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수

불의 심판


도공이 흙 속에
혼을 담는 작업을 한다

손끝으로 색을 짐작해 보고
생명을 불어 넣는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도공의 얼굴에
일순간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드디어
불씨에 불을 붙인다

우우----
불꽃의 우는 소리가 들린다

신처럼 커졌던 도공의 몸집이
일순간 작아진다

아주 작아져버린 도공이
결국 불 앞에 납작 엎드린다.

뜨거운 가마 속
불타는 마음으로
불의 심판을 기다린다.

      어느 전통가마터의 일상을 보며

오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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