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이태원 핼러윈 행사와 관련한 엄청난 인명피해 참사에 관해서다.

한쪽에선 이게 나라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또 한쪽에선 자기들끼리 알아서 놀러 나간 사람들까지 나라가 책임져야 하냐고 언성을 높인다.

물론 그 마음 알겠다.

나라가 도대체 뭘 하는 곳이냐 묻는 이들은 아마도 2014년의 세월호 사건을 겹쳐 떠올렸을 것이다.

한계 수용 인원의 초과, 사고대응 매뉴얼의 부재,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 버린 것.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죽음 앞에 아무도 책임지려는 이가 없는 것까지.

나라의 책임 한계가 그토록 사적인 데까지 미쳐야 하는가 따지는 이들 역시 어쩌면 8년 전의 세월호 참사를 겹쳐 떠올렸을 것이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민중의소리 갈무리

교통사고나 진배없는 해상 선박사고가 왜 국가책임이냐고 물었던 때와 똑같은 느낌이고 생각일 것이다.

수학여행이 나라 행사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핼러윈 축제 역시 나라 행사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이미 일어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바뀔 리 만무하고.

이미 돌아가신 분들이 다시 살아 돌아올 가망 또한 전혀 없건만 우린 갑론을박으로 시끄럽다.

게다가 한술 더 떠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이들의 합동 분향소에다 ‘참사 희생자’라는 말 대신 ‘사고 사망자’라 쓰라는, 이상한 지침까지 내려왔다 한다.

참사라 하면 너무 그 범위가 크게 느껴져 이태원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고.

또 가해자가 없는데 희생자라 칭하는 건 옳지 않다는 논리다.

미증유의 사상자를 낸 압사 사고에 대한 인식이 저리도 천박하다.

참사 뉴스를 접하고서 처음에는 참담했고 다음엔 슬펐고 그다음엔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리고 그 미안함은 수도 없는 질문으로 뇌리를 때려왔다.

전 세계에 한류 열풍을 일으킬 정도의 문화강국이 된 대한민국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나라에서.

G11 안에 드는 나라로서 세계 무대의 리더 그룹에 들어간다는 코리아에서.

어찌 이런 어이없는 사고로 우리의 젊은이들을 한꺼번에 저세상으로 보내버린다는 말인가?

코비드19 이전에도 이 시기 이태원에선 늘 핼러윈 파티가 있어왔고 팬데믹 시절 동안 잠시 주춤하긴 했으나 작년에도 적잖은 규모의 인파가 몰려들었던 게 분명한 사실이건만, 당시의 경찰과 올해의 경찰이 갑자기 바뀌기라도 한 것인가?

그때는 다중 인원 쏠림 현상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책이 있었다는데 왜 올해는 갑자기 그게 사라져 버렸는가?

현장에서 실질적인 위협을 감지한 시민들이 그토록 여러 번 구조 신호를 보냈다는데.

파출소에 직접 찾아가 그 상황을 설명하며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한 시민도 있었다는데.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단순 불편 신고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인가?

주최 측이 따로 없는 행사여서 대응 매뉴얼이 없었다고 한다.

구조를 위해 달려갔으나 비상 시 대피로가 확보되지 않아 구급차가 접근하지 못했다 한다.

그리고 정부 당국자 누구도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

아무도 미안해하지 않고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다.

책임의 소재를 떠넘기기 바쁘고 발뺌하는 소리부터 늘어놓느라 정신이 없다.

국민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내놓은 답들 또한 한결같다.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송구스럽다, 유감이다,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할 일은 하고 있다, 사태 수습이 먼저 아니냐, 등등.

진실로 가슴 아프고, 그래서 미안하고 죄송한 이들은 따로 있다.

그 자리에서 한 사람이라도 살려보려 죽을힘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했던 시민들, 안타까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시민들.

뉴스를 접하고서 청천벽력이라도 된 듯 놀라 가슴을 치던 시민들, 오로지 시민들 뿐이다.

ⓒ광주인
ⓒ광주인

우리는 왜 미안해 하는가?

자기 재미로 놀러 나가 당한 사고에 불과한 걸 가지고 우리는 왜 참담해하고 가슴 아파하고 눈물을 흘리는가?

그 일이 단지 그들의 일이 아니고 우리의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들이지만 내일은 나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1세기 최첨단을 달리는 문화강국에서, 그것도 세계 몇 대 도시 안에 드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단지 친구들과 무슨 행사를 즐기러 나갔다는 이유만으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해괴한 논리로 그 젊은이들의 죽음이 그들 탓이라 말하고 싶어하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

홍수나 산사태, 산불이나 태풍도 따지고 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일어난 사고 아닌가?

그렇다면 국가는 왜 그런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수많은 주의를 주고 매뉴얼을 만들어 대비하라 떠들고, 비상 상황이 벌어졌을 시 구출하러 가는가?

개인적인 여가활동으로 등산이나 물놀이를 가서 사고가 날 시 국가는 왜 119 구급대원을 보내고 비상조치를 취하는가?

너무도 명확해서 진부하기조차 하지만 국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발 그 본연의 임무에 대해서 말하자.

누구 탓이냐로 잘못을 희석시키려 들지 말고 제발 가슴으로 생각하는 법을 좀 배우자.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갈무리
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민중의소리 갈무리
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 ⓒ민중의소리 갈무리

이 글을 쓰는 지금, 난 그냥 부끄럽기만 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을 품고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데 일조한 기성세대라는 생각에.

엄청난 희생자를 내고서도 참담함과 미안함보단 면피에 앞장서는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의 일부라는 사실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서 그저 두 손을 모을 뿐이다.

다시는 부디 이런 나라에 태어나지 마시기를! 못다 피운 삶, 저세상에서 활짝 피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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