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존엄하고 평등하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특수교육지도사 노동자들은 이 한 마디에 선언문의 모든 내용을 담는다.

그러나 오늘날 존엄은 지향이고 평등은 당위일 뿐 현실사회에는 차별과 불평등이 뿌리내리고 있다.

사회 어느 영역에서나 그러하듯, 교육 현장에서조차 구조로 자리 잡은 차별을 마주하기란 그리 생경한 일이 아니다.

그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익숙하기에 마주한 것이 차별이라 인식하기도 어려운 것이 오늘 교육의 자화상이다.

‘모든’이라는 표현이 ‘보편’과 등치되어선 안 된다.

보편을 상정한 사회에서는 ‘다수’ 혹은 ‘정상’이라 표상되지 못하는 존재를 지워낸다.

누가 지하철을 설계하였는가? 비장애인이 설계했다. 누구를 위해 설계하였는가?

장애인만을 위하여 설계했다.

그렇기에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근래의 장애인 이동권과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를 위한 지하철 출근 투쟁에 대하여 배제된 동료 시민을 사회 공동체에 포괄하기 위한 공익 추구 투쟁이라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교육 현장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자 시민임을 배워나가는 공교육 현장은 ‘모든’ 시민을 얼마나 포괄하고 있는가?

온통 비장애 학생 중심으로 설계된 우리 사회 속 학교 공간에서 교육지원 활동은 평등한 교육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인 교육복지다.

그런데도 장애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교육복지 지원 시스템에 관하여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는 교육 당국의 태도는 정녕 떳떳할 수 있는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방과 후 과정 지원 전담 인력을 채용하라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역할 과중으로 대체하여 ‘비용 절감’하려는 것은 ‘인권 절감’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장애시민에 대한 학습권 차별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로 완화하려는 시도는 사회적 차별의 구조를 방치한 채, 서로의 인권을 제로섬 관계로 상정하려는 가장 질 나쁜 방식의 접근이다.

근대 이후 국가는 일상에서 지장을 겪는 특정한 종류의 신체적·정신적 다름을 비장애와 엄격히 구분하여 장애라 규정한다.

그 기준은 일상을 제공하는 환경에 따라 유동적이어야 할 것이나, 완고한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정상’에 관한 완고한 기준에만 근거한다.

그렇기에 장애란 개인의 고유한 정체성임과 동시에 사회의 정체성과 교류하는 사회적 정체성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사회적 신분으로 정의되는 우리 특수교육지도사 또한 국가가 상정하는 차별적인 노동시장 이분화에 근거해 차별받는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의 인권은 서로에 대한 제로섬이 아니라, 장애나 사회적 신분과 같은 특정 정체성을 배제하는 구조에 저항하고자 하는 동질적인 권리임을 이 자리에서 선언한다.

우리의 해방은 연결되어있다.

2022년 4월 20일(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기자회견 참가자 및 특수교육지도사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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