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서한 [전문]

민주당은 CJ대한통운의 사회적합의 불이행에 책임있게 나서라!
 

2019년과 2020년 스물 두 분의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숨지면서,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정부와 국회, 화주와 택배사, 소비자들과 택배노동자들이 모여 2차에 걸친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택배노동자들을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에서 배제하고,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만들어졌으며, 택배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표준계약서가 제정되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170원의 택배요금 인상이 합의되었다.

그러나 반 년이 지난 지금, 분류작업에서 해방되고 권리를 보장받아 살맛나는 일터에서 신명나게 일하고 있어야 할 택배 노동자들은 오히려 추운 겨울 거리에서 CJ대한통운의 사회적합의 불이행을 규탄하며, 자신의 수수료를 포기해가며 파업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사회적 합의를 실제로 이행하기 위한 작업에 수많은 쟁점과 걸림돌이 있음에도, 정부여당인 민주당이 이를 책임있게 정리하지 않고 CJ대한통운의 갑질과 탐욕을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합의된 택배요금 인상을 자신의 배를 불리는 데 악용하고 있다.

지난 4월과 올해 1월에 걸쳐 무려 270원의 요금을 인상하였으며, 그렇게 인상된 5천억원 중 60%에 달하는 3천억원을 자신의 초과 이윤으로 가져가려 하고 있다. 이렇게 탐욕을 부리면서도, CJ대한통운은 “인상된 요금의 절반을 택배기사에게 쓰고 있다”며, 요금 인상분의 절반을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CJ대한통운은 또한 택배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표준계약서에 ‘당일 배송’, ‘주6일제’, ‘터미널 도착 상품의 무조건 배송’ 등이 포함된 부속합의서를 끼워넣어 사회적 합의를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과 표준계약서를 무력화하고 택배 현장을 과로가 판치는 과거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이러한 독소조항들이 “주 60시간 이하 노동이라는 전제아래 있는 것”이라 강변한다. 택배 현장의 절대 갑인 택배사가 하는 이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으며, 무엇으로 이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CJ대한통운의 강변을 제지해야 할 국토부는 오히려 이 강변을 근거로 “부속합의서가 표준계약서와 모순되지 않는다”며 이를 용인하였고, 결국 택배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다.

CJ대한통운은 또한 지상공원형 아파트 문제가 불거진 이래 진행된 협의체에서 우리 노동조합이 제시한 ‘거점 배송과 그 비용의 3자 분담’ 제안을 거부하였으며, 이로 인해 협의체는 반 년이 다 된 지금까지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노동부가 저상탑차의 산재 유발위험이 높다고 스스로 판정해놓고도, 저상탑차의 사용 금지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 택배 노동자들은 아파트 단지 밖에서 짐을 내려 수레를 끌고 배송을 해야 하고, 허리에 무리를 주는 저상탑차를 사용해 배송을 해야하는 가혹한 현실에 고통받고 있다.

민주당은 사회적 합의 이행의 당사자이며, 택배현장의 절대 갑인 택배사들의 행태를 견제하고 지도 감독할 책무가 있다.

이렇게 국내 택배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CJ대한통운이 사회적 합의를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제 배 불리기에 악용하는 지금의 상황을 민주당이 계속 방치된다면, 이는 금새 타 택배사에 영향을 주게 되며, 결국 사회적 합의는 사문화되고 말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러한 위험을 목도하고 있다.

우리는 민주당이 즉시 CJ대한통운의 사회적합의 불이행 문제를 지적하고, 제대로 된 지도 감독으로 그 이행을 강제해 나갈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는 문재인 정부, 민주당 정부가 지난 5년 간 이뤄낸 거의 유일하다고 해도 무방한 노동 분야의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한 성과가 CJ대한통운에 의해 지난 5년 간 이 정부가 해 온 다른 일들처럼 ‘속 빈 강정’,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용두사미’로 전락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민주당은 즉시 책임있는 자세로 사회적합의 복원을 위해 나서야 할 것이다.

CJ대한통운의 사회적합의 불이행 방관하는 정부여당은 각성하라!

CJ대한통운의 탐욕과 갑질, 정부여당은 책임져라!

2022년 1월 5일

전국택배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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