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어머니를 위한 대형 "꽃 글씨" 화제

"그대 떠난 자리에 피어 난 오월 작약은 엄동설한 혹독한 추위를 견뎌낸 강골의 꽃이오. 
봄바람 이고 온 청청한 날에 아니온 듯 다녀가면 그대 숨결 느낄 수 있는 풍경을 그려내고 싶소."
(석산의 자작詩 '작약꽃이 피었네' 중에서)

올해로 진도 하조도에서 5년째 안빈낙도의 삶을 살고 있는 대한민국 캘리그래피 명장! 석산 진성영 작가의 농원에는 5월 한 달 간 딥한 비누향기를 내뿜는 작약꽃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린다. 

ⓒ진성영
ⓒ진성영

지난 2017년 11월 어머니 강씨는 밭 일을 하다가 호미를 쥔채 끝내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1년 6개여월 병마와 싸우다가 2019년 6월, 향년 89세의 나이로 질곡진 생을 마감했다. 

진 작가는 "살아 생전 어머니가 무척 좋아했던 작약을 지난 해 11월 어머니 강씨 2주기에 맞춰 600여평 규모의 밭(현, 석산자연농원)에 손수 작약을 심기 시작했다."면서 "가로 60m 길이에 '꽃 피는 봄날에 아니온 듯 다녀 가소서'라는 대형 글씨속 작약을 하늘에서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심었다."고 한다. 

'먼저가신 님은 모란이 되었고, 그 옆에 남아있게 해달라고 빌어서 작약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작약은 물레나물목 작약과에 속하는 '동양의 꽃'으로 불린다.

앞으로 진 작가는 조도 섬 주민을 비롯, 하조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작약의 향취에 취하고 잠시 머물다 갈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꾸며 설치미술을 접목한 글씨와 아름다운 꽃이 조화를 이루는 "글밭"을 만들어 가겠다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진성영
ⓒ진성영
석산 진성영 캘리그래피 명장. ⓒ진성영
석산 진성영 캘리그래피 명장. ⓒ진성영

현재 진 작가는 작년부터 섬 주변에 버려지고 방치되어 온 해양 쓰레기를 '재생'이라는 화두로 빈티지 작품화하면서 섬 주민을 위한 '폐목 명패달아주기 운동'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진성영 작가의 주요 대표작으로는 2010년 SBS 수목 드라마 '나쁜남자', 2015년 KBS 대하드라마 '징비록', 2016년 광주 '무등산 노무현길' 표지석, 202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공식 슬로건 '기억하라 오월정신, 꽃피어라 대동세상'.. 최근 개통한 진도 하조도-나배도간 연도교 '나배대교' 교명 표지석 서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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