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반도 유형원 ‘반계서당’에서 ‘매창공원’까지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시민과 함께 문학기행 진행

광주·전남소설가협회(회장 김경희) 소속 소설가들이 21일 시민과 함께 보리가 익는 누런 들판에서 푸른 바다가 일궈내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마주했다. 

유형원의 ‘반계수록’과 이매창의 ‘이화우(梨花雨)’를 가슴 깊이 껴안고 코로나에 지친 상실의 시대에 희망의 무지개를 띄우려는 듯 참가자들이 맨 먼저 찾은 곳은 반계서당이었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작가들과 시민들이 21일 문학기행에서 반계서당을 둘러보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제공
전라북도 부안군 보안면 우동리 반계서당 전경.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제공 

반계서당은 그가 낙향하여 평생 연구와 후진양성에 몰두했던 곳으로 새로운 사상을 바탕으로 국가체제의 전면적 개혁 방안을 연구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훗날 영조 임금의 특명에 의해 간행된 ‘반계수록’에 그의 개혁적 사상과 이념이 전해지는데 모두 이곳에서 착안하고 가다듬은 내용들이다.

이런 까닭에 조선의 실학은 호남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반계서당을 둘러본 작가들은 학문을 현실사회를 구제할 수단으로 바라봤던 유형원처럼 현대의 소설도 시대 담론과 치열한 현장성에 바탕을 둔 서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제공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제공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소설가들이 전나무 숲길로 유명한 국립공원 내소사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제공

반계서당 답사를 마친 작가들은 전나무 숲길로 유명한 국립공원 내소사를 찾았다.

내소사는 절 입구 일주문에서 사천왕문까지 약 500미터 가량 이어지는 전나무숲길로 유명하다. 

내소사를 둘러본 작가들이 다음으로 찾은 곳이 격포항 부근 채석강이었다.

이곳은 선캄브리아대의 화강암, 편마암 기저층에 중생대 백악기의 지층이 쌓인 퇴적층이다.

오랫동안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놓은 것처럼 밖으로 드러났는데 주변의 백사장, 맑은 바닷물과 어울린 풍치가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나다.

전북 부안 채석강.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제공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소설가들이 층암절벽과 아름다운 바다로 유명한 국립공원 채석강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제공

시문과 거문고 연주를 잘하며, 지은 시 수백 편이 사람들에게 회자 되는 시인.

허균과 오랜 우정을 나눴고 유희경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비운의 여성.

조선 선조 때 부안 기생 이매창을 이르는 말이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소설가들과 시민들이 문학기행에서 마지막 찾은 방문지는 그녀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매창공원이었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이 시는 그녀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유희경을 떠나보내고 그를 그리며 지은 시로, 시가 담고 있는 서정성과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가 기생이라는 신분과 연계돼 깊은 울림을 준다.

긴 세월 수절 끝에 자존감으로 탄생한 매창의 시들은 우리 문학사에서 길이 빛날 보석이다.

매창공원 한쪽에 이매창의 묘가 있다. 그녀가 생전에 아끼던 거문고도 함께 묻혔다. 풍우에 씻긴 오래된 비문이 그녀의 쓸쓸했던 삶을 보여준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제공
매창공원 한쪽에 이매창의 묘가 있다. 그녀가 생전에 아끼던 거문고도 함께 묻혔다. 풍우에 씻긴 오래된 비문이 그녀의 쓸쓸했던 삶을 보여준다. 기생의 사랑은 헤어짐을 전제로 하기에 더욱 애달프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제공
이진 소설가가 이매창의 대표시 이화우 앞에서 그녀의 생애와 시적 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진 작가는 그녀를 소설 '허균, 불의 향기'에서 다루었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제공
이진 소설가가 이매창의 대표시 이화우 앞에서 그녀의 생애와 시적 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진 작가는 그녀를 소설 '허균, 불의 향기'에서 다루었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제공
문학기행에 함께한 소설가와 시민들이 부안읍에 소재한 매창공원을 둘러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제공
문학기행에 함께한 소설가와 시민들이 부안읍에 소재한 매창공원을 둘러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제공

이날 행사를 마친 작가와 시민들은 조선 실학의 명맥이 면면히 이어져 오늘날 사회개혁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을 나타냈다.

또 신분제란 굴레에 갇혀 살면서도 각고의 분투 끝에 문학적 성과를 이룬 이매창의 생애와 작품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

김지원 광주전남소설가협회 사무국장(소설가)은 “작가와 시민이 문학을 주제로 찬란한 신록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가을에 또 만날 것을 약속했다.

김경희 광주전남소설가협회 회장도 “협회가 주최하는 모든 행사에 광주.전남 시.도민들과 함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보겠다”면서 앞으로도 “회원과 시민 모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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