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전문]

광주시교육청은 성과 위주의 독서마라톤대회를 재고하라.
 

광주광역시교육청은 2005년부터 온라인 빛고을 독서마라톤대회를 실시하고 있으며, 올해 제17회를 맞이했다.

독서마라톤대회는 초·중·고 학생들이 책을 읽은 쪽수를 1쪽 당 2m로 계산하여 달린 거리(읽은 쪽수)에 따라 완주증서를 수여한다.

또한, 수여 여부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허락하고 있어서, 매년 많은 학생들이 도전하고 있다.

책 읽는 문화를 북돋우려는 취지는 훌륭하지만, 이 대회가 17년간 진행되는 동안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 독서(교육)의 성과를 쪽수로 수치화하는 오류
- 입시로 생기는 냉기를 독서의 온기로 극복하기는커녕 독서마저 입시의 하위영역으로 수단화하는 모순.
- 장기적으로 독서의 자발성, 자기 주도성을 훼손할 가능성.
- 온라인으로 이루어져 참여자의 본인 여부 확인 힘듦.
서적, 간행물 등을 인정하지 않아 자료에 대한 편견을 심어줌.

이 같은 문제점이 시정되지 않은 채 대회가 이어지는 이유는, 광주시교육청이 독서교육에 대한 철학적이 빈곤한 탓에 독서를 장려하는 모습을 수치로 보는 달콤함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광주시교육청 산하 도서관 2곳이 있지만, 이 대회를 유관 기관과 함께 풀어나가려는 시도마저 찾기 힘들었다.

독서는 가장 전통적이며 순수한 방식의 배움이자, 자기 주도성이 온전히 지배하는 문화 행위이다.

보이지 않는 독서의 성과를 쪽수로 증명하는 방식은 독서행정일 뿐, 독서교육이 되기 힘들다.

따라서 학생들이 책과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이에 우리단체는 독서마라톤대회가 교육적 차원에서 더욱 깊고 풍성해질 수 있도록 개선을 광주시교육청에 촉구하는 바이다.

아울러, 독서를 사랑하는 학생을 늘리기 위한 최선책은 독서의 양을 계량화하고 인증하는 데 있지 않고, ‘독서 친화적인 환경이 배려되고 있는지 부단히 점검하고 개척하는 데 있음’을 간곡히 당부하는 바이다.

2022. 3. 9.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저작권자 © 광주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