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진보개혁세력 망라 교육협의체 역할
전남교육공동체 모색을 위한 각종 활동 전개

전남교육회의 출범선언문[전문]

교육이 좌절과 분노, 저주의 대상이 아닌 희망과 기대의 상징이 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또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사람들이 ‘학교’, ‘교육’이라는 단어에 대해 가지는 엄청난 불신과 좌절, 분노의 감정을 보라. 실패한 사람 뿐만 아니라 성공한 사람들 역시 자신의 지적 성취, 깨달음, 발전이 학교 교육과정에서 일어났다고 답하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학교=시험=교육=입시’이라는 견고한 틀 속에서 학교는 참혹한 전쟁터로 기억되고 있다.

현 교육 체제에서 꿈을 상실하고 무기력해지는 아이들의 삶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극한의 경쟁을 뚫고 얻은 성취(부와 권력, 명성)에 대한 능력주의적 정당화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정의롭지 못한 불공정과 특혜로 치부하며 연대의식과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다.

학교에서 연대, 나눔, 평등을 가르쳐도 학생들은 그것 대신 경쟁, 승자독식, 능력주의를 내면화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학교를 개혁하면 되는 것 아닌가? 라는 구태의연한 접근, 학교=교육으로 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우리들의 출발점이다.

아이들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학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부모의 문제이고 지역사회의 문제이며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사회만큼 성과주의가 강조되는 사회가 어디 있으며, 경쟁과 탈락의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사회가 어디 있는가?

상위 10%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는 극단적 양극화는 국제사회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을 정도이다.

우리와 지역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행정에서 자치분권이 확대, 강화되고 있지만,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준비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단절, 매뉴얼과 규정에만 매달리는 형식주의와 문서주의, 부서간 칸막이 행정, 엄격한 위계에 의한 경직적인 관료문화는 여전하다.

민(民)은 즉각적이고 손쉬운 관료적 해결방식에 기대는 민원제기자로 머무르고 있다. 제한적 참여와 보조적 역할에 갇혀 참다운 주체로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소멸 위기는 작은학교 통폐합으로 나타나고 있고, 공동체의 유지, 존속을 위협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전남 내에서도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제기되었던 생태위기의 문제, 인간이 자연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는 무뎌지고 일상화되고 있다. 미래교육을 코딩교육으로 이해하는 공학적 접근이 교육계를 풍미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러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히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 있다. 마을교육활동가, 시민단체, 노동조합 활동가, ‘교육’을 고민하는 교직원과 학부모, 도민, 주체적 배움을 실현해가는 아이들이 바로 희망이다.

전남의 역사적 전통과 진보성이야말로 희망의 든든한 터전이다.

자치가 대안이다. 지난 10년의 교육자치 운동은 도민에게 묻고 자치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우리는 새로운 수준의 교육자치 실현에서 길을 찾기 위해 전남교육회의를 만들었다.

이제 500단체, 1만회원, 22개 시군교육회의가 거대한 교육자치 실험을 진행하려고 한다. ‘교육’이 도민 개개인의 이야기가 되고, 교육활동에 모두가 함께 참여할 때 교육은 바뀔 수 있다.

우리는 지역 교육의제를 만들어내고, 지역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찾는 토론회를 여는 일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교육과 돌봄,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장, 의원, 도지사, 교육감과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모색할 것이다.

그리하여 아동과 청소년이 따뜻한 배려 속에서 생활하고, 모두가 배움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전남, 전남교육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500단체, 1만 회원 22개 시군이 만드는 대동세상, 신명나는 교육자치는 지금 여기에서 시작되고 있다.

2022. 1. 24.

전남교육회의 출범식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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