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나은 후보를

‘아무리 도둑이라 해도 그렇지. 가난한 과붓집에 왜 들어갔느냐.’

‘무슨 소리. 도둑질할 물건은 어디에도 있다.’

어렸을 때 들은 얘기가 있다. 도둑이 어느 집에 들어갔는데 너무 불쌍해서 도둑질한 쌀을 놓고 나왔다는 얘기다. 도둑도 양심이 있다.

도둑의 양심을 따지는 것이 웃긴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건 어떨까. 요즘 정치인들, 특히 대선후보자들의 얘길 들으면 저런 애국자들이 아직도 이 나라에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무척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속으로는 비웃음이 나온다. 당신들이 그렇게 나라를 사랑했던가. 사랑했을 것이다.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 고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민중의소리 갈무리 

사람 고르기보다 어려운 것은 없다고 한다. 토론회 같은 데 가 보면 고만고만하고 다 똑똑하다. 그런데도 정신 바짝 차리고 자세히 보면 어딘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 흔한 비유지만 쌓아놓은 과일 중에서 큰놈 고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래도 자세히 보면 조금은 다르다. 사람을 고르는 것도 그렇다. 다 같아 보여도 자세히 보면 조금은 나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후보자들의 정견을 들어보면 버릴 것은 하나도 없을 것 같다. 과연 그런가. 그냥 대충 들으면 그렇지만 꼼꼼히 살피면 다르다. 우리가 대선후보를 고르는 자세가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다. 방법이 있을 것이다. 무슨 방법일까. 지나온 과거를 보면 알 수가 있다.

■과거는 속이지 못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고구마를 별로 즐기시지 않았다. 가난한 모친이 고구마를 캐 시장에 팔아서 양식을 샀다고 한다. 대통령은 아침에 고구마를 드시고 학교에 갔다고 한다. 그러니 고구마라면 질렸을 것이다.

이해가 된다. 그런 분이 겨우 장학금으로 상고를 나오고 고시에 합격, 판사가 됐다. 그러나 정녕 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가 되고 인권운동가가 됐다. 옳은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금 국민이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하는 이유는 그가 살아온 길이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나 역시 사람이 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을 따라 배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후보 4명이 모두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입을 모은다. 봉하 묘역을 참배하며 눈물을 짓는 후보, 울컥한다는 후보 등등.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찬사를 하는 후보라 할지라도 지금 워낙 다급하니 도리가 없을 것이라고 이해를 한다.

■이재명 후보의 과거

이재명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기 전 나는 그와 차도 마시고 밥도 먹으며 그의 지난날을 많이도 들었다. 욕설의 진상도 상세하게 들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며 문득문득 그의 눈에 엉기는 눈물을 보았다.

그 당시 이재명은 나에게 잘 보일 필요도 없을 때였다. 그가 살아온 과거를 보면서 그가 적어도 거짓말을 하는 지도자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른 사람 얘기는 하지 않는다. 그들의 말이 절절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내가 고른 과일상점의 과일은 이재명이라는 이름이다. 썩은 과일을 고르는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취향은 다르고 판단에 기준도 다르다. 실수도 있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 후보를 고르는 기준에서 상식을 벗어나지는 말라는 것이다.

상한 과일을 골랐을 때 그걸 먹고 탈이 나는 것은 바로 우리 국민이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나은 과일을 고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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