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기본협약 발효에 따른 민주노총광주본부 성명서 [전문]

노동 후진국 이제 그만! 노동기본권 글로벌 스탠더드 제대로 적용하라!
 

ILO 협약 87호, 98호, 29호가 오늘 발효된다. 대한민국이 ILO에 가입한 지 31년, OECD에 가입한 지 26년만의 일이다.

오늘부터는 전 세계 160여 개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에 관한 국제기준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으로 적용된다.

오늘부터는 이 ‘기본중의 기본 권리’가 제대로 적용되는지 ILO 감시감독기구를 통해 점검받게 되고, 협약을 비준함으로써 발생하는 의무를 위반하면 ILO가 정한 절차에 따라 이를 해소해야 한다.

오늘부터는 정부의 약속대로 한국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하기 위해 일터에서 쫓겨날 위험을 무릅쓰거나 목숨을 내걸지 않아도 되는지, 노조 할 권리가 14%의 조직된 노동자만 누리는 특권이 아니라 일하는 모든 사람이 누리는 보편적 권리로서 보장되는지, 어느 누구도 자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노동을 강요받지 않는지 국제사회가 지켜보게 된다.

이로써 ‘한국사회의 특수성’ 운운하며 유독 노동기본권에 관해서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회피하는 관행은 더 이상 발붙일 자리가 없다.

그러나 ILO 가입 후 30년이나 지나서 겨우 하게 된 기본협약 비준이 다시 한번 ‘지키지 않을 약속’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랬다간 ‘노동 후진국’,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 ‘노동기본권 보장 수준 최악의 나라’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을 것이다.

오늘 발효되는 협약을 제대로 적용하기 위해서 새 정부가 실행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새 정부 취임 직후부터 오늘 발효되는 협약과 법·제도·현실이 얼마나 심각하게 동떨어져 있는지 점검하여 개선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프리랜서 노동자 등 수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3권 보장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진짜 사용자들과 교섭조차 할 수 없다.

노조와해를 위한 사용자의 회유와 압박, 교섭거부,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차별 등 부당노동행위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파업의 목적·주체·절차·방법 등 겹겹이 쌓인 요건을 뚫고 합법파업으로 인정받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공공부문에서는 지나치게 폭넓은 필수공익사업장 규정과 부당한 필수업무유지제도로 파업을 하더라도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교사·공무원은 정치적 의사표현과 단체행동이 전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렇듯 지금껏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개선을 요구한 사항부터 시작하여, 협약과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의 행사를 최대한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 관행을 확 바꿔야 한다.

다음으로 국내법 규정을 이유로 ILO 기본협약이 규정하는 한국의 의무를 불이행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약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관행을 안착시켜야 한다.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 27조는 “어느 당사국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그 국내법 규정을 원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유엔 인권기구 역시 “국내법이 가능한 한 국가의 국제법적 의무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더군다나 발효된 협약과 역행하는 방향으로 노동권을 제한하거나 사용자의 의무 회피를 허용하는 추가적인 입법을 논의대상에 올리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법이 보장한 최소 노동기준을 실제로 현실에서 작동하게 만들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생활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권리실현을 위한 권리’다.

코로나19 위기로 더욱 심화된 사회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기후위기에 맞서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노동자가 어떠한 차별도 없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민주노총광주본부는 오늘 발효한 협약을 좌표삼아 한국의 노동기본권 현실이 완전히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바꿔내기 위한 지난한 투쟁을 함께 전개해 나갈 것이다.

- ILO 87호·98호 협약에 맞게 노조법을 전면 개정하라!
-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하라!
- 교사·공무원 노동기본권·정치기본권 보장하라!
-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폐지하고 자율교섭 보장하라!
- 진짜 사장, 원청사용자와 교섭할 권리 보장하라!

2022년 4월 20일
 

민주노총 광주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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