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재한 러시아 평화활동가 강연회 개최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이 여덟 달을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 7시, <재한 러시아 평화활동가 초청강연:러시아 시민, 우크라이나 전쟁반대를 말하다>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광주모임(광주모임)의 주최로 전일빌딩245 광주NGO센터에서 개최되었다.

단상에 선 알렉산드라 러시아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 활동가는 “러시아 사람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전쟁이 참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낸다.”고 강연의 의의를 밝혔다.

지난 27일 광주에서 러시아 평화활동가 알렉산드라씨가 전쟁의 실상을 전하며 전쟁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광주모임 제공
지난 27일 광주에서 러시아 평화활동가 알렉산드라씨가 전쟁의 실상을 전하며 전쟁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광주모임 제공

알렉산드라 활동가는 한국에서의 반전 평화 캠페인을 주도하는 재한 러시아인으로 강연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 시민들을 주제로, 러시아 내 반전시위 현황, 한국 내 러시아인 커뮤니티의 반전시위, 러시아 페미니스트들의 반전 활동, 한국 시민사회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알렉산드라 활동가는 강연에서 “러시아에서는 두 단어, 전쟁 반대만 말해도 체포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 시민들이 억압당하는 현실을 소개했다. 알렉산드라 활동가가 소개한 영상에서는 한 여성이 러시아어로 “전쟁반대”라고 적힌 종이 쪽지를 들자 마자 경찰에게 연행되었다.

또 다른 영상에서 한 여성이 눈 위에 러시아어로 “전쟁반대”라고 적자, 경찰이 등장해 곧바로 글자를 지운다. 알렉산드라 활동가는 러시아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도 제한된다며 “러시아에서 신문, 라디오, TV와 같은 일방향 언론만 사용할 수 있다. 덧글을 달 수 있는 유튜브는 사용할 수 없다. 전쟁 관련 소식을 전하는 소셜미디어도 정부 요청으로 제한된다”고 실상을 전했다.

알렉산드라 활동가는 러시아 경찰이 시민들의 의사표현을 과도하게 제한하며, 폭력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서는 시민이 둘 이상이 모이면 불법이 된다”며 “경찰은 쉽게 폭력을 휘두르고, 평화를 주장하는 시민을 협박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시민사회를 파괴한다”며 “(활동가는) 위협적인 선전과 법적 절차의 대상이 된다. 경찰은 평화롭거나 작은 시위에도 무력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한다, 때로는 시민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힌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광주모임 제공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광주모임 제공

알렉산드라 활동가는 “러시아에서 반전표현으로 체포된 사람은 19,350여명”이라고 소식을 전하며 “러시아에서 반전시위는 기본적으로 평화시위다. 사람들은 작은 피켓이나 옷에 배지를 달 뿐이다. 이것이 경찰의 폭력과 고문을 당할 정도의 죄인가”라고 러시아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강연은 러시아 시민들의 다양한 반전평화 행동을 구체적으로 다뤘다. 알렉산드라 활동가는 “사람들이 전쟁반대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며 당시 영상을 소개했다. 알렉산드라 활동가는 정부의 억압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시민들은 정말 다양하게 시위하고 있다”며 사례를 전했다.

‘러시아 철도 저항: <열차칸을 멈춰라>’ 전쟁물자를 운송하는 철도운행을 방해한다며, “평화활동가들은 열차칸을 멈추기 위한 가이드를 배포한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 내 반전 활동가들의 노력을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 내 시민단체인 페미니스트 반전 저항에서는 전쟁 근황이나 반전활동에 대한 안내를 시민들에게 전파한다”고 소개했다.

강연은 한국에서 반전 행동도 다루었다.

알렉산드라 활동가는 “한국의 러시아인들이 보신각 등에서 반전시위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쟁이 8개월이나 지속된 지금, 무엇보다 반전 메시지를 전하는게 필요하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광주모임 제공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광주모임 제공

알렉산드라는 또한, “한국에서 우크라이나를 돕기위해 다양한 행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인들은 더 큰 책임감을 가지고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느낀다”, “전쟁 반대의 메시지를 꾸준히 내고,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및 토론에서 강연에 참가한 광주시민들은 전쟁에 대한 우려와 반대목소리를 표하는 한편, 강연내용, 평화운동 및 국제정세에 대해 질의응답과 의견을 나누었다.

광주기독교연합 NCC의 장헌권 인권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후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전쟁은 종식되지 않고 갈수록 여성, 어린이 등이 처참한 현실을 언론 지상으로 보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장 위원장은 “행동을 하고자,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며 “인권을 소중히하는 광주에서 어떻게 해나가야할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사회를 맡은 서단비 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무처장(광주모임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과 군사행위가 하루 빨리 중단되어야함은 물론, 평화를 주장하는 러시아 시민에 대한 폭력적 진압도 중단되어야한다”며 “신변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푸틴에 맞서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 시민들의 노력에 지지와 연대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촉발한 군사적 긴장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들과 함께,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푸틴의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가”라는 질문에 알렉산드라 활동가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전략으로 사고하는 것은 맞지만, 그 가능성을 추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다만 “전문가들은 이 확률이 높다고 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기존에 서방과 친하지 않던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데, 국제정세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실제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며, “일례로 아르메니아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답했다. 앞으로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무엇보다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광주모임 제공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광주모임 제공

끝으로 알렉산드라 활동가는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시위를 나가지 못한 사람들 대신 한국에서 열심히 전쟁반대를 말하겠다”며,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현장 강연 참석자들은 강연장에 마련된 메시지 보드에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남기며 전쟁반대 목소리를 표했으며, 광주 시민의 연대와 지지를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한편, 이번 강연을 개최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는 광주모임’에는 5.18 기념재단 등 광주지역 소재 24개 단체가 참여 중으로, 지난 4월 29일 광주시민평화촛불을 비롯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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