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지구 66바퀴 ‘무사고’ 대기록 세우고 12월 퇴직
'KTX 매거진’, ‘광주시보’ 등에 ‘인문 철도’ 인기 연재
최근 소설가로 등단하며 ‘새내기 문학인’으로 새출발
보내고 맞이하는 갈림길 12월. 청춘과 장년을 오롯이 ‘레일 위의 인생’에 바친 한 KTX 베테랑 기관사가 정든 레일과 이별한다.
‘사색하는 인문 철도기관사’ 손민두(61) KTX기장이 그 주인공이다. 20대에 철도에 입문하여 36년 6개월동안 근무하면서 지구 66바퀴를 도는 거리를 운행했다. ‘무사고’ 대기록까지 세웠다.
2004년 4월 1일 경부고속철도(KTX) 개통식의 첫 열차 운행 기관사라는 명예도 갖고 있다.
한국철도 잡지 <KTX 매거진>에 철도와 인문예술을 맛깔스럽게 버무린 '손민두의 철도 인문학’을, <광주시보>에는 '전라도 대표 관광지 100선'을, 그리고 <우리바다>에는 바다와 관련된 '명사들과의 인터뷰' 등을 연재해 독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풍부한 독서량과 깊은 사색의 내공이 글 곳곳에 묻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철도 사보 기자로도 오랫동안 활동하며 동료들과 동고동락해왔다.
그의 평소 탄탄한 글쓰기는 최근 소설가에 등단에 한 몫 했다. 37년 동안 자칫 딱딱하고 거칠어질 수도 있었을 그가 사색과 독서, 글쓰기를 통해 ‘인문적 기관사’와 ‘문학인’으로 거듭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오는 12월 말, 36년 6개월 ‘레일 위의 인생’에서 내려올 그를 11월 11일 광주송정역에서 용산역까지 왕복하며 동행했다. 레일과 이별을 앞둔 그는 여느 때처럼 승객들의 안전을 ‘제1수칙’으로 삼고 담담하게 레일 위를 달렸다.
사계절 밤낮으로 그와 친구였을 레일과 주변 산들바람, 밤하늘의 별과 달이 그의 37년 '철도 인생' 어깨에 살포시 다가와 안겼다.
“애쓰셨어요. 고맙습니다. 나의 친구 손민두 KTX기장! 굿바이!”
/취재 협조: 한국철도공사 광주전남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