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의 안식을 신에게 기원하는 미사곡인 레퀴엠은 입당송을 시작으로 하여 자비송, 영광송, 봉헌송 등을 통해 영원하며 평안한 안식을 청하고 죽은 이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으로도 불리지만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위로하는 위안의 곡으로도 해석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자, 죽음을 평안한 또 하나의 안식으로 보는 자, 제각기 생각의 형태는 다르지만 우리는 서로가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고통을 인식하는 자들의 슬픔으로 인해 죽음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한다. 서로의 슬픔과 고통을 위로하기 위해 탄생한 레퀴엠은 떠나는 자와 살아남은 자, 서로에게 안식을 부여하는 정중한 곡이다.

3대 레퀴엠으로 꼽히는 모차르트의 레퀴엠, 베르디의 레퀴엠, 포레의 레퀴엠은 과거를 거쳐 현재 우리가 들으며 미래에도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를 위해 영원히 흐를 안식의 울림으로 평안함을 남기리라.

죽음을 예감한 음악가

3대 레퀴엠으로 기록되는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레퀴엠의 작곡가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이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짐작이라도 한 듯 사망한 그 해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절절한 레퀴엠을 만들고 자신의 음악을 직접 듣고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고 하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마지막까지 완성하지 못한 채 미완성으로 남는다.

지막까지 혼신을 다해 작품에 몰두했던 모차르트였지만 병마를 이겨낼 수 없었던 그의 마지막 의지는 제자인 쥐스마이어에 의해 완성되어 모차르트의 레퀴엠으로서 발표된다.

많은 작곡을 하며 갖은 연주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었지만, 소비가 심하고 경제적 관념이 부족했던 말년의 모차르트는 경제적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1791년 어느 날, 검은 옷으로 통일한 한 남자가 아픈 모차르트를 찾아와서 거대한 돈을 쥐여주며 레퀴엠을 작곡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언제 찾으러 온다는 기약 없이 조만간 다시 들르겠다는 말과 함께 사라진다.

모차르트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 〈아마데우스〉나 서양음악사 뒤편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일설에는 모차르트에게 거대한 돈을 쥐여주고 레퀴엠을 부탁한 남자는 당시 모차르트에게 심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던 살리에리라는 말이 있다.

병마에 시들어 있는 모차르트에게 심한 자극을 주고 빨리 죽게 하기 위해서 레퀴엠을 부탁했다고 하는 말이 언젠가부터 진실인 것처럼 크게 퍼져 있지만, 이 일설(一說)은 그저 일설에 불과하다.

모차르트에게 의뢰를 한 인물은 오스트리아 빈의 한 영주였던 발제크 슈투파흐 백작으로 자신의 아내 추도식에 사용할 음악을 부탁했다. 음악을 매우 좋아하고 즐겼던 슈투파흐 백작은 그 음악을 마치 자신이 작곡한 것처럼 하기 위해 모차르트에게 거대한 돈을 주고 일을 꾸몄던 것이다.

돈이 필요했던 모차르트에게 이 제안은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는 그해의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다. 모차르트가 2/3까지의 작업을 마치긴 했지만, 완성되지 못한 곡을 그대로 놔두기에는 타격이 너무 컸다.

거대한 돈을 미리 받아 생활비로 충당을 했던 모차르트의 아내는 남편이 작업하던 레퀴엠을 완성하지 못하면 배상을 해야 할 몫이 어마하게 불어나기 때문에 완성을 해서 잔금을 받아내는 방법을 선택한다.

사투를 벌이며 이리저리 훌륭하다고 하는 음악가들을 찾아다니며 부탁을 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악보들에 의해 여러 편집본의 모차르트 레퀴엠이 존재하지만, 현재 가장 많이 울려 퍼지며 우리들의 귀에 익숙하게 전달되는 악보는 모차르트의 제자인 쥐스마이어에 의해 나머지 1/3이 완성된 작품이다.

처절했던 마지막

비록 돈을 받고 작곡을 하고 있지만 ‘나는 세상을 어떻게 살았을까? 잘 살았을까? 못 살았을까? 이 모든 것이 슬프고 허무하지만 나에게 평안과 안식을 주소서’라는 간절한 마음을 곡에 의탁하며 ‘아름다운 레퀴엠’으로 작곡했던 모차르트는 아내의 인사도 없고 친구 하나 없이 초라하게 혼자 떠났다. 영화에서야 자신이 작곡한 레퀴엠이 흐르며 자신의 죽음을 위로하고 안식을 기원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가 천상의 울림을 통해 평안을 얻고 있다. 모차르트를 묵도한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43호(2021년 10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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