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꿈 접고 방황…호남대 축구학과서 지도자 역량 쌓고 ‘제2인생’
2015년 해운대FC 지휘봉…우승 21회·준우승 8회 ‘금자탑’ 쌓아올려
“U-15, U-18,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거쳐 모교감독에 도전할 터”
“축구와 제자들의 발전에 늘 진심으로 대했던 지도자로 기억되고 싶다.”

한국의 위르겐 클롭(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FC 감독)을 꿈꾸는 여원혁 해운대FC 감독(33·호남대학교 축구학과 졸업)이 고교시절 벤치를 전전하다 선수 인생을 아쉽게 접어야 했던 아쉬운 과거를 딛고 유소년축구를 주름잡으며 반전의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어 화제다.

여원혁 감독은 축구와 인연을 끊고 1년의 방황 끝에 지난 2009년 호남대학교 축구학과(학과장 장재훈)에 입학, 축구와 학문을 병행하며 지도자의 꿈을 키워온 끝에 선수 부족으로 해체 아픔을 겪었던 ‘해운대 FC’를 1년 만에 재건해 2015년부터 우승 21회, 준우승 8회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리며 유소년축구계의 명장(名將) 반열에 올라섰다.

여원혁 감독이 유소년 축구를 지도하는 모습. ⓒ호남대학교 제공
여원혁 감독이 유소년 축구를 지도하는 모습. ⓒ호남대학교 제공

실패한 선수 생활의 경험이 오히려 지도자 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는 여 감독은 “일찌감치 선수 생활을 마감한 제2의 여원혁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다. 유소년 선수들에게 축구에 대한 열정과 노력할 수 있는 방법,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지도자가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여운혁 감독이 축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이다. 학교(경남 남해군 성명초)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축구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본 진해 덕산초등학교 코치로부터 축구부 입단을 권유받은 것. 이후에는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2 때까지 유소년 상비군에도 뽑히며 자기 스스로도 재능이 뛰어난 축구선수로 생각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초·중 시절 당시 또래에 비해 키가 컸고, 피지컬적으로 우위를 점했던 것이었지,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신체조건이 비슷해지자 평범한 선수임을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다. 더욱이 잦은 부상까지 겹치며 축구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고 고교시절 3년 내내 벤치 선수에 머물며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선수의 꿈을 접은 여 감독은 축구를 잊고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2008년 부산의 한 사립대학교에 일반학생으로 진학했다. 호프집 알바비로 DSLR 카메라를 구입해 사진 동호회 활동도 하고, 친구들과 새벽까지 술도 먹고 PC방에서 아침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평범한 일반 대학생활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진로와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대를 선택한 대가는 흥미가 떨어져 학과 수업을 빼먹기 일쑤였고, 끝내 첫 학기에 F학점 4개를 받아 학사경고를 받았다.

ⓒ호남대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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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감독은 “그때가 터닝 포인트였다. 한 학기 동안 미래가 없는 삶을 살다가 ‘내가 잘할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과연 무엇일까?’ 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에 대한 답은 ‘축구로 돌아가자’였다”고 회상했다.

다니던 대학을 자퇴한 뒤 축구 지도자로 진로를 결정한 여 감독은 이론적 지식 없이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분명히 또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생각에 호남대학교 축구학과 수시에 지원해 09학번으로 입학했다. 초·중·고 선수생활 내내 학교수업도 듣지 못했고, 공부하는 방법도 몰랐지만 여 감독은 호남대에 재학하며 축구 이외에도 여러 교양 과목 등을 통해 지도자로서의 역량과 생각의 깊이를 넓혔다.

산전수전 다 겪은 여운혁 감독은 재정적 여력이 없는 대학생 신분 탓에 축구 인프라가 남아 있는 해체된 초등축구부를 찾아 나섰고, 2014년 2월에 해체된 부산 해운대초등학교 축구부를 자신의 지도자 인생 동반자로 점찍었다. 이후 해운대 인근 스포츠클럽에 알바를 시작하며 차근차근 선수들을 지도하며 생활을 이어갔고, 2014년 10월 드디어 해운대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축구 강사에 지원해 뜻을 이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FC의 위르겐 클롭 감독을 롤모델로 꼽은 여 감독은 “클롭 감독이 팀을 하나로 만드는 응집력과 선수들을 뛰게 만드는 동기부여, 지치지 않는 열정을 배우고 싶다”면서 “여기에 제 지도 철학인 ‘기본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축구’를 위해 절제된 규율 속에 적절히 자율을 주려고 한다. 또 좋은 선수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먼저 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호남대학교 제공
ⓒ호남대학교 제공

여원혁 감독은 “초등부 지도자 생활을 한 지 14년째다. 아직 많이 서툴고 부족하지만, 제자들에게 진심을 쏟아냈던 스승, 유년시절 나에게 진심으로 대해줬고, 나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줬던 스승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지금의 해운대FC를 만든 것처럼 차곡차곡 준비하고 항상 공부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U-15, U-18,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모교인 호남대학교 축구부 감독에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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