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구에 회자되며 거의 모든 것에 있어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어떤 나라의 건국신화를 한번 살펴볼 차례다.

재미있게도 그 이야기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도 관계된다. 이야기의 첫 번째 주인공은 트로이의 영웅이자 전쟁의 드문 생존자였던 아이네이아스(Aineias)이다.

전설 속의 많은 주인공들처럼 아이네이아스의 태생 역시 현실감이 없는데, 앙키세스(Ankhises)라는 이름의 아버지가 트로이의 왕자로서 인간이었던 반면에 그의 어머니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로서 인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광주아트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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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화려한 집안 내력과는 달리, 그의 조국 트로이는 그리스와의 전쟁에서 패했으며 거의 죽을뻔한 그와 아버지를 포함한 소수의 생존자들은 신들의 보호를 받으며 새로운 땅을 찾기 위한 여정에 올라 우여곡절 끝에 시칠리아 섬 서쪽의 드레파논에 도착하게 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앙키세스가 갑자기 죽게되자 그곳을 떠나는데, 헤라 여신의 미움을 받은 일행은 바다에서 폭풍에 휘말려 고생하다 가까스로 아프리카 북부 해안에 상륙한다.

그곳은 카르타고라는 도시로서 동생을 피해 정착한 디도(Dido) 여왕의 지배하에 있었다. 동생 피그말리온(Pygmalion)에게 남편을 잃었던 디도는 헤라와 아프로디테의 개입으로 아이네이아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디도의 고백을 받은 그는 사랑을 나누게 된다.

결국 아이네이아스가 카르타고에 눌러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된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통해 여정의 목적을 전함으로써 그가 정신을 차리게 했다.

정신이 돌아온 그는 디도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은밀히 배를 타고 떠나버리게 된다. 이에 배신감에 절망한 디도는 동생 안나(Anna)에게 연인과의 추억이 남긴 모든 것들을 장작 위에 올리고 불태우라고 시킨다.

멀리 배를 타고 가는 트로이 사람들을 보며 저주를 퍼부은 그녀는 자신의 몸을 장작 더미 위로 던져 버리는데, 많은 물건들 중 아이네이아스가 처음 만남에서 선물한 칼 위로 떨어져 죽게됨으로써 후에 포에니 전쟁을 예고한다.

아무튼 카르타고를 떠난 일행들은 시칠리아 섬에 다시 도착하여 아버지의 기일을 추모하는 경기을 열었는데, 꿈속에 아버지가 나타나 미래를 보여주며 용감한 사람들만 추려서 라티움으로 가라고 한다.

용감한 일행들과 티베리스 강을 거슬러 도착한 곳에는 라티니의 왕 라티누스(Latinus)가 있었는데, 이 왕은 일행들을 환영하면서 라티움에서 살아가도록 했다.

왕은 루툴리(Rutuli)의 왕 투르누스(Turnus)와 약혼하기로 되어 있는 자신의 딸 라비니아(Lavinia)가 다른 사람과 약혼할 것이라는 예언을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헤라의 간계로 투르누스와 에투루리아의 왕 메젠티우스, 라티누스의 왕비 아마타(Amata) 등은 전쟁을 선포한다.

이렇게 시작된 전쟁은 투르누스가 살해당하고 아이네이아스 측의 승리로 끝나며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아이네이아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이야기를 우리는 베르길리우스(Publius Vergilius Maro, BC 70 –BC 19)가 쓴 <아이네이스 Aeneis>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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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마무리된 이야기지만 중요한 것은 아이네이아스가 결국 예언대로 라티누스의 딸 라비니아와 결혼을 하게 됨으로써 로물루스와 레무스라는 또 다른 이야기와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아이네이아스는 아내의 이름을 따 라비니움이라는 도시를 건설하였으며, 아들 아스카이오스(이울루스로, Iulus도 부름)는 라비니움의 식민지로 알바 롱가(Alba LOnga)를 만들어 통치하였다.

몇 백년의 세월이 흘러 알바롱가의 왕 누미토르(Numitor)는 동생 아물리우스(Amulius)에게 폐위당하고, 누미토르의 딸 실비아(Rhea Silvia)는 전쟁의 신 마르스(Mars)에게 범해져 쌍둥이를 임신하는데 왕위 찬탈을 두려워한 아물리우스는 두 아이를 강에 버리라고 한다.

버려진 아이는 늑대에 의해 보살핌을 받게되고 성장한 아이들은 알바 롱가의 왕위를 다시 외할아버지 누미토르에게 돌려주게 된다.

그런 다음 쌍둥이는 자신들만의 도시를 건설하였는데 통치권을 두고 싸움이 벌어져 한 명이 살해당하게 된다.

이 쌍둥이가 로물루스(Romulus)와 레무스(Remus)이며, 승리자인 로물루스는 자신의 이름을 따라 새로운 도시의 이름을 로마라 부르게 하였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48호(2022년 3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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