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명함 찢어버려라

마을에 새로 이사 온 집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주인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데 고약했다.

취해 밤늦게 귀가 하면 소리 지르고 이유 없이 시비 걸고 옷차림은 엉망이고…한 사람 두 사람 입을 거치면서 아주 몹쓸 사람이 되어있었다. 동네 여론이 그렇게 되었다.
 

■여론은 무섭다

여론을 제일 무서워하는 게 아무래도 정치인들일 것 같다. 요즘 여론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게 누굴까. 당선자가 아닐까.

참 당선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왜 모두 당선인이라고 하는가. 알아보니까 당선자를 한문으로 쓰면 ‘當選者’의 者라는 글자가 ‘놈’자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냥 웃고 말았지만 나는 그냥 당선자라고 쓴다. 올림픽 우승자를 우승인이라고 쓰는 거 봤는가.

내가 여론을 말하면서 요새 당선자가 여론동향에 많이 신경을 쓸 거라고 했다.

이유는 대충 알겠지만, 지지율이 자꾸 떨어지기 때문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여론조사 응답자의 절반인 49.6%가 ‘잘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46%에 그쳤다.

대상이 대선에서 승리한 지 20일이 채 안 된 당선자라면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당선자가 뼈아프게 느껴야 할 것은 이것이 지지도의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흐름이다.

당선자의 긍정적인 국정수행 전망은 대선 직후 52.7%(2주차)에서 49.2%(3주차), 다음은 46%(4주차)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당선자는 이런저런 이유를 댈 수도 있다.

그러나 이유는 통하지 않는다. 더구나 당선 이후 당선자의 측근이라는 이른바 ‘윤핵관’이 보인 오만불손은 국민이 머리를 젓게 만들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 같은 여론조사에 대해서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했지만 영 미덥지가 않다. 더구나 당대표라는 이준석이 장애인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발언을 들어보라.

당선자가 정치적 운명을 건 청와대 이전도 과연 국민은 얼마나 납득할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자가 화해하는 모습으로 청와대 경내를 걸으며 대화를 나눌 때 국민은 왜 저런 청와대를 떠나야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을까.

당선자가 무속신앙에 매몰됐다는 시중의 소문은 청와대를 볼 때마다 새삼스럽게 상기된다.
 

■언론의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언론의 생명은 공정보도다. 공정보도는 누가 하는가. 언론인이 한다. 만약 공정보도를 못 한다면 언론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언론인에게 묻는다. 자신 있는가. 나는 공정보도를 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가. 나는 믿지 않는다.

얼굴 못 들 ‘기레기’라는 호칭을 달고 있는 기자들. 기레기의 의미를 모른다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여론을 보라. 자신 있게 공정보도를 한다고 할 수 있는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기자들이 작심하고 공정보도를 한다면 어느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 실제로 민주언론운동을 할 때 체험했다. 목숨을 걸고 싸웠고 승리했다. 왜 지금은 안 되는가.

지금은 나라의 위기다. 이 위기를 구할 사람은 언론인이다.

스스로 잘 알 것이다. 나라를 구해야 한다.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이다. 나라를 구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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