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예총, "31일 공개 예정인 5.18광장 분수대 작품... 특정 작품 무단 도용"
민미협, "민주화 상징 옛 전남도청 앞 작품이 저작권 침해...공개사과" 촉구

광주 동구청, "작가간 입장 대립"... 해당 작가, "수차례 양해 구했다. 난감"
김병택 작가 "동구청에 민원 접수 후 공사 중지 요청...사업강행 책임회피"

'5.18민중항쟁 최후항전지' 옛 전남도청 앞 광장 분수대에 오는 31일 공개될 진시영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 '빛불'이 특정 작가의 작품을 무단도용한 것으로 드러나 저작권침해 시비와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광주민예총)과 민족미술인협회 광주지부(광주민미협)는 29일 "문화수도 광주에서 수십억원을 들여 민주인권평화의 상징으로 선보일 미디어아트 작품이 김병택 화가의 작품을 무단도용하여 저작권 침해를 했다"며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김병택 작가는 지난 2009년 이명박 정권 당시 4대강 사업을 비판한 '삽질공화국' 그림이 전시 중에 공안기관 압력으로 철거된 바 있으며 이후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 연작 등에 매진해온 광주의 대표적인 민중화가다. 

(주)시공테크가 지난 2021년 6월 광주 동구청 공모제안서에 사용한 이미지. ⓒ광주민예총 제공
(주)시공테크가 지난 2021년 6월 광주 동구청 공모제안서에 사용한 이미지. 김병택 작가의 '광장의 기억- 분수대' 작품 도용과 저작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민예총 제공

저작권 논란의 발단은 광주 동구청이 지난해 6월 40억원 예산규모로 ‘문화전당 야간경관 조성사업 콘텐츠 계발 및 시스템 구축 운영 용역’을 발주하면서 시작된다. 당시 동구청은 심사 결과 (주)시공테크와 진시영 작가를 최종 선정하고 올해 3월 31일 작품을 공개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광주민예총과 광주민미협에 따르면 "시공업체와 진 작가는 미디어아트 작품명 '빛불' 작품 제작 과정에서 김병택 작가가 지난 2016년 6월에 공개 전시한 '광장의 기억- 분수대' 작품의 핵심 구도와 색채, 표현기법 등을 그대로 도용하여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 

두 단체는 "김병택 작가의 고유 창작물인 '광장의 기억-분수대' 작품을 사용하면서 시공업체와 진 작가는 어떠한 협의나 원칙적인 절차 없이 무단으로 도용해 작가의 인권을 짓밟고 창작품을 훼손한 저작권침해 사건"이라고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또 "진시영 작가은 해당 사업 선정 후 지난해 12월30일 김병택 작가에게 SNS 문자메시지로 '광장의 기억-분수대' 작품을 두 가지 형태로 자신들이 사업공모와 홍보SNS에 사용했음을 뒤늦게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병택 작가는 "당시 문자메시지를 접하고 진시영 작가에게 원칙과 절차 없이 작품이 도용될 수 있느냐"며 "이것은 범죄행위이고 작가의 지적 재산권의 침해와 그동안 쌓아온 자존심과 명예를 짓밟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즉각적인 시정과 저작권 관련 절차와 증빙 서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빛불' 작품 SNS 온라인 홍보이미지. ⓒ광주민예총 제공
'빛불' 작품 SNS 온라인 홍보이미지. 저작권 침해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민예총 제공

김 작가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약 3개월 동안 진시영 작가와 시공업체를 상대로 공사지침서에 명시된 내용을 토대로 저작권 보호 내용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29일 현재까지 사업을 강행하며 책임회피와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작가는 광주 동구청에 대해서도 "수차례 방문하여 작품 무단도용을 알리고 민원 절차를 밟아 저작권 침해에 따른 공사 중지를 요청했었다"고 밝혔다.

광주민예총과 광주민미협은 "40억 세금을 집행하는 해당업체가 '저작권,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규정과 절차가 없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은 한심하고 개탄스러울 뿐"이라며 "원작자의 입장에서 더욱 지역작가를 권익을 보호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야 할 진시영 작가의 태도 또한 궤변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이번 작품도용과 저작권 침해는 미술창작물 뿐만이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의 창작물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 순간에 사업의 사적 이익의 부속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심각한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책임과 사과 그리고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광주 동구청은 <뉴시스>를 통해 "(김병택 작가의)작품 도용 주장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김병택. 진시영)작가간의 입장이 첨예해 행정의 입장에서 작품 도용여부 등을 판단할 수 없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시영 작가도 "김병택 작가에게 지난해 봄 이미지를 사용해도 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했다. 이후 (광주 동구청에)제안서를 제출한 뒤 심사를 하는 과정이 길어졌고 계약이 안돼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재차 묻지 않았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택 작가가 지난 2016년 6월에 공개 전시한 '광장의기억-분수대' 작품. ⓒ광주민예총 제공
김병택 작가가 지난 2016년 6월에 공개 전시한 '광장의기억-분수대' 작품. ⓒ광주민예총 제공

또 진 작가는  "당시 동구에 제출한 제안서에는 출처를 명확하게 표기했었다. 완성된 빛불 작품은 1980년 5·18 당시 민주대성회에 사용된 횃불이 물에 투영되는 모습으로 수차례 김병택 작가를 찾아갔는데 무단도용을 주장해 난감하다"고 <뉴시스>를 통해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광주in>은 (주)시공테크와 진시영 작가가 일부 매체에 이미 밝힌 입장에 더해 별도의 추가 해명을 할 경우 이를 보도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처럼 저작권 침해 논란 중에 오는 31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 분수대에서 공개될 미디어아트 '빛불' 작품이 무단도용 시비를 해결하고 '민주인권평화의 빛'으로 온전하게 광주시민에게 선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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