고구마 사건은 1970년대 대표적인 농민운동으로 1976년 발생하여 2년여 동안 진행됐다.

고구마 수매를 둘러싸고 농협의 수매 불이행과 책임회피, 그에 대한 농민들의 피해보상 요구, 투쟁의 집중화(전국화) 등으로 전개돼 마침내 농협의 굴복과 보상을 얻어낸 사건이다.

당시의 여러 피해보상운동은 보상을 받거나 다른 대책을 마련해 주면 거기서 투쟁을 끝내는 게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함평고구마 사건의 농민들은 정부의 달콤한 협상을 거부하고 ‘직접 피해보상’을 받고 사과를 받겠다며 끝까지 투쟁해 농협의 잘못을 밝혀냈으며, 기도회와 단식투쟁을 통해 권력의 폭력에 정면으로 맞서 농민운동의 새 장을 열었다.

필자는 함평고구마 사건의 그동안 자료를 망라하고 관계자 30여 명의 인터뷰를 통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동안 이 사건은 가톨릭농민회의 지도 아래 일관되게 진행된 투쟁으로 인식되어 왔다(가톨릭농민회, 1984, 1999; 대책위, 1977, 1978a, 1978b).

그러나 전개 과정을 들여다보면(노금노, 1986, 1987; 기타 자료들) 현장 농민들과 ‘가농’(본부와 연합회), 농협과 경찰 및 정보기관의 길항 관계 속에서 투쟁이 전개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건은 농민들의 불만 제기 그리고 항의와 저항에 대해 정부(당국, 경찰, 농협)의 대응과 압박이 있었고, 그에 따라 운동의 분열(타협)과 정체가 있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상위조직 및 외부세력이 활력을 불어넣고 저항에 합류하면서 당국(경찰과 농협)과 농민들 간에 타협(협상)이 이루어지고 제기된 문제가 일단락되는 과정을 겪었다.

이 책은 이러한 전개 과정을 서술하면서 국가권력과 종교계, 종교와 농민운동가, 농민운동가와 일반 농민 등이 때로는 통일된 입장을, 때로는 갈등적 입장을 지니고 투쟁에 참여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왜 함평에서 발생했으며, 보통 피해보상투쟁이 택하는 달콤한 협상안에 굴복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직접 피해보상’을 받아낼 수 있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오랜 기간 자율사상에 대한 번역과 소수자 문제, 성과 욕망에 관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해온 윤 교수는 농촌사회학을 전공하고 농민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여러 저서와 논문을 편찬한 이력이 있다.

10여 년 전 농촌사회학 교재를 만들 때 농민운동 항목을 집필하면서 농민운동에 관한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했고, 농민운동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전남농민운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한국의 농민운동은 전남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이 책은 그 연구의 성과 중 하나이며 1980년대 후반 해남 ‘YMCA농민회’가 주도한 『해남수세투쟁』(심미안, 2020)도 그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윤 교수는 오는 17일 오후 1시 30분, 함평군 대동면 주민자치센터에서 이 책의 출판기념식을 진행한다.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