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영의 음악칼럼] 기인(畸人)의 활보
[정수영의 음악칼럼] 기인(畸人)의 활보
  • 정수영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문학박사)
  • 승인 2021.10.22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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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사이에 ‘지구가 아프다’는 문구를 절실하게 느낀다. 사계절이 뚜렷하여 정해진 시간의 절기마다 아름다운 자태의 화려한 팔도강산을 뽐내던 우리나라 자연이 몇 년 사이에 기후의 이상(異狀)으로 인해 제대로 된 풍미를 느낄 틈의 여유가 많이 단축된듯하다.

때아닌 장마로 농민들이 그동안 열심히 가꿔왔던 농작물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바닷물의 수온이 올라가니 물고기가 버틸 수 없어 죽고,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버린 플라스틱에 수많은 생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광경을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한다. 우리는 두통만 생겨도 기분이 좋지 않아서 약을 먹고 회복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구에게는 우리의 따뜻한 행동과 감정을 보여주는 노력과 여유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지구가 기인(畸人)한 행동을 한다고 ‘지구 탓’으로 돌리려 한다.

인간이 지구에게 하는 기인한 행동을 멈춰야겠다. 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적용하여 조금이라도 지구의 두통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지만 지구가 덜 아프고, 덜 아프면 더 나은 환경으로 인해 지구가 오래 살 것 아닌가. 그럼 당연히 그 안에 발 딛고 사는 인간도 건강한 육체와 가치관으로 조금 더 평안한 세계를 이끌어 가지 않을까.

기인한 생각을 과감히 떨치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옭아맨 음악가가 있다. 가볍지는 않지만 중간 정도의 두통이라고 생각하고 여유를 가지며 따뜻한 햇살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 그렸으면 세상의 행복을 조금 더 여유롭게 즐겼을 텐데.

기인한 음악의 작곡가

1940년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의 쇤베르크 모습. ⓒArnold Schonberg Center
1940년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의 쇤베르크 모습. ⓒArnold Schonberg Center

20세기 ‘현대 음악’시기라 불린 당대 시대에 아름답고 정확하게 귀에 딱딱 떨어지는 ‘조성 음악’의 체계를 완전히 탈피하여 듣기에도 어색하고 어려운 기이한 음계 -12음 기법을 만들어서 세상을 놀라게 한 쇤베르크(오스트리아 출생 미국 작곡가, 1874~1951)는 20세기 전반기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를 받는다.

듣기 편안하고 청중의 귀에 익숙해져 있는 장/단조의 확실한 구분을 완전히 해체한 12음 기법의 비화성적(非和聲的)인 울림은 그야말로 사람의 귀를 매우 불편하게 하고 어색하게 했고 심지어는 음악을 전공하는 전공자들마저도 어려운 음계, 어려운 음악으로 혀를 내둘렀을 정도이다.

그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달에 홀린 피에로〉는 벨기에의 시인 알베르 지로의 연작시에 곡을 붙여서 만든 성악곡으로 쇤베르크의 천재성과 기인했던 그의 개성이 총집약된 무조성(無調性:조성이 없는 음악) 음악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13의 숫자를 무서워하다

13의 숫자는 서양에서 매우 불길한 숫자로 통한다. 특히 13의 숫자에 금요일이 더하면 매우 불길해서 무서운 날로 인식하여 집 밖의 외출마저도 꺼려 한다. 쇤베르크는 1874년 9월 13일에 출생했다.

자신의 탄생일이 불길하다는 13이라는 숫자로 인해 쇤베르크는 자신을 ‘불길한 아이, 불길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13의 숫자를 두려워하며 피했다. 쇤베르크의 이런 기이한 생각은 자신의 작품에서도 표출된다.

성경의 내용을 소재로 삼은 오페라 〈모세와 아론, Moses und Aaron〉에서 13개의 알파벳 수로 조합된 것을 불길하게 생각하여 「아론, Aaron」에서 A 하나를 삭제하여 「Aron」으로 만들어 12개의 알파벳 수로 제목을 완성시킨다.

또한 그의 나이 76세인 1951년, 7과 6을 따로 놓고 더하면 13이라는 숫자가 된다고 하여 매우 불길하게 생각하여 그해의 시작 첫날부터 두려워하며 의기소침했다고 한다.

악운은 악운을 생각하는 자에게 맞아떨어진다고 하는 속담이 있다. 정말로 쇤베르크에게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이 그에게 일어났다. 매우 불길하게 생각했던 76세 나이의 7월 13일에 사망했다. 기인한 생각을 떨치고 조금만 더 여유롭게 세상을 대했으면 쇤베르크는 지구의 축복을 더 누리지 않았을까.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의 탓’이다.

**윗 글은 (광주아트가이드) 142호(2021년 9월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http://cafe.naver.com/gwangjuart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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