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전문]

강제동원 언급조차 없는 광복절 경축사 ‘맹탕’
- 윤석열 대통령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는 허망하기 짝이 없는, 한 마디로 맹탕 그 자체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현재 한일 간에는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 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만 33회 외쳤을 뿐, 광복 77년을 맞도록 사죄 한마디 듣지 못한 일제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다.

오히려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며 일본의 역할을 한껏 추켜세웠다.

광주 남구 양림동 평화의 소녀상. ⓒ광주인
광주 남구 양림동 평화의 소녀상. ⓒ광주인

우회적으로 “한일관계가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의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 역시 공허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 상태에서,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어떻게 나아간다는 것인가?

윤 대통령이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예를 들어 일본과 폭넓은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제대로 알고나 하는 말인지 묻고 싶다.

당시 오부치 총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커다란 고통을 준 사실을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 한일 외교 사상 처음으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공식 합의 문서에 명시됐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은. 지금처럼 가해자 일본의 역사적 책임을 눈감은 채 무작정 미래로 나아가자고 했던 것이 아니다. 

강조하지만 윤 대통령은 일본의 통절한 반성을 전제로 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다시 읽어 볼 것을 권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금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함부로 입에 올릴 처지가 아니다. 가해자가 피해자가 서로 뒤바뀌어 물구나무 서 있는 현재의 참담한 상황이 그 좋은 예다.

생각해 보라. 일본 가해 기업이 져야 할 법적 책임을 한국이 대신 지겠다고 일본까지 찾아가 고개 숙이는데, 일본이 무엇을 두려워 하겠는가?

오늘 내일을 알수 없는 절박한 피해자들 처지는 정작 외면한 채, 한국 정부가 대법원의 강제집행 절차를 대놓고 방해하고 나서는데, 일본이 반성할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한마디로 전범 기업의 숨통을 틔여 주고 대신 피해자의 손발을 묶는 윤 정권은 감히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법치’를 3회 강조했는데, 그가 말한 법치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 최고 법원인 대법원 판결을 4년 동안 헌신짝 취급하며 우롱하고 있는 작금의 한일관계가 그가 강조하고 있는 ‘법치’이고, ‘보편적 가치’인지 답해 달라.

2022년 8월 15일

(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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