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아빠가 보낸 장문의 카톡 보고 놀랐을 거야. 아침 식사 불편하게 해서 미안해. 

밥상머리에서 정치 이야기 금지 약속을 아빠가 어겼지. 변명하자면, 눈뜨자마자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괴이한 야합 소식을 듣는 순간 꼭지가 홱~ 돌았나 보다.

두 남자의 취향을 나무랄 수는 없겠지만 약속과 다짐의 진정성이 이토록 더럽고 허무하게 배신당할 줄 몰라서였다.

ⓒ국민의힘 누리집 갈무리
ⓒ국민의힘 누리집 갈무리

같은 언어를 쓰는 내 혀를 뽑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모욕감을 느꼈다. 삶은 늘 진지하지, 개그는 아니잖아.

아빤 밤샘 근무를 마치고도 잠을 쪼개 가면서 후보 토론 재방송 시청하는 이유는 좀 더 나은 삶의 희망을 건지고 싶어서였지. 

아빠 나름 심사숙고하면서 마지막까지 후보 선택을 미루고 있었던 건데... 그래, 처음엔 전국 생방송 토론이니까 조금의 실수나 실언은 너그럽게 봐주고 싶었다.

그런데 회를 거듭할수록 실망은 암담한 절망으로 바뀌고 우롱당한 느낌에 무던히도 분노를 삭이며 참았다. 

대통령 자리에 서기까지 족집게 과외도, 벼락치기 암기 과목도 아닌데 이해력과 해석 능력 떨어지는 윤석열 후보를 보며 아빠도 바보가 된 기분이 들더라. 

생뚱맞은 얼굴에 동문서답이나 하다가 용량초과 난제 앞에서 제풀에 화를 참지 못하고 포악한 본색 드러내는 거, 아들도 봐서 알지?

상상도 하기 싫지만 저런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될지 불안과 두려움이 앞선다. 

아빠는 대통령 후보 윤석열을 본 게 아니라 인공지능 아바타 윤석열을 본 기분이야. 

공평, 공정, 정의는 윤석열 후보 따위들이 쓰는 언어가 아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사람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쟁취한 언어다.

검사들의 언어로 의역하자면 선택적 공평, 선택적 공정, 선택적 정의로 표기하는 게 맞다.

대선 기간은 아빠에게 잔인한 시간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SNS 갈무리.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SNS 갈무리.

코로나19가 폐만 망가뜨린 게 아니라 기억과 영혼까지도 망가뜨리는가 보다.

아빠는 윤석열 후보를 지켜보면서 도저히 내 머리로는 이해 불가한 현상을 보았다.

지금의 대한민국에 내가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말의 무게가 쓰임새가 똥만도 못할지라도 주워 담지 못할 혀끝으로 내뱉은 약속은 지켜졌을 때 생명력을 갖는다.

그의 말은 습관적 거짓말이거나, 치매 증상 이거나 혹은 국민은 깔아뭉개도 전혀 개의치 않는 가축으로 여긴 것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요즘 입양해 키우고 있는 강아지도 괜히 짖지 않는 거 아들도 알지?

강아지도 짖을 땐 분명 이유가 있다.

대소변이 마렵거나 배고프거나 반가운 사람이거나 불청객이거나. 강아지만도 못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동물원밖에 더 되겠니. 

새로울 거 하나도 없는 재탕 삼탕 공약을 마치 신상품처럼 내놓았더구나. 

아들도 처음엔 청년 공약에 혼란스럽고 달콤한 유혹에 흔들렸을 거란 거 잘 안다.

화투장 까뒤집으며 돈 놓고 돈 먹는 야바위꾼들의 속임수로밖에 안 보여. 

아빤 오늘 비로소 이재명 후보 선택에 확신을 가지는 순간 모든 게 또렷이 보이더라.

이재명 후보의 여러 청년 공약 가운데  주택문제에 있어서 공급물량의 30%는 무주택 청년들에게 우선 배당.

연간 100만 원 청년 기본소득 지급. 돌봄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곳에 공공산후조리원 대폭 확대.

청년고용률 5% 향상을 목표로 청년 일자리 정책실시. 내일 배움 카드를 개편해 청년 지원금 2배 향상.

아들, 삶에서 체득한 지식이 세상을 바로 보는 기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가 언젠간 있을 거야.

ⓒ이재명 누리집 갈무리

이재명 후보의 삶이나 아빠의 삶 또한 별반 다를 게 없다.

이재명 후보는 소년 노동공 출신으로 청년의 어려움과 절망을 가장 뼈저리게 느낀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삶은 그 자체로 말보다 더 커다란 웅변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경험을 인생의 스승으로 여기며 고민하고 아파해왔던 이재명 후보의 신산한 삶을 아들도 믿어줬으면 좋겠어. 

청년들에게 미래 희망과 약속의 진정성을 확신시켜줄 후보는 이재명밖에 없어.

아들, 뼈아픈 경험은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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