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홍업(57)씨가 15일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다.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전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까지 했다. 그동안 무성하던 소문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김홍업씨는 출마선언문에서 “이번 선거는 우리 지역이 새로운 도약과 발전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선거”라 규정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중차대한’ 의미를 지닌 선거에 김홍업씨가 적격이냐를 두고 논란이 일어났다.

하루 뒤인 16일, 흘러간 ‘무균질’ 정객인 박찬종씨가 김 전 대통령에게 공개서신을 통해 차남인 홍업씨의 출마를 막아달라고 당부했다. 박씨는 “대선 정국에 노골적으로 관여해 또다시 호남지역주의에 기반한 신당 창당을 촉구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의 금도가 아니다”며 김 전 대통령을 향해 ‘입바른 소리’를 날렸다.

지난 8일에는 광주.전남지역 52개 시민사회단체 명의의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이 단체들은 “비리에 연루되어 실형선고를 받았던 김씨가 정계개편이라는 정치상황을 이용하여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호남을 무시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처사를 거두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지난 시절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가신(家臣)이던 권노갑씨가 지역구(목포)를 김홍일씨에게 물려준 사실을 기억한다. 이제 그 동생인 김홍업씨가 또 다른 가신인 한화갑 전 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는 형국이 그려지고 있다. 봉건시대 이야기도 아니고, 도대체 이런 경우가 있단 말인가.

당사자들의 점잖은 ‘표정관리’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합집산을 향한 속내는 김홍업씨의 무소속 출마에 따른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무공천으로 이어질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무안과 신안을 방문하기에 앞서 지난 12일 아버지인 김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열심히 해라”는 화답을 들었다고 전하는 김홍업씨. 자신의 역할보다 아버지의 후광에 기댈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하는 그의 행보에서  ‘세습’이라는 단어가 떠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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